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운전자본 부담에 단기차입 확대…유동성 확보 '선제 대응'

등록 2026.06.18 08:00:01 수정 2026.06.18 09:55:10
김재두 기자 suptrx@youthdaily.co.kr

미청구공사 증가로 영업현금흐름 부담 가중
단기차입 3천50억원 수혈하며 운전자본 방어

 

【 청년일보 】 현대엔지니어링이 올해 1분기 공사 대금 정산과 미청구공사채권 증가로 인해 영업활동에서 대규모 현금 유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등에서 3천억원 이상의 단기 차입금을 조달하며 유동성 방어에 나섰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2조5천365억원, 영업이익 8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매출액 3조3천668억원, 영업이익 1천42억원과 비교해 각각 24.7%, 16.5% 감소한 수치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실적(매출액 3조8천37억원, 영업이익 300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33.3% 줄어 외형 둔화가 지속됐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분기 기저효과로 인해 190.0% 증가했다. 분기순이익은 569억원으로 흑자 기조를 이어갔으나 전반적인 외형과 수익성은 예년보다 둔화한 모습이다.

 

수익성 둔화보다 두드러진 부분은 현금흐름의 악화다. 현대엔지니어링의 1분기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7천560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분기순이익 흑자 달성에도 불구하고 영업활동 자산과 부채의 변동으로 8천635억원에 달하는 현금이 빠져나간 결과다.

 

현금 유출의 주요 원인은 협력업체 외주비와 자재대금 지급에 따른 매입채무 감소(-3천904억원)와 과거에 받은 공사 선수금 소진(-1천595억원)이다. 특히 협력업체 대금 지급은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 조사 직후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자금이 묶인 미청구공사채권과 맞물려 분기 말 일시적인 현금 유출 폭을 키웠다.

 

여기에 공사를 진행하고도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채권 잔액이 전기말 1조1천384억원에서 당분기말 1조3천205억원으로 1천821억원 늘어나며 자금이 묶였다. 회계상 연결 조정과 환율 변동 효과 등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영업 현금을 흡수한 현금흐름표 기준 미청구공사채권의 증가 규모는 1천602억원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일부 프로젝트에서 마일스톤(단계별 청구 시점)이나 격월 청구 등 기성 청구 시점 미도래로 인해 일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둘러싼 분쟁 리스크도 자금 압박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주석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말레이시아 전력플랜트 현장과 폴란드 석유화학 현장 등에서 발주처로부터 '본드콜' 요구를 받아 대금을 지급했으며 현재 중재를 통한 해결 절차를 밟고 있다.

 

본드콜은 해외 건설 공사에서 발주처가 시공사의 계약 불이행 등을 이유로 금융기관이 발행한 계약이행보증금을 환수하는 권리 행사다. 청구가 들어오면 시공사의 동의 없이 보증금이 금융기관을 통해 즉각 인출되므로 시공사 입장에서는 기습적인 대규모 현금 유출을 피하기 어렵다.

 

통상적인 공사원가 투입 외에 이러한 해외 우발채무 현실화가 초기 현금 유출의 숨은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대규모 현금 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현금성자산을 대거 투입하는 한편, 외부 차입을 늘렸다. 유동자산 중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전기말 1조3천889억원에서 당분기말 8천640억원으로 5천249억원 급감했다.

 

동시에 재무활동을 통해 한국수출입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국내외 주요 은행권으로부터 만기 1년 미만의 운전자금 대출 형태로 단기차입금 3천50억원을 신규 조달했다.

 

이에 따라 단기차입금 잔액은 전기말 9천300억원에서 당분기말 1조2천350억원으로 늘어났다. 수협은행과 국민은행 등에서 빌린 장기차입금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1천억원도 유동성장기차입금으로 전환됐다.

 

조달한 차입금의 만기 구조가 지나치게 단기에 집중되어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었으나, 도이치은행과 우리은행 등에서 빌린 6천50억원 규모의 4월 만기 도래분은 전액 연장 처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상환 대신 만기 연장을 선택하며 즉각적인 상환 압박에서 벗어났다.

 

과거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하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이처럼 은행권 여신에 의존하게 된 배경으로는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일시적인 운전자본 부담이 가중된 점이 지목된다.

 

1분기말 자본총계는 3조1천425억원으로 재무 구조 자체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현재 보유 중인 매출채권 2조8천659억원과 미청구공사채권 1조3천205억원의 원활한 회수 여부가 향후 유동성 회복과 차입금 상환 능력을 가르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4월에 집중됐던 단기차입금 만기 연장이 무리 없이 마무리되면서 일시적인 유동성 고비는 넘긴 상태"라며 "다만 미청구공사 대금의 자금 회수 속도와 진행 중인 해외 중재 결과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만기 연장 여부와 근본적인 재무 건전성 회복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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