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생명의 연장을 넘어 존엄한 마무리로"…재가복지 현장 간호사의 '옹호자' 사명

등록 2026.07.12 09:00:00 수정 2026.07.12 09:01:10
청년서포터즈 9기 박정은 wjddms050606@naver.com

초고령사회 '웰다잉'과 연명의료결정제도 활성화 필요성 제기

 

【 청년일보 】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어르신들의 건강한 노후(Well-aging)를 돕는 것만큼이나 최근 보건의료계에서 무겁게 대두되는 화두가 있다. 바로 '어떻게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것인가(Well-dying)'에 대한 질문이다.

 

이에 단순한 신체적 건강 유지를 넘어, 생애 말기를 앞둔 대상자의 '자기결정권'을 지키는 간호사의 윤리적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과거 약 1년간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며 생사의 경계에 놓인 치열한 의료 현장을 몸소 겪었다. 그곳에서 가장 뇌리에 깊게 박힌 장면은 수많은 기계와 관에 의존한 채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환자들의 모습이었다.

 

최근 전공 수업인 '간호윤리와 전문직'을 수강하며 당시의 경험을 윤리적 관점에서 다시금 성찰하게 되었다.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의료진의 '선행의 원칙'이, 때로는 무의미한 연명 치료로 이어져 고통을 가중시키는 '악행금지의 원칙'과 충돌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마주한 것이다. 과연 의학적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의 기계적 생명 연장이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 최선인지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고민의 해답은 역설적이게도 병실 밖, 지역사회 현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보건의료통합봉사회 중앙본부원으로서 재가복지 노인 방문 봉사를 기획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어르신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많은 어르신들이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다", "아파도 기계에 매달려 억지로 살고 싶지는 않다"며 존엄한 마무리를 갈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뜻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해서는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 제대로 알지 못하시거나 오해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최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 주최한 수기 공모전에 참여하며 관련 사례들을 취재하고 글을 작성한 경험은 필자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다. 훌륭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더라도, 현장에서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이를 설명하고 제도를 연결해 줄 전문가가 없다면 그 권리는 온전히 보장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재가복지 현장 간호사의 진정한 가치와 새로운 역할이 빛을 발한다. 병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로 들어간 간호사는 단순한 처치자나 건강 관리자를 넘어, 환자의 권리를 대변하는 '옹호자(Advocate)'가 되어야 한다.

 

어르신들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며, 환자 스스로 자신의 생애 말기 돌봄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앞으로의 지역사회 간호 핵심 역량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현대 의학의 발전은 우리에게 더 긴 수명을 선물했지만, 그 길어진 삶의 끝을 아름답게 맺는 것은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정한 간호란 생명의 길이를 연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의 질과 마지막 순간의 존엄까지 든든하게 지켜내는 것이다.

 

예비 간호사이자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청년 기자로서, 우리 사회의 모든 대상자가 병실 밖에서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웰다잉 문화' 정착과 간호사의 옹호자 역할에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 청년서포터즈 9기 박정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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