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한국'을 빚다…넥슨게임즈, '우치 더 웨이페어러'로 "조선 판타지" 재정의

등록 2026.08.21 17:05:20 수정 2026.08.21 17:05:20
조성현 기자 j7001q0821@youthdaily.co.kr

"한복 고증 딜레마, 카오스 클로스·본 시뮬레이션 최적화로 뚫었다"
"우리 주변의 얼굴을 담다"…임직원 100여명 사내 '스캔' 전격 참여
루멘·메가라이트로 살린 '한국의 빛'…'고증-판타지' 배분 원칙 정립
'그슨새·광사족·도깨비' 등 설화 속의 존재로 완성한 독창적 정체성

 

【 청년일보 】 동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액션 게임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연이어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정작 비주얼만으로 '조선'만의 독창적인 정체성을 명확히 구분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국내 게임 업계조차 쉽사리 발을 들이지 못했던 '조선 판타지'라는 미답의 영역에 넥슨게임즈가 언리얼 엔진 5(UE5)라는 강력한 무기를 들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21일 서울 삼성동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 하모니 볼룸에서 열린 '언리얼 페스트 서울 2026'에서 넥슨게임즈 '우치 더 웨이페어러'의 개발진이 겪은 숱한 시행착오와 기술적 돌파구, 그리고 그들이 마침내 정의해낸 '진짜 조선'의 비주얼 구축 노하우가 베일을 벗었다.

 

이날 목영미 넥슨게임즈 로어볼트스튜디오 아트 디렉터(AD)는 '우치 더 웨이페어러: 게임 속 조선은 왜 조선처럼 보이지 않는가? UE5로 재정의한 한국 판타지 아트 디렉션'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 한복이라는 기술적 재앙, 몸으로 부딪혀 찾은 딜레마의 해법

 

조선 판타지 구축의 첫 걸음이자 가장 거대한 난관은 다름 아닌 '한복'이었다. 목영미 AD는 "한복은 아름답지만 게임 개발자에겐 재앙이나 다름없었다"고 회고했다.

 

고증에만 치중하면 게임 캐릭터로서의 임팩트가 반감되고, 판타지 요소를 더할수록 한국 특유의 실루엣에서 멀어지는 딜레마가 이어진 탓이다.

 

기술적으로도 여러 겹으로 이뤄진 한복 특유의 구조 때문에 캐릭터가 움직일 때 레이어 간 충돌이 발생하거나, 넓은 소매와 품이 캐릭터 메시(Mesh)를 관통하는 결함이 속출했다. 언리얼 엔진 5의 카오스 클로스(Chaos Cloth) 세팅과 실시간 시뮬레이션 부하 역시 개발진의 어깨를 짓눌렀다.

 

개발진은 몸으로 부딪히는 정공법을 택했다. 직접 다양한 한복을 구매해 입어보고 스캔하는 리서치를 감행한 끝에 한국 고유의 실루엣인 '갓'과 '도포'를 기준점으로 삼았다. 실루엣은 담백하게 유지하되 시뮬레이션 영향이 없는 영역은 레이어드로 밀도를 보완했다.

 

 

기술적으로는 옷 전체를 하나의 시뮬레이션으로 처리하지 않고, 본 시뮬레이션(Bone Simulation)으로 큰 흐름과 실루엣을 잡은 뒤 자연스러운 흔들림이 필요한 일부 영역에만 카오스 클로스를 적용하는 최적화를 달성해 퍼포먼스와 비주얼을 동시에 잡았다.

 

고증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정립했다. 철저한 고증을 거치되 고증 자체를 목적이 아닌 더 나은 선택을 위한 도구로 정의했다.

 

나아가 플레이어 캐릭터 및 주연 NPC는 '판타지 70%·고증 30%', 일반 NPC는 '판타지 30%·고증 70%', 배경은 '50:50'의 비율을 적용해 모든 팀원이 일관된 아트 방향성을 바라보며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

 

 

◆ "어디서 본 듯한 친숙함"…개발진 얼굴로 채운 진짜 한국인의 인상

 

캐릭터 비주얼에서는 기존 동아시아 판타지 게임이 보여준 획일화된 얼굴에서 벗어나 '진짜 한국인의 얼굴'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주인공 우치를 비롯한 주요 인물은 실제 배우를 캐스팅해 3D 스캔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캐스팅, 모델링 수정, 텍스처 및 스킨 셰이더 반응 확인, 인게임 검증에 이르는 정교한 파이프라인을 거쳤다.

 

특히 청중의 눈길을 사로잡은 대목은 세계관을 채우는 관군, 양반, 주모, 대장장이 등 NPC의 얼굴 구현 비하인드였다. 넥슨게임즈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3D 얼굴 스캔 참여자를 모집했고, 짧은 기간에도 프로그래머, 배경 아티스트, 애니메이터, 게임 디자이너 등 100명이 넘는 개발진이 직접 모델로 참여했다.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있을 법한 친숙한 얼굴들이 게임 내 공간을 채우면서, 조선 판타지라는 세계관의 현실감과 정체성은 한층 더 또렷