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자신이 살던 곳에서 존엄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커뮤니티 케어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환자의 평생 건강 데이터가 특정 병원에 머무르지 않고 의료기관 간 원활하게 연계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보건의료 현장은 대형 의료기관이 데이터를 독점하고 환자는 본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제한적인 정보만 겨우 제공받는 '병원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었다. 진료비를 부담하는 주체는 환자이지만, 법적으로 의무기록의 원본 소유권은 의료기관에 귀속되어 있어 정작 환자는 자신의 데이터에 자유롭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폐쇄적 구조를 깨부수고 의료의 주도권을 환자에게 돌려주는 '의료 마이데이터(Personal Health Record, PHR)'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이 세계적인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자 스스로 본인의 의료 정보를 다운로드하고 통제하는 시스템(PAEHR)을 도입한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환자의 데이터 접근성 확대는 질병 치료의 효과성 향상과 환자 안전 확보 등 의료의 질 전반에 걸쳐 뚜렷한 긍정적 성과를 이끌어냈다. 현재 5,000만 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의료기관으로의 확산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부속병원에서 시작된 '오픈노트(OpenNotes)' 프로젝트는 이러한 데이터 개방이 가져온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의사가 작성한 진료 기록(SOAP 메모)을 환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면 공개했을 때, 초기에는 진료 흐름 방해와 의료진의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실제 시행 후 환자들의 질병 이해도와 복약 이행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참여 환자의 99%가 지속적 운영에 동의할 만큼 의료진에 대한 신뢰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호주 역시 국가 차원의 개인제어 전자건강기록 시스템인 'My Health Record'를 도입하여 국민이 직접 본인의 진료 정보 접근 권한을 관리하는 상호운용성 플랫폼을 구축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현주소는 여전히 도입 초기 단계다. 문제는 의료기관 간 데이터 연계 수준이다. 정부가 공공기관 데이터 중심의 '나의건강기록' 앱 등을 선보이고 있지만, 개별 민간 병원들의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은 서로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분절되어 있어 유기적인 데이터 교류가 제한적이다.
병원 간 진료정보 교류 시스템 도입률은 여전히 낮으며, 같은 환자의 진료기록조차 앱을 통해 진단명이나 진료 요약서 같은 핵심 임상 정보를 내려받을 수 있는 비율도 지극히 미비하다. 의료진의 업무 과부하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 그리고 데이터 공유에 따른 제도적 유인책 부족이 데이터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주권이 환자 중심으로 확립될 때, 비로소 노인들이 거주지 근처 동네의원과 보건소, 재택 돌봄 서비스를 오가며 단절 없는 연속적 관리를 받는 진정한 커뮤니티 케어가 완성된다. 파편화된 의료 시스템의 기술적 표준화를 신속히 완수하고, 데이터 개방에 따른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합리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 청년서포터즈 9기 김윤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