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케빈 워시 체제'로 닻을 올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첫 무대부터 금융시장에 강력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충격을 던졌다. 기준금리는 동결했으나 점도표를 통해 연내 금리 인상 카드를 전격 꺼내 들면서 고금리 장기화에 베팅하던 시장의 심리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이 여파로 뉴욕증시와 채권 가격은 일제히 폭락했고, 달러화 가치만 홀로 치솟는 전형적인 긴축 발작 현상이 재현됐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06.51포인트(-0.97%) 밀린 51,493.16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91.22포인트(-1.21%) 후퇴한 7,420.13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354.69포인트(-1.34%) 낙마한 26,021.66에 장을 마쳤다. 유동성 축소 우려에 직격탄을 맞은 마이크로소프트(-3.80%), 메타(-5.44%), 알파벳(-2.53%), 아마존(-3.46%) 등 대형 빅테크 기업들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3거래일 연속 랠리를 펼치며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스페이스X마저 상장 이후 첫 조정(-4.95%)을 겪었다. 반면 마이크론 테크놀러지(2.20%)와 웨스턴디지털(4.56%) 등 메모리 반도체 섹터는 업황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 방어벽을 쳤다.
자산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핵심 도화선은 연준 위원들의 급격한 견해 변화다.
연준은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3.50∼3.75%로 동결했으나, 함께 공개한 수정 경제전망 점도표에서 시장의 허를 찔렀다. 지난 3월만 해도 연내 1회 인하(중간값 3.4%)를 예상했던 연준 위원들이 불과 석 달 만에 연내 1회 인상(중간값 3.8%)으로 방향타를 완전히 꺾은 것이다.
특히 전체 위원 중 9명이 연내 1회 이상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적어내며 긴축 의지를 노골화했다. 평소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에 비판적이었던 케빈 워시 의장은 본인의 점도표를 제출하지 않는 파격을 선보이면서도, 기자회견을 통해 연준 커뮤니케이션·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 등 5개 영역의 구조개혁 태스크포스(TF) 출범을 발표하며 강력한 체질 개선을 예고했다.
연준의 정책 경로가 청신호에서 적신호로 바뀌자 통화정책 변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기 채권 시장이 먼저 요동쳤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하루 만에 0.17%포인트 폭등한 4.21%를 기록하며 채권 가격 폭락을 이끌었다. 글로벌 자산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0.07%포인트 상승한 4.499%까지 치솟으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4.5% 선을 바짝 위협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 조사 결과, 하루 전 60% 수준이던 연내 1회 이상 금리 인상 확률은 기습적으로 86%까지 치솟으며 시장이 연준의 긴축 신호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외환과 원자재 시장도 매파 연준의 파고를 피하지 못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0.9% 급등한 100.45를 기록하며 강달러 독주 체제를 굳혔다. 반면 달러의 대체재인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4,299.89달러로 0.7% 밀려났다.
이 와중에 국제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를 두고 "최종 합의안이 아니며, 이란의 행동이 불량할 경우 공습을 재개하겠다"라며 지정학적 불안감을 재점화한 탓에 브렌트유(배럴당 79.55달러, 0.7%↑)와 WTI(배럴당 76.79달러, 1.0%↑) 모두 반등해 향후 인플레이션 자극 우려를 키웠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이번 FOMC가 '워시 체제'의 잔혹한 예고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동 종전 무드로 유가가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으나, 백악관의 돌출 발언과 연준의 체제 개혁 의지가 맞물리며 시장의 긴축 공포를 극대화했다는 평이다.
긴축의 고삐를 다시 조이겠다는 연준의 독자적인 노선이 확인된 만큼, 당분간 글로벌 자산 시장은 달러 자산으로의 쏠림 현상과 함께 비위험 자산 회피 심리가 고착화되는 냉각기를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 청년일보=안정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