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언대] 추천은 넘치는데 고를 것은 없다…잘파세대가 느끼는 '알고리즘 피로'

등록 2026.08.01 10:00:00 수정 2026.08.01 10:00:09
청년서포터즈 9기 최정윤 helwh@naver.com

 

【 청년일보 】 유튜브와 OTT, 쇼핑 앱을 실행하면 사용자가 직접 검색하기도 전에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와 상품이 화면을 채운다. AI 추천 알고리즘이 이용 기록과 취향을 분석해 선택지를 대신 골라주는 것이다.

 

추천 기능은 수많은 정보 속에서 탐색 시간을 줄여주는 편리한 기술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비슷한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이용자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보다 자신의 취향 안에 갇히고 있다.

 

◆ 선택을 줄여주는 AI…그런데 왜 더 오래 찾아볼까

 

추천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빠르게 찾도록 돕는다. 사용자가 이전에 시청하거나 구매한 항목을 분석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를 우선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추천의 정확도가 높아져도 결정이 반드시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영상과 상품이 계속 등장하면 이용자는 목록을 반복해서 넘겨보며 더 나은 선택지를 찾게 된다. OTT를 실행한 뒤 볼 작품을 정하지 못한 채 목록만 살펴보거나, 쇼핑 앱에서 비슷한 상품을 계속 비교하다 구매를 포기하는 경험이 대표적이다.

 

◆ 새로운 콘텐츠를 원하지만 추천되는 것은 '비슷한 것'

 

추천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과거 선택을 중심으로 다음 선택지를 예측한다. 좋아하는 장르와 비슷한 콘텐츠를 찾는 과정은 편리해졌지만, 예상하지 못한 취향을 발견할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

 

음악 플랫폼에서 특정 장르를 반복해서 들으면 유사한 곡이 계속 추천되고, 숏폼 플랫폼에서 하나의 영상을 오래 보면 비슷한 주제의 영상이 연이어 등장한다. 이용자의 관심을 정확하게 파악할수록 추천 범위는 오히려 좁아지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이다.

 

◆ 추천의 편리함이 '알고리즘 피로'로 바뀌는 순간

 

알고리즘 피로는 단순히 추천 콘텐츠가 많아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사용자는 자신의 취향이 어떻게 분석되고, 특정 콘텐츠가 왜 추천됐는지 알기 어렵다. 추천 기준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유사한 콘텐츠가 반복되면 이용자는 알고리즘을 신뢰하기보다 추천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검색어를 입력하거나 시청 기록을 삭제하기도 한다.

 

또한 자동재생과 무한 스크롤이 결합되면 이용자는 선택을 마쳤음에도 다음 콘텐츠를 계속 소비하게 된다. 선택을 돕기 위한 기술이 오히려 사용자의 시간과 주의력을 더 많이 요구하는 구조로 변한 것이다.

 

◆ '정확한 추천'만으로는 좋은 시스템이 될 수 없다

 

좋은 추천 시스템은 단순히 예측 정확도가 높은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용자가 얼마나 적은 시간과 노력으로 원하는 선택에 도달하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현재 많은 플랫폼은 클릭률과 시청시간, 구매 전환율처럼 측정하기 쉬운 수치를 중심으로 추천 성능을 평가한다.

 

그러나 이용자가 추천 과정에서 얼마나 피로를 느꼈는지, 원하는 선택을 얼마나 빠르게 완료했는지, 새로운 콘텐츠를 발견했는지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추천 정확도가 높아도 이용자가 같은 선택지만 반복해서 보거나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시스템이라고 보기 어렵다.

 

◆ 추천 알고리즘은 '선택권을 돌려주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알고리즘 피로를 줄이기 위해서는 추천 이유와 반영 기준을 이용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한다. 비슷한 콘텐츠와 새로운 콘텐츠의 노출 비율을 직접 조절하고, 관심 없는 추천을 일시적으로 차단하거나 특정 시청 기록을 추천 데이터에서 제외하는 기능도 필요하다.

 

또한 '나를 위한 추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 추천, 새로운 장르 탐색 등 기존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 이용자가 알고리즘에 일방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추천 방식과 범위를 직접 관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 AI는 선택을 대신하는 기술이 아닌, 선택을 돕는 기술이어야 한다

 

AI 추천 기술은 이미 이용자의 취향을 높은 수준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정확한 예측이 아니라, 이용자가 자신의 선택을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드는 설계다. 추천 시스템의 목표가 사용시간과 클릭 수를 늘리는 데만 머문다면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용자의 피로도 함께 커질 수 있다.

 

AI는 사용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결정해주는 존재가 아니라, 원하는 것을 더 편안하게 발견하도록 돕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앞으로 추천 알고리즘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이용자가 얼마나 적은 시간과 피로로 만족스러운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최정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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