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아이 60%, 가정이 아닌 시설로"…'보호출산제' 시행 2년의 '그늘'

등록 2026.07.19 18:00:41 수정 2026.07.19 18:00:41
조성현 기자 j7001q0821@youthdaily.co.kr

출생통보·보호출산제 도입 2년, 아동 보호 원칙 세웠지만 '보금자리' 한계
보호출산 아동 189명 중 115명 시설로 이동…위탁가정 연계는 30% 그쳐
"생후 첫 1년, 애착 형성 결정적 시기…가정형 보호 우선 제도 도입 시급"

 

【 청년일보 】 위기 임산부가 가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돕는 '위기임신보호출산제'와 영아 유기를 막기 위한 '출생통보제'가 시행된 지 2년을 맞이했다. 태어나는 모든 아동을 국가 체계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지만, 정작 제도를 통해 태어난 아이들의 첫 보금자리가 가정이 아닌 '시설'로 향하고 있어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국회 남인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제도 도입 시점인 2024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보호출산을 통해 태어난 아동은 총 189명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들 중 60%가 넘는 115명이 아동양육시설로 보내졌다는 점이다. 반면, 일반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양육을 받을 수 있는 위탁가정으로 연계된 아동은 58명(30%)에 머물렀다. 보호출산 아동 5명 중 3명은 태어나자마자 차가운 시설의 품에서 사회의 첫발을 내딛고 있는 셈이다.

 

아동복지 전문가들은 영유아기 시설 보육이 아동의 정서적·신체적 발달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동의 출생 후 36개월 이전, 특히 생후 첫 1년은 주양육자와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평생에 걸친 애착이 형성되는 결정적인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엔아동권리협약과 국내 아동복지법, 정부의 ‘제3차 아동정책 기본계획’ 역시 아동을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보호하는 ‘가정형 보호’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지원 부족과 제도적 빈틈 탓에 현장에서는 여전히 시설 보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가정위탁 지원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사례는 가정형 보호의 필요성을 여실히 증명한다. 출생 직후 일시보호시설로 보내졌던 유현이(가명)는 지병을 앓고 있었으나, '아이는 가정의 품에서 자라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위탁부모를 만나 가족이 됐다. 세심한 가정 돌봄과 지속적인 치료 덕분에 유현이는 지병을 완치하고, 현재는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이 사랑을 받으며 밝게 성장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제도의 빈틈을 메우기 위한 민간 기관의 고군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가정위탁보호 사업의 효시인 초록우산은 보호출산제 시행 이후 위탁가정으로 연계된 아동 58명 중 약 70%에 달하는 40명을 자사 가정위탁지원센터를 통해 직접 가정과 매칭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민간의 선의나 특정 기관의 노력에만 의존해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신생아나 건강상 특별한 돌봄이 필요한 고위험군 아동을 전문적으로 맡을 위탁부모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발굴·양성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아울러 지역별로 편차가 큰 위탁가정 지원책을 상향 평준화하고, 출산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진 현행 법·제도를 '가정형 보호 활성화' 측면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행정 절차상 발생하는 의료 공백 문제도 시급한 과제다. 보호출산 아동은 출생 배경 정보가 부족한 데다, 임시신생아번호에서 주민등록번호로 식별번호가 여러 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진료나 예방접종 기록이 누락될 위험이 크다. 이에 따라 영아와 고위험 아동의 정밀검진 및 긴급 치료비를 국가가 전액 책임지고 보장하는 법적 근거 마련이 요구된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은 "보호출산제 시행 2년을 맞아 국가 체계 아래 안전하게 태어난 아동들이 어디서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할 때"라며 "정부와 국회는 출생 환경과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시설이 아닌 따뜻한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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