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두산이, 돈은 SK가 번다"…두산, SK실트론 인수에 '차입 부담' 확대

등록 2026.08.11 08:00:03 수정 2026.08.11 08:00:14
강필수 기자 pskang@youthdaily.co.kr

EBITDA 기준액 초과분 40% SK 지급
품질인증 완료하면 최대 708억원 별도
로보틱스 매각 대금 사실상 전량 투입

 

【 청년일보 】 두산이 2조3천억원을 들여 인수하는 SK실트론 주식매매계약에 향후 8년간 초과이익을 매각자인 SK와 나누는 조건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를 두고 실적 개선에 따른 이익은 SK와 공유하는 반면 사업 재편 과정의 추가 손실과 차입부담 확대 위험은 두산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과 재계에 따르면 두산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를 2조3천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지분 취득 예정일은 2027년 1월 31일로, 본계약 체결 시점인 지난달 31일에 계약금 10%를 지급하고 거래종결일에 잔금 90%를 지급하는 일정이다

 

SK실트론은 1983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 기업으로, 두산은 향후 실트론 웨이퍼 사업이 연평균 7%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31년 SK실트론의 매출 목표를 약 3조원으로 잡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 인수 계약으로 두산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고, 동시에 지속가능한 수익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라며 "실트론은 상장하지 않을 것이며,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두산 주주가치 제고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인수에는 매매대금 2조3천억원 외에 인수가격 일부를 성과에 연동해 사후 지급하는 '언아웃' 방식의 현금 지급 조항이 계약에 포함됐다. 거래 종결 이후 SK실트론이 계약상 기준금액을 웃도는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을 낼 경우 두산은 초과이익의 40%에 인수 지분율(70.6%)을 곱한 금액을 SK에 지급해야 한다.

 

기준금액은 2027년 9천억원에서 2028년 1조원, 2029년 1조1천억원, 2030년 1조2천억원, 2031년 1조3천억원, 2032년 1조4천억원, 2033년 1조5천500억원으로 매년 높아져 2034년에는 1조7천억원에 이른다.

 

이 밖에도 두산은 2029년 6월 말까지 SK실트론이 특정 거래처에 대한 4개 품목의 품질 인증을 완료하면 품목당 177억원씩 최대 708억원을 SK에 별도 지급해야 한다. 지난달 16일 SK실트론 이사회가 청산을 승인한 실리콘카바이드(SiC) 사업 역시 청산 과정에서 처분이익이 발생하면 인수 지분율에 비례해 SK에 추가 지급이 이뤄질 수 있다.

 

반면 하방 위험은 두산 몫이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기업평가4실 책임연구원은 "2026년 3월말 미국법인의 유무형자산 및 사용권자산이 5천601억원, 매출채권 및 재고자산이 1천534억원"이라며 "청산과정에서 잔존 재고자산 및 유무형자산에 대해 추가 손상차손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밝혔다.

 

김건희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SK실트론은 2025년 사업성이 저하된 SiC부문의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재고자산 평가손실 및 유무형자산 손상차손이 반영되면서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두산은 인수대금을 보유 현금성자산 1조3천억원과 은행 등을 통한 신규 차입 1조원 내외로 충당할 계획이다. 지난 2월 두산로보틱스 지분 18.1%를 매각한 대금(9천477억원) 등으로 확보한 자금이 사실상 전량 투입되는 셈이다.

 

올해 2분기 말 두산의 별도기준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120억원으로 사실상 순현금 상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수가 마무리되면 별도 순차입금이 3조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최대주주 변경이 SK실트론의 사업 및 재무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영규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기업평가2실 수석연구원은 "대규모 자금소요 발생으로 인해 두산의 별도 기준 순차입금은 2026년 3월 말 0.6조원에서 인수 이후에는 3조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에 최근 전자 부문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두산의 자체적인 차입부담은 과거 대비 확대된 수준이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건희 선임연구원은 "지분 인수대금이 원매자인 두산의 보유 현금성자산 규모를 상회하고 있어 인수 과정에서 상당 규모의 외부 자금조달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이라며 "인수 관련 재무부담이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동사에 전이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SK실트론의 재무건전성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용평가업계에서는 두산이 수익성 개선과 함께 보유 현금성자산 및 자산운용 등을 통해 SK실트론 인수에 대응하며 단기적으로는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규 수석연구원은 "두산은 금번 지분 인수대금을 현금성자산 1.3조원 및 차입조달 1조원을 통해 대응할 계획"이라며 "2026년 상반기 중 두산로보틱스 지분 매각을 통해 1.3조원 규모의 현금성자산이 두산으로 유입됐으며, 추가 차입의 경우 산업은행 및 우리은행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으로 금번 지분인수 과정에서의 자금소요에는 원활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채선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두산 자체 사업의 개선된 영업 수익성, 두산밥캣의 우수한 채산성과 두산에너빌리티의 영업실적 안정화에 힘입어 계열 전반의 양호한 이익창출력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영업창출현금과 유기적인 자산 활용 능력 등을 통해 대응하며 현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청년일보=강필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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