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 소득만으로 내 집 마련 불가능"…청년층 '빚투' 쏠림현상 심화

등록 2026.07.19 08:00:00 수정 2026.07.19 08:00:08
이창현 기자 chlee3166@youthdaily.co.kr

日 분슌 "구조적 사회·경제적 압박에 청년들 주식투자 몰려"
청년 43.7% "예·적금 해지·대출 활용…투자 자산 비중 확대"

 

【 청년일보 】 최근 코스피 강세 속 청년들 사이에서 예·적금을 깨고 신용대출까지 끌어다 쓰는 일명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치솟는 집값과 벌어지는 자산 격차 속에서 근로 소득만으로는 주거 진입 장벽을 넘을 수 없다는 절망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상승장에 소외되지 않으려는 심리로 인해 고위험 상품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청년층의 투자 실태에 적잖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증시가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경우 원금 손실을 넘어 부채, 신용불량자 전락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위기'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시사 주간지 분슌(문예춘추) 온라인판은 한국의 주식 투자 열풍을 조명했다. 해당 매체는 구조적인 사회·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한국 청년들이 주식 투자에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 안정과 반도체 산업 호황을 배경으로 한국 증시가 급등하고 있다"면서 "2024년 12월 계엄령 선포 이후 한국을 떠났던 해외 투자자들이 돌아오고 있으며, 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수요 확대가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현재의 투자 열풍 이면에 자리 잡은 불안 요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매체는 한국 경제지 간부의 말을 인용해 "주식시장에서 오르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라면서 "반도체는 지금 슈퍼사이클에 들어가 있지만 반드시 침체기가 온다. 그렇게 되면 주식시장은 폭락하고 한강에 뛰어드는 사람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일본 매체의 분석은 실제 국내 설문조사 데이터와도 부합한다. 청년정책 플랫폼 '열고닫기'의 청년 데이터 연구소가 지난 2월 청년 3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3년 전 가장 선호했던 자산으로 '예·적금(54.0%)'을 꼽았던 비율은 20.9%로 반토막 이상 급감했다. 반면 국내외 주식 선호도는 31.2%에서 65.3%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흐름이 대출 등을 동반한 무리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응답자의 43.7%는 향후 '예·적금을 해지하거나 대출을 활용해 투자 자산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답해, 안전 자산 비중을 늘리겠다는 응답(29.9%)을 크게 웃돌았다.

 

청년들이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배경에는 근로 소득만으로는 자산을 늘릴 수 없다는 회의감이 자리 잡고 있다. 청년의 절반에 가까운 46.7%가 "근로 소득만으로는 자산 증식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급여와 저축만으로 메울 수 없는 주거 진입 장벽과 자산 격차 속에서, 청년들에게 주식은 사실상 유일한 신분 상승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한국 증시의 특성상 반도체 등 특정 업황에 과도하게 편중돼 있어, 향후 하강 국면(다운사이클)이 도래했을 때 변동성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년층이 입을 타격은 단순한 개인의 손실을 넘어 심각한 사회적 재앙으로 번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청년들이 주식판으로 내몰리는 것은 탐욕 때문이 아니라, 노력의 대가가 자산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 모순 때문"이라면서 "주식 투자의 종착지가 결국 '내 집 마련'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부동산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주거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신혼부부 대상 공공임대 및 분양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한편, 처음 주택을 구입하는 청년층에게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를 생애 주기적 관점에서 유연하게 적용해 줄 필요가 있다"면서 "주거가 안정되면 불안 심리에 쫓겨 무리한 '레버리지'를 감행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근로 소득이 존중받는 사회 구조를 만들고, 투기가 아닌 '건전한 장기 투자'가 제도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세제와 규제를 전면 재설계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시급한 책무"라고 덧붙였다.

 

원규희 열고닫기 대표는 "특히 수도권에서 일하는 청년들에게는 월급이 올라도 주거비와 생활비를 부담하고 나면 자산을 축적할 여력이 크지 않다"면서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면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보다 투자하지 않으면 영원히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더 강하게 작동하는 것 같다"고 짚었다. 

 

원 대표는 투자관이나 장기적인 관점 없이 단기성 수익만을 좇거나, 상승장에 소외되지 않으려는 심리로 주식을 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과 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청년들이 대출이나 신용거래까지 활용해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이 급락한다면, 투자 손실이 주거·부채·고용 문제와 결합해 심각한 생활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청년층의 소득과 부채 수준을 고려해 신용융자 한도를 보다 세밀하게 관리하는 한편, 신용대출·카드론 같은 자금이 고위험 투자로 과도하게 유입될 경우 금융회사가 선제적으로 경고하고 상담을 제공하는 관리 체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원 대표는 "가장 시급한 대안은 청년들에게 적금상품 하나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소득과 부채, 주거 상황에 맞춰 자산을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청년 자산관리 로드맵'을 그려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저작권자 © 청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당산로35길 4-8, 5층(당산동4가, 청년일보빌딩) 대표전화 : 02-2068-8800 l 팩스 : 02-2068-8778 l 법인명 : (주)팩트미디어(청년일보) l 제호 : 청년일보 l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6 l 등록일 : 2014-06-24 l 발행일 : 2014-06-24 | 회장 : 김희태 | 고문 : 고준호ㆍ오훈택ㆍ고봉중 | 편집국장 : 강필수 | 편집·발행인 : 김양규 청년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19 청년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youth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