【 청년일보 】 도서관 열람실에서 논문 더미를 뒤지던 풍경이 사라지고 있다. 노트북 화면에 ChatGPT 창을 띄워놓고 과제를 시작하는 게 어느새 대학가의 일상이 됐다. 생성형 AI 기술이 빠르게 퍼지면서 대학생들의 학습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AI는 이미 단순한 검색 도구가 아니다. 강의 내용이 헷갈릴 때 추가 설명을 구하고, 발표 주제를 잡거나 보고서 초안을 잡는 데 손을 빌리고, 코딩 과제에서 오류를 잡는 데까지 쓰인다. 영어 번역이나 자기소개서, 심지어 일정 관리까지 AI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학생들의 목소리도 비슷하다. 한 공과대학 재학생은 "예전엔 과제 방향 잡는 데만 몇 시간을 허비했는데, 지금은 AI로 빠르게 아이디어를 얻고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교수님께 바로 질문하기 애매할 때 AI한테 먼저 물어보면서 개념을 잡는다"고 말했다.
심리적 부담을 낮추고 공부 문턱을 낮추는 데 AI가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온라인 강의와 디지털 자료에 익숙해진 세대이다 보니, AI 기술 적응 속도도 빠르다. 요즘은 그냥 AI를 쓰는 수준을 넘어, 얼마나 잘 쓰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발표 자료 디자인, 데이터 분석, 영상 편집 등에도 AI를 끌어다 쓰며 효율을 높이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물론 마냥 밝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AI가 써준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제출하거나, 스스로 고민하는 과정을 건너뛰고 결과만 가져가려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레포트에 AI 문장을 통째로 옮겨 쓰는 사례가 늘면서 표절 논란도 덩달아 커졌다.
대학가에서는 AI 활용 기준을 놓고 말들이 많다. AI를 아예 못 쓰게 막아야 한다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해외 대학들은 이미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고, 국내 대학들도 과제에서 AI 사용 여부를 밝히도록 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의 방향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AI가 정보를 순식간에 내놓는 세상에서는 뭔가를 외우는 능력보다, 필요한 걸 정확히 물어보고 그 결과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 훨씬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단순 암기나 지식 전달보다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중심으로 교육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취업 준비도 마찬가지다. 자기소개서 첨삭, 모의 면접, 포트폴리오 제작에도 AI가 쓰이고 있으며, IT·기획·디자인 분야에서는 AI 활용 경험 자체가 스펙이 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결국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건 '올바른 활용 능력'이다. AI가 틀린 정보를 내놓거나 편향된 답을 할 수 있는 만큼, 결과를 그냥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스스로 따져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AI는 이미 대학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제 중요한 건 AI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그리고 책임 있게 쓸 수 있느냐다. 기술의 변화가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의 변화, 그게 지금 대학생활이 마주한 진짜 과제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신유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