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쏟았는데 '배우 리스크'…멈춰 선 K콘텐츠

등록 2026.08.13 15:09:40 수정 2026.08.13 15:09:51
안정훈 기자 johnnyahn@youthdaily.co.kr

촬영 마쳐도 보류…제작·투자사 피해 누적
사생활부터 가문 내력까지…사전 검증 한계

 

【 청년일보 】 수백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형 영화와 드라마들이 주연 배우 한 명의 개인적 악재로 인해 공개가 차일피일 미루어지거나 흥행 동력을 잃고 있다.

 

사생활 문제를 넘어 개인의 과거 행적과 가문 이력에 이르기까지 예측 불가능한 잡음이 잇따르면서 '배우 리스크'가 콘텐츠 산업 전체의 최대 불확실성 요소로 떠올랐다.

 

13일 방송 및 영화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첫선을 보인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은 주연 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의혹이 터지면서 관련 홍보 활동이 전면 중단됐다.

 

하영이 작품 홍보를 위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문의 내력을 언급한 것이 친일 논란으로 불거졌고 이에 대해 하영은 "무지한 상태로 여러 자리에서 증조부 이야기를 자랑처럼 언급했다"며 후손으로서 고개를 숙이는 자필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싸늘하게 식은 여론의 여파로 14일 예정됐던 배우 정해인과의 합동 인터뷰가 전격 취소됐다.

 

아울러 하영이 출연한 예능 영상과 광고 콘텐츠 등도 비공개로 전환되거나 공개가 기약 없이 미루어졌다.

 

내년 상반기 편성 예정이던 SBS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하영·이제훈 주연) 역시 불똥을 맞았다.

 

방송사 측은 전체 분량의 90% 이상 촬영을 끝낸 상황이라며 사안의 경과를 신중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극장가 또한 주연 배우의 돌발 악재로 휘청였다.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는 누적 관객 4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주연 배우 황정민의 사생활 관련 논란이 불거져 흥행세가 꺾였다.

 

폭로성 녹취록과 메시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진 데다 할리우드 대작들의 개봉이 맞물리면서 흥행 동력이 급격히 약화됐다.

 

사태 발생 후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세상에 나오지 못한 작품도 수두룩하다.

 

tvN 인기 드라마 '시그널'(2016)의 후속편인 '두 번째 시그널'은 지난해 8월 모든 촬영을 마치고 올해 6월 방영 10주년에 맞춰 방송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주연 배우 조진웅의 과거 소년범 전력 논란과 은퇴 선언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편성 자체가 무기한 연기되는 불운을 맞았다.

 

디즈니+ 시리즈 '넉오프' 역시 촬영을 마무리하고 지난해 상반기 공개를 목표로 했으나 주연 배우 김수현이 과거 미성년자였던 배우 고(故) 김새론과 교제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공개가 보류됐다.

 

의혹을 제기했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대표가 구속기소되고 김수현이 법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 훼손된 이미지 여파로 편성 일정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연기자의 이미지와 대중적 신뢰가 핵심 자산인 대중문화 산업의 구조적 특성상 배우의 악재는 작품 전체의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특히 사태와 무관한 동료 연기자들과 제작사, 투자사 및 스태프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캐스팅 시점에 다각도로 사전 검증을 진행하지만 출연자의 개인사나 집안 배경까지 온전히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제작을 완료한 상황에서는 출연진 교체가 불가능에 가까워 여론이 가라앉을 때까지 방영을 미루거나 리스크를 무릅쓰고 공개를 강행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감정적 비난 여론만으로 다수의 피땀이 들어간 창작물 전체를 매장하는 문화는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한 개인의 결함 때문에 수많은 인원이 공들인 협업 결과물의 유통까지 차단하는 행위는 과도하다"며 "작품의 선보임 자체를 봉쇄하기보다는 시청자와 관객이 시장 원칙과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소비하도록 맡기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조언했다.

 

 

【 청년일보=안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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