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치료보다 먼저 마주하는 벽, 사회적 낙인

등록 2026.06.27 14:00:00 수정 2026.06.27 14:00:09
청년서포터즈 9기 김아령 aryung361@gmail.com

 

【 청년일보 】 폐쇄병동 문이 닫히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 무게를 실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과 정신건강복지센터 실습을 나가며 수많은 대상자를 만났다. 그들 중에는 스스로 치료받고 싶다는 의지가 분명했음에도, 가족의 반대나 주변의 시선 때문에 치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우리 집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알려지면 어떡하냐'라는 말 한마디가, 당사자가 수년간 쌓아온 용기를 무너뜨리기도 했다.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주변이 조금만 달랐더라면. 이 기사는 그 물음에서 시작한다.

 

◆ 정신질환은 '마음이 약한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정신질환을 의지력의 문제로 본다. 하지만 정신질환은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유전적 기질, 어린 시절의 경험, 반복된 스트레스, 사회적 고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발생한다. 즉 '나약해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의 문제다.
물론 인지행동치료처럼 본인의 적극적인 노력이 효과를 내는 치료법도 있다.

 

그러나 조현병, 양극성장애, 중증 우울증의 경우 의지만으로 조절하기는 극히 어렵다. 골절된 다리에 '더 열심히 걸어보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의지력만을 강조하는 것은 치료의 기회를 빼앗는 일이 될 수 있다.

 

인식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실시한 '2024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은 일종의 뇌기능 이상일 것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2022년 49.3%에서 2024년 61.4%로 증가했으며, '누구나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응답도 90.5%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내가 정신질환에 걸리면 몇몇 친구들은 나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라는 응답은 2022년 39.4%에서 2024년 50.7%로 오히려 높아졌다. 정신질환을 이해하면서도, 막상 당사자가 되면 외면당할 거라는 두려움은 더 커진 셈이다.

 

◆ 국민 10명 중 7명…정신건강 문제는 이미 우리 곁에 있다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전국 15~69세, 3천명 대상)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비율은 2022년 63.8%에서 2024년 73.6%로 증가했으며, 우울감·스트레스·불면 등의 문제를 겪은 비율이 특히 높았다. 10명 중 7명 이상이 이미 경험하고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치료나 상담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소수다. 정신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 중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비율은 12.1%에 불과했으며, 한국의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7.2%로 미국 43.1%, 캐나다 46.5%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사회다.

 

◆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장벽이 될 때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치료 의지를 꺾는 주변이었다. '정신병원에 입원하면 기록이 남는다', '의지가 약한 거다', '우리 집안에 그런 사람은 없었다'라는 말들이 현실적인 치료의 벽이 되고 있었다.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을 줄이는 것만큼, 어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아는 것도 시급하다. 2024년 조사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 인지도는 58.1%,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인지도는 23.3%로, 정신건강 문제 경험률이 높아진 것과 반대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로에 대한 인지는 오히려 낮아졌다.

 

◆ 치료 이전에, 일상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들

 

가장 가까운 곳에 행정복지센터(주민센터)가 있다. 전국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심리상담 바우처 신청을 연계해주며, 바우처를 통해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를 총 8회 지원받을 수 있다. '복지로'에서 온라인 신청도 가능하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상담을 넘어 만성 정신질환자를 위한 사례 관리, 재활 프로그램, 자조모임까지 운영한다. 지역사회 내 정신건강 서비스의 기초 인프라로 중증 정신질환자의 등록·사례관리부터 지역주민을 위한 정신건강 교육과 예방 프로그램까지 수행하고 있다.

 

전화나 대면이 부담스럽다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을 활용할 수 있다. 카카오채널 또는 앱을 통해 익명으로 비대면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청년층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창구다.
 


【 청년서포터즈 9기 김아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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