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넥슨이 전사 데이터 통합 플랫폼 '모노레이크 1.0'을 기반으로 데이터 사일로(격리현상)를 해소하고 데이터 민주화를 구현한 데 이어, AI가 데이터를 직접 이해하고 활용하는 차세대 구조인 '모노레이크 2.0'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온톨로지 기반의 데이터 표준화와 자연어 질의형 'AI 서치'를 중심으로 데이터 활용 방식을 재정의하며, 게임 비즈니스 전반의 초개인화와 AI 레디 데이터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복안이다.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exon Developers Conference, NDC 26)' 둘째 날인 17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AI 시대, 넥슨은 데이터로 무엇을 준비하는가' 세션에서는 넥슨이 데이터 사일로를 허물고 전사적 데이터 민주화를 달성한 '모노레이크 1.0'의 성과와 AI가 직접 읽고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 '모노레이크 2.0'의 비전이 공개됐다.
한운희 TRS INSIGHT(Sydney) 대표의 진행 아래 류청훈 넥슨코리아 기술본부장, 배준영 넥슨코리아 플랫폼본부장, 임진식 스노우플레이크 코리아 SE 총괄 등 현장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한 대담에서는 단순한 AI 모델 교체가 아닌, 기업의 고유한 컨텍스트(맥락)를 담아내는 데이터 거버넌스와 표준화의 중요성이 생생하게 다루어졌다.
많은 기업이 AI 모델 자체의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의 전문가들은 결국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은 '데이터'에서 갈린다고 입을 모은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약 57%가 자사 데이터가 아직 AI를 받아들일 준비(AI-Ready)가 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류청훈 본부장은 "많은 분들이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테니 데이터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장의 결과는 정반대"라며 "모델은 빠르게 커모디티(Commodity·범용화)가 되고 있지만, 우리 게임과 서비스의 맥락이 담긴 데이터는 결코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배준영 본부장 역시 "최근 LLM 버전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주요 스타트업들이 문을 닫거나 프로젝트를 중단해야 하는 케이스를 많이 봤다"며 "이런 급격한 변화 속에서 외부가 대신해주지 못하는 본질은 결국 데이터"라고 맥락에 필요한 컨텍스트 데이터를 만드는 데 집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이라도 정확한 데이터가 바탕에 깔려 있지 않으면 속된 말로 '거짓말을 하는 모델'이 되어 의미 없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모노레이크(Monolake)'는 넥슨의 모든 게임 데이터가 하나로 모여 있는 거대한 데이터 호수이자, 누구나 같은 기준으로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전사 데이터 플랫폼이다.
과거 넥슨은 중요한 데이터가 여러 조직에 파편화되어 있어 데이터를 하나 얻으려면 담당 부서에 문의하고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데이터 사일로' 문제를 겪고 있었다. 모노레이크 1.0은 이러한 사일로를 깨부수고 사람이 데이터를 쉽게 쓰게 하는 '데이터 민주화'를 목표로 구축됐다.
류청훈 본부장은 모노레이크 1.0의 결정적 성공 비결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분리되어 있던 DB를 스노우플레이크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하겠다는 경영진의 과감한 의사결정이었고, 둘째는 표준화된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이었으며, 셋째는 이를 통해 비용 25% 절감과 17배 이상의 성능 향상을 숫자로 입증해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낸 것이다.
배준영 본부장은 "과거에는 운영이나 CS 조직에서 데이터 접근이 어려워 개발팀에 추출 요청을 하고 전달받는 과정에서 지연이 심했다"면서도 "데이터 리터러시를 높이고 직접 데이터를 직접 활용하게 되면서 유저 응답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커뮤니티에서 '넥슨이 드디어 일을 하기 시작했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라며 실제 성과를 전했다.
넥슨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AI가 데이터를 스스로 이해하고 활용하게 만드는 '모노레이크 2.0' 즉, AI 레디 데이터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
모노레이크 2.0이 지향하는 AI 레디 데이터를 위해서는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것을 넘어 세 가지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첫째는 AI가 SSO 인증 등의 방해물 없이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 둘째는 매출이나 DAU 등의 명확한 의미 표준화와 신뢰성 확보, 셋째는 데이터 간의 연결 관계와 맥락 해석이다.
