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외시장서 선전 중인 K-게임…안방 규제(?)가 되레 '걸림돌'

등록 2026.08.10 08:00:01 수정 2026.08.10 08:00:10
조성현 기자 j7001q0821@youthdaily.co.kr

 

【 청년일보 】 최근 국내 게임 산업의 성적표는 그 어느 때보다 빛난다. 펄어비스의 AAA급 대작 '붉은사막'이 글로벌 콘솔 시장을 흔들며 해외 판매량 600만 장을 돌파했고, 넥슨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아크 레이더스'는 글로벌 누적 판매 1천600만 장을 넘어서며 PC·콘솔 불모지로 불리던 한국 게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꿨다. 글로벌 스팀 차트 상단과 해외 게임쇼 명예의 전당에는 연일 K-게임의 이름이 오른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 낭보가 들려올수록 안방의 게임사들과 개발자들의 표정은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세계로 나아가라'고 외치는 구호와 달리, 정작 국내 규제와 정책 환경은 여전히 수십 년 전 '게임 잔혹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올해 진통 끝에 추진 중인 게임물관리위원회 폐지 및 게임진흥원 설립 과정만 봐도 현장의 피로감은 고스란히 나타난다. 진흥과 규제라는 상극의 기능을 한 기관에 욱여넣으려는 소모적 행정 논란과 국회 입법 지연 속에서 정작 글로벌 무대에서 1초가 아쉬운 개발사들은 국내 등급분류 및 사전 규제 문턱을 넘느라 소중한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신뢰 위기와 중국 등 외산 게임의 파상공세를 극복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선 업계지만, 여전히 게임을 '진흥해야 할 문화·IT 산업'이 아닌 '관리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규제 프레임은 견고하다. 구글·애플 등 글로벌 거대 플랫폼의 수수료 갑질 속에서 자체 결제망 구축에 고군분투하는 중소 게임사들 역시 국내 법제적 보호막 없이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는 연일 'K-컬처의 핵심은 게임'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해외에서 당당히 영표를 받아온 개발진이 돌아와 마주하는 것은 '세계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국내법의 갈라파고스적 잣대다.

 

글로벌 게임 시장은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 국내 기업들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콘솔과 PC 무대에서 간신히 튼 물꼬다. 이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정책 수식어가 아니다. 낡은 규제의 사슬을 끊어내고, 우리 게임이 안방에서도 당당한 '콘텐츠'로 대우받게 만드는 현실적 지원책이다. 붉은사막의 쾌거를 치하하기 전에, 우리는 과연 그들이 뛸 수 있는 안방 판을 제대로 깔아주고 있는지 되물어야 할 때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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