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퇴직 관료들 '자리 대물림' 방지 조치에..서로 자리 교환(?)하는 모피아들

등록 2026.08.03 07:00:00 수정 2026.08.03 07:00:09
김양규 / 김두환 / 김주미 기자

한국자금중개 대표이사에 박민우 현 금융위원회 증선위원 '낙점'
기재부 출신 '자리 대물림' 독점 속 금융위 출신 변경 '이례적' 평가
신용정보원, 후임 원장에 기획재정부 출신 유수영 전 대변인 내정
금융위 출신간 '자리 대물림' 정설 속 신용정보원 설립 이래 '최초'
일각, 공윤위 재취업심사 강화 속 부처간 자리 교환 '편법 행태' 빈축
공윤위 심사 신청도 안하고...신정원·개발원 등 후임원장들 내정부터
일각,시행령상 취업승인 예외조항 이용해 '자리 대물림' 방지 무력화

 

【 청년일보 】 관료끼리 요직을 나눠 먹는 ‘자리 대물림’ 관행을 막기 위해 인사혁신처가 재취업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나서자 각 부처들이 기존 대물림해왔던 요직들을 서로 교환하는 '편법(?)'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등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국내 금융권 일각에서는 유관기관장 자리를 두고 감독부처인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와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출신 인사간 이른바 자리 교환(?)을 통해 정부의 대물림 방지 조치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31일 금융권 및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임기가 만료된 한국자금중개 우해영 대표이사 후임에 박민우 현 금융위 증선위원이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상임위원은 1970년생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미국 코넬대에서 로스쿨 석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40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금융위 자본시장과장과 주 러시아대사관 주재관을 거쳐 은행과장,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 경제민생팀장, 금융혁신기획단장, 자본시장국장을 거쳐 지난해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임명된 바 있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한국자금중개의 대표이사는 기재부 출신들이 대물림하며 독점해왔던 자리"라며 "기재부 출신이 아닌 금융위 출신인 박 상임위원이 차기 대표로 내정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자금중재의 대표이사 자리는 기재부 출신들이 자리 대물림을 하며 독점해 왔던 곳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현 우해영 대표이사도 기재부 출신으로, 기재부 공공정책국장, 정책조정국장, 기획조정실장 직무대리 등 주요 보직을 거친 후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장을 지내다 지난 2023년 3뭘말 한국자금중개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또한 직전 대표이사들인 이승철, 권해상 사장 등도 기재부 관료 출신들이다.

 

반면 앞서 지난달 22일 후임 원장 인선작업을 마무리한 신용정보원의 차기 원장에는 유수영 기재부 대변인이 내정돼 금융권내 적잖은 관심을 야기했다. 신용정보원의 경우 설립 이래 원장직을 금융위 퇴직 관료 출신들 자리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설립 과정까지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신용정보원의 경우 지난 2016년 설립된 후 초대 원장에 선임된 한국은행 출신인 민성기 원장을 제외하고, 2대 신현준 전 원장, 3대 최유삼 전 원장 등 금융위원회 출신 인사들이 자리를 대물림하며 금융권내에서는 사실상 금융위 퇴직 출신들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다.

 

이 처럼 기재부와 금융위간 대물림 자리를 두고 서로 교환 인사가 이뤄지자, 금융권 일각에서는 인사혁신처가 특정 부처의 퇴직 관료끼리 자리 대물림을 방지 하기 위해 공직자 재취업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신용정보원은 금융위 출신들이 대물림하며 자리를 독점해왔던 곳인데 예상치 못한 기재부 출신의 유수영 전 대변인이 내정돼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다"면서 "반면 한국자금중개의 대표이사 자리는 기재부 출신들이 대물림하며 독점해왔던 곳인데 금융위 출신인 박 증선위원이 낙점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두고 공윤위 재취업 심사가 강화되자 두 부처간 서로 자리 교환을 통해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많다"면서 "특히 정부가 특정부처 출신들의 자리 대물림을 막겠다는 취지로 심사 기준을 강화한 것인데 이를 자리 교환이란 편법을 통해 피해 나가는 듯한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보험업계 한 고위관계자도 "최근 인사혁신처가 정부 퇴직 관료들의 대물림을 통한 자리 독점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재취업심사를 강화하면서 재취업 심사에서 탈락하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이를 피해 가기 위해 기재부와 금융위가 그동안 대물림해왔던 자리를 서로 교환하는 편법 인사를 자행하고 있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인사혁신처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올해 '대물림 재취업' 방지를 위한 기준을 도입, 퇴직공직자들의 재취업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특정 부처 또는 기관 출신 공직자가 동일기관 또는 기업에 직전 3회 중 2회 이상 재취업한 경우 집중 심사 대상으로 분류해 심사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퇴직 관료들이 낙하산 인사를 통해 기관장직을 독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선절차가 일단 자리를 내정 해 놓고 재취업심사를 신청, 진행한다"면서 "만일 특정 출신을 내정해 놓고 재취업심사에서 탈락될 경우 인선작업을 다시 해야하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진다"고 꼬집었다.

 

이어 "신용정보원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로, 당초 김미영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내정됐다가 재취업심사에서 탈락돼 후임 원장 인선을 다시 하게 됐다"면서 "유수영 신용정보원장 내정자 역시 재취업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이달 초 보험개발원의 차기 원장으로 내정된 유재훈 전 금융위 국장 역시 이달 초 재취업심사를 신청하고, 이달 말 심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지경"이라고 일갈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행태를 두고 모피아들간 이른바 '인사 카르텔'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모피아란, 과거 재무부(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를 가리키는 은어다.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에서 유래됐으며, 주로 전현직 경제관료가 산하기관·금융업계 등으로 진출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상(전관예우·회전문)을 비판적으로 지칭할때 사용되며, 현재 기재부와 금융위 출신들을 뜻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권 뿐만 아니라 모든 업권의 민간기업들이 퇴직 관료들을 영입하고 있는 이유는 전관예우를 기대하고 대정부 로비를 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며 "금융권만 보더라고 이해관계가 깊은 주무 감독부처인 기재부와 금융위, 금감원 퇴직 출신들이 기관장 및 상근감사 등 요직을 대물림하고 있는 이유"라고 반문했다.

 

또한 "공직에서 퇴직한지 수개월에 불과한 관료들이 기관장에 내정되고 있다"면서 "이는 현행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상 예외조항을 통해 취업 승인을 시킬 수 있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무원과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은 퇴직 후 3년간 취업 제한 대상 기관에 재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 승인 받아야 한다. 퇴직 전 5년간 소속된 부서와 취업 신청 기관 간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재취업이 금지된다. 다만 시행령에는 업무 관련성이 있어도 공익성이나 전문성 등을 인정받으면 예외적으로 취업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청년일보=김양규 / 김두환 / 김주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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