넥슨은 용어의 의미를 정의하고 그 위에 판단 기준을 입히는 작업을 '온톨로지(Ontology)'라 명명하고, 이를 전사적으로 수집·구조화하는 '온톨로지 팩토리'를 가동 중이다.
류청훈 본부장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현업이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 즉 컨텍스트가 얼마나 정확하게 온톨로지에 녹아내어지는가"라며 "현업 베테랑분들의 판단 기준은 대부분 경험적인 암묵지 형태이기 때문에 정규식이나 명확한 규칙으로 설명해달라고 하면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암묵지를 얼마나 잘 끌어내서 데이터를 구조화하느냐가 결국 AI의 품질을 좌우한다"라며 기술팀과 현업 부서 간의 긴밀한 콜라보레이션을 강조했다.
임진식 총괄 역시 외부의 시선에서 "넥슨은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내 해커톤이나 교육을 열어 공급자 입장에서 소비자인 사내 직원들이 제품을 어떻게 잘 쓸지 철저하게 고민했다"며 "리더십의 강력한 스폰서십과 조직 내부의 변화 관리가 동반된 매우 이례적이고 성공적인 케이스"라고 평가했다.
온톨로지 팩토리를 통해 구현된 모노레이크 2.0의 강력한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AI 서치'다.
AI 서치는 직원이 자연어로 "오늘 매출이 어때?", "오늘 비가 오는데 내 매출에 영향이 있어?"라고 질문하면, AI가 맥락을 분석해 자동으로 리포트를 생성하고 결과를 도출해 주는 서비스다.
류청훈 본부장은 "처음 메이플스토리M에 도입할 때만 해도 '정말 날씨나 뉴스를 연동해 매출과 동접을 분석해 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지만, 실제 동작하며 자연스러운 레포트를 뽑아내는 것을 보며 현업이 큰 효능감을 느끼고 있다"며 "잘못된 데이터가 나오더라도 강화 학습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정해 나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프라의 변화는 조직원들이 일하는 마인드셋 자체를 바꾸어 놓고 있다. 임진식 총괄 디렉터는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를 들며 "과거 데이터 조직은 비즈니스 유닛이 문제를 주면 숙제만 해주는 '문제 해결자' 역할에 머물렀지만, AX가 적용되면서 스스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발굴하고,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앱과 템플릿을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체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종적으로 모노레이크 2.0은 넥슨의 본업인 게임 비즈니스의 고도화와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로 연결된다. 방대한 빅데이터 중에서 유저 캐릭터가 어떤 보스를 깨지 못하고 있는지, 어떤 행동 패턴을 보이는지 AI가 스스로 파악하고 학습해 개별 유저에게 꼭 맞는 케어와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류청훈 본부장은 "내부 테스트를 돌렸을 때 유저 케어 측면에서 굉장히 좋은 성과와 정확도를 보이고 있어 조만간 구체적인 서비스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은 이렇게 내부에서 검증된 모노레이크 2.0의 기술력과 데이터 노하우를 혼자만 독점하지 않고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넥슨의 게임 론칭 및 운영 통합 플랫폼인 '게임스케일(GameScale)'에 이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기능들을 탑재해 향후 외부에 오픈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배준영 본부장은 "그동안 인하우스 개발 위주로 진행하다 보니 외부 오픈을 위해서는 더 친절한 다큐먼트나 보안 연결 지점 등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면서도 "언제 하겠다는 구체적 시점보다는, 게임업계에 기여할 수 있는 형태로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구조적인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담의 마무리에서 한운희 대표는 "어제 키노트에서 AI를 지난 30년간 축적해 온 '맥락 자본'이라 표현한 것이 기억난다"며 "모노레이크 역시 넥슨의 거대한 '맥락 자본'이자 차세대 경쟁력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