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애플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메모리 반도체 검증 및 공급 초기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선 차후 삼성·SK를 위협할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일(현지시간) 애플이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에 대응하기 위해 아이폰과 맥북을 포함한 주요 제품군에 CXMT의 D램을 테스트 중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CXMT의 범용 메모리를 공급받기 위한 초기 단계의 공급 계약 논의에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애플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이유로 미 행정부에 '미국 외 지역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중국산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이미 HP와 에이서 등 글로벌 PC 업체들은 메모리 공급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이외 지역에서 판매되는 자사 제품에 CXMT 메모리칩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CXMT는 지난달 중순 상하이 증시 상장 첫날 주가가 460% 급등하며 중국 본토 시가총액 1위 기업에 등극했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666억1천만위안(약 14조원)을 조달했다. 이는 글로벌 메모리 공급난 속에 CXMT의 존재감이 높아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미 정부의 허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미국 의회가 애플의 중국 칩 도입 움직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온데다, CXMT는 미 국방부가 중국 인민해방군을 지원하는 기업으로 지정한 '1260H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애플 같은 미국 기업은 CXMT와 사양 협의나 기술 정보 공유를 할 수 없다.
일각에선 이러한 거센 장벽에도 불구하고 애플과 CXMT 간 공급 계약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D램 시장을 지배해온 국내 반도체 업계의 독주 체제와 입지가 자칫 위협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 세계에 스마트폰과 PC 등 제품을 수억 대 판매하는 애플이 CXMT 칩을 채택해 품질과 성능을 입증할 경우, 검증된 성능을 바탕으로 글로벌 고객사들의 주문이 CXMT로 대거 쏠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CXMT의 기술력이 여전히 상위 기업들에 미치지 못해 단기간 내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기업과 마이크론이 HBM(고대역폭메모리)에 역량을 집중하는 사이 CXMT가 범용 D램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거두며 흑자 전환과 상장을 통한 대규모 실탄을 확보했다"면서 "이러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선두 기업들과의 기술 간극을 빠르게 줄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애플과의 최종 계약 성사 여부는 더 두고봐야겠으나, 애플 공급망 진입 시 자금이 유입돼 기술 개발과 생산능력(CAPA) 확장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라면서 "특히 중국 내에서 차세대 D램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미래 기술 선점 측면에서도 국내 반도체 산업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일각에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가파른 추격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중국 기업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만큼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면서 "특히 애플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연계해 반도체를 개발하고 공급하게 되면 기술력과 규모 면에서 가파른 성장이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CXMT를 규제 대상 기업에 올려놓고 빅테크와의 협력을 저지하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면서 "(삼성·SK 등) 현재로서는 3~4년의 기술 격차가 존재하지만, 조만간 빠른 속도로 줄어들 수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