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구호 걷어치워라"…'2030' 진영 싸움 거부 속 참정권 본질 조준

등록 2026.06.14 08:38:50 수정 2026.06.14 08:50:35
안정훈 기자 johnnyahn@youthdaily.co.kr

'윤어게인·부정선거' 변질된 기성 시위에 2030 세대 단호히 선 그어
'좌우 언어·특정인 혐호 금지' 내건 온라인 제3의 공론장 개척 확산

 

【 청년일보 】 6·3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분노한 청년들이 기성 정치권의 정파적 구호로 물든 오프라인 시위와 절연하고, 지난 10일부터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참정권 침해의 본질을 바로잡기 위한 독자적인 '제3의 공론장' 개척에 나섰다.

 

이들은 잠실 개표소 시위 등 기존 움직임이 '부정선거'나 '윤어게인' 같은 특정 진영의 정치 프레임에 갇히면서 부실 선거 관리 규탄이라는 본질적 문제가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자발적인 행동을 감행했다.

 

14일 온러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지난 10일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당파적 갈등을 배제한 시위를 추진하는 '참정권 갤러리'가 새로 개설됐다.

 

이 갤러리가 안내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현재까지 230여 명의 이용자가 집결해 구체적인 행동 방향을 논의 중이다.

 

이들은 기성 정치권의 진영 논리가 사태의 쟁점을 흐린다고 판단하고,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권리 회복에만 목소리를 모으겠다는 기조를 명확히 했다.

 

해당 오픈채팅방이 내건 규칙은 매우 엄격하다.

 

"좌파·우파 색채 언어 금지", "윤석열 전 대통령·이재명 대통령 등 특정인 비하 및 혐오 구호 금지", "특정 국가 및 외국인 폄하 금지" 등을 '필수 규칙'으로 규정해 이를 위반하면 즉각 퇴장 조치한다.

 

실제로 '멸공'이나 '재선거'를 아이디로 쓴 이용자가 입장해 부정선거 관련 강사 영상을 공유하며 여론몰이를 시도했으나, 참가자들이 철저히 무반응으로 일관하면서 선동 세력이 스스로 물러나기도 했다.

 

청년층이 이처럼 극단적인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기존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폭력적이고 과격한 형태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인근에서 취재진을 폭행하거나 경기장을 이용하려는 주니어 선수의 소지품을 뒤지는 등 시위대의 초법적 행위가 이어지자, 대학가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중심으로 "국민의 참정권 수호를 위해 시작된 시위가 무질서와 폭력으로 얼룩져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어졌다"는 서강대·고려대생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대학가에서는 진영 논리 없는 순수한 규탄을 이어가기 위해 자발적인 아카이빙 움직임도 병행하고 있다.

 

전국 대학의 성명과 대자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독립 웹사이트 '한 표의 기록'이 개설되는 등, 청년들은 오프라인의 소음을 피해 온라인 공간에서 이성적인 연대를 모색하는 중이다.

 

과격 시위대가 목소리를 높일수록 오히려 부실 선거 관리를 자초한 선관위에 면죄부를 주는 역효과를 낳는다는 것이 청년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기성 정당이나 시민단체에 종속되지 않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청년들의 독자적 행보를 한국 정치 문화의 긍정적인 변화로 짚어냈다.

 

젊은 세대가 투표권 침해라는 민주주의적 위기 상황 속에서 기성세대의 정치적 이용 조짐을 간파하고, 온라인이라는 대안적 통로를 통해 합리적인 공론장을 개척하는 현상은 기성 정치권의 무질서에 경종을 울리는 바람직한 자정 작용이라는 진단이다.

 

 

 

【 청년일보=안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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