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정책과 판결이 쌓인다…의료의 발판일까, 거대한 장벽일까

등록 2026.06.28 13:00:00 수정 2026.06.28 13:00:08
청년서포터즈 9기 정은수 eoin1@naver.com

 

【 청년일보 】 국내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붕괴 징후가 곳곳에서 보인다. 사법부의 판결, 보건당국의 규제 중심 정책 기조는 과연 임상 현장을 지속 가능하게 유도하고 있을까. 의학의 본질적 가치와 의학적 판단보다 때때로 제도적 규제에 부합하는지,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운지가 우선시되는 현실이다. 과연 제도와 판례는 의료 발전의 발판이 되고 있을까, 아니면 견고한 장벽이 되고 있을까?

 

◆ 현실과 다른 현장 규제와 성과 기반 보상제의 구조적 한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경직된 기준은 필수 의료 위축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분만 산부인과 의원에 부과한 7억 원 규모의 요양 급여비용 환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일반 병상(다인실) 의무 보유 비율(50%)’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감염 예방과 산모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1~2인실 위주로 병상을 구성해 운영해 왔어도, 행정 소송 과정에서 정부가 현장의 비판을 수용하여 해당 규정을 20%로 하향 조정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도 사법부는 환수 처분을 그대로 인정했다. 제도가 바뀌기 전에 발생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고품질 의료 서비스 및 선제적으로 원내 감염 차단이라는 임상적 타당성보다 행정적 형식주의를 우선한 사례이다.

 

같은 맥락에서 더욱 우려되는 지점은 심평원이 점진적으로 도입을 시도 중인 ‘성과 기반 보상제’의 전면 도입이다. 이는 2025년 개최된 세계가정의학회 아시아태평양 학술대회에서 각국의 1차 의료 전문가들로부터 심각한 부작용 우려가 제기되었던 쟁점이다. 임상적 지표나 치료 성과에 따라 재정적 보상을 차등 지급하는 제도는 의료의 본질적 한계를 간과하고 있다.

 

병원은 신이 머무는 공간이 아니며 만병통치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편적인 성과 지표만을 강제할 경우, 기저질환이 복잡한 고령 환자나 완치할 수 없는 중증 만성 질환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일수록 낮은 평가를 받게 된다. 결국 의료기관들이 지표를 방어하기 위해 위험도가 높은 환자를 기피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태를 심화시킬 수 있다.

 

치료 재료대 포괄주의(일회용 재료의 별도 보전이 안 돼 위생적인 플라스틱 질경 대신 차가운 금속 질경을 재사용하게 만드는 구조적 한계)와 같은 심평원의 기준은 국제표준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의료기관은 의료진의 사명감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의료 인력과 행정 조직이 결합한 사업장이다. 적절한 보상과 법적 안전망이 없다면 필수 의료 유지는 불가능하다. 과거 권역외상센터의 만성적 적자 구조, 많은 젊은 의사들이 고위험 필수 의료를 기피하며 이동하는 현상은 선의와 노력이 비난과 소송이라는 족쇄로 돌아오는 시스템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다.

 

◆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수가 협상, 유지가 불가능한 필수 의료의 미래

 

최근 타결된 2027년도 유형별 요양 급여비용(수가) 협상 결과는 정부의 필수 의료 살리기 기조와 배치된다. 통계청 기준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6%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에 비해 중증, 응급 환자의 수술과 치료를 담당하는 병원급 의료기관 수가 인상률은 전년 대비 0.8%p 감소한 1.2%에 그쳤으며, 결렬된 의원급 역시 1.6%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약국 유형은 3.7%를 기록했고, 건강 보험 통계상 내원 일수와 환자 수가 유일하게 감소세를 보인 한방 영역은 1.1%p가 증가한 3.0%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수가 협상 당사자는 ‘약국 유형이 정말 어려운 경영 상황에 있어서’, ‘한방 유형의 환산지수 인상을 통한 보상 필요’라는 논리를 펼쳤다.

 

보건당국은 객관적인 위험도와 임상적 시급성,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고려하기 보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외과계, 응급, 분만 현장을 홀대하는 정책적 모순을 범했다. “신뢰와 존중, 소통과 배려”를 내세운 협상의 결과라기에는 임상 최전선의 박탈감이 너무도 크다.

 

의료기관의 원가 압박이 매년 높아지는 상황 속, 행정 편의적인 규제 정책과 사후 결과론적인 사법 판단이 지속된다면 국민의 생명을 최전선에서 지키는 안전망은 작동할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의 진정한 역할은 한정된 보건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국민의 필요에 보답하고 붕괴 위기에 처한 필수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규제와 판결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의료 환경을 무너뜨리는 거대한 장벽이 되어 가고 있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정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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