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SPC, 제조 현장의 오랜 기준"
제조 현장에서 불량을 잡아내는 방법은 오랫동안 비슷했다. 작업자가 일정 간격으로 샘플을 채취하고, 관리도(Control Chart)에 수치를 기입하며 공정이 정상 범위 안에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를 SPC(Statistical Process Control, 통계적 공정관리)라고 부른다. 월터 슈하트가 1920년대에 개발하고, 에드워즈 데밍이 전 세계 제조 현장에 전파한 이 방법론은 수십 년간 품질관리의 근간을 이뤄왔다.
그러나 SPC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샘플링 기반이기 때문에 샘플과 샘플 사이 구간에서 발생하는 이상은 놓치기 쉽다. 또한 관리도를 해석하고 대응 조치를 결정하는 주체가 사람인 만큼, 숙련도에 따라 판단의 질이 달라진다. 공정 변수가 수백 개에 달하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같은 초정밀 산업에서는 이 한계가 더욱 두드러진다.
◆ AI를 만난 SPC, 무엇이 달라지나
최근 스마트팩토리 업계에서 주목받는 변화는 SPC에 AI가 결합되는 흐름이다.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실시간 전수 모니터링이다. 기존 샘플링 방식 대신 설비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분석한다. 샘플 간 간격에서 발생하는 이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둘째, 이상 예측이다. 전통 SPC가 관리한계선을 벗어난 시점에 경보를 울리는 사후 감지 방식이라면, AI-SPC는 데이터 패턴을 학습해 이상이 발생하기 전 단계에서 징후를 포착한다. 불량이 나오기 전에 공정을 멈출 수 있다는 뜻이다.
셋째, 자동화된 대응(OCAP)이다. OCAP(Out-of-Control Action Plan)은 공정 이상 발생 시 취해야 할 조치를 미리 정의한 절차서다. AI와 결합하면 이상 감지 즉시 대응 가이드를 자동 제시하거나, 설비를 직접 제어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숙련 엔지니어의 경험에 의존하던 '이상 → 분석 → 조치' 사이클이 대폭 단축된다.
◆ 팩토바, FDC-SPC-OCAP 통합 루프로 구현
LG CNS의 스마트팩토리 통합 솔루션 '팩토바(Factova)'는 이 세 요소를 하나의 루프로 묶어낸 사례다. 팩토바는 설비 이상 감지(FDC), 공정 품질 관리(SPC), 이상 발생 대응(OCAP)을 연계해 공정 결함을 사전에 예측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생산 수율을 높이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FDC(Fault Detection and Classification)가 설비 단위의 이상 신호를 잡아내면, SPC가 공정 전체의 품질 변동을 통계적으로 추적하고, OCAP이 자동으로 대응 절차를 실행하는 방식이다. 산업공학에서 말하는 PDCA 사이클이 실시간으로 자동화된 구조라고 볼 수 있다.
팩토바는 반도체·디스플레이·항공우주·의료기기 등 초정밀 공정 산업을 주요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현재 국내외 제조 현장 10만 개 이상의 설비에 적용되고 있다. 이들 산업은 공정 변수가 많고 불량 발생 시 손실이 크기 때문에, AI 기반 예측 품질관리의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분야다.
◆ 북미 시장으로, 중소·중견까지 확장
LG CNS는 지난 5월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 'IoT 테크 엑스포 2026'에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참가해 팩토바를 글로벌 무대에 소개했다. IBM, SAP,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 기업이 독자 솔루션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셈이다.
전략적으로 주목할 대목은 적용 대상의 확장이다. 기존에는 LG그룹 내 대규모 제조 현장에서 검증된 기술이었지만, 이제 중소·중견 제조기업으로 보급을 넓히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팩토리 시장은 2026년 약 4,267억 달러 규모에서 2031년까지 연평균 9.6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기업 중심의 고도화 단계를 넘어 중소기업 저변 확대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 남은 과제
기술적 가능성과 별개로 현장 도입에는 현실적인 허들이 있다. AI 모델이 학습하지 못한 신규 불량 유형에 대한 대응, 공정 조건 변경 시 모델 재학습 주기 관리, 그리고 현장 작업자와 시스템 간의 신뢰 구축 문제가 대표적이다. 숙련 기술자의 경험적 판단을 데이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SPC는 더 이상 작업자가 관리도를 손으로 그리는 도구가 아니다. AI가 수만 개의 변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이상이 발생하기 전에 먼저 움직이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팩토바가 보여주는 FDC-SPC-OCAP 통합 루프는 그 변화의 현재 좌표다.
【 청년서포터즈 9기 황다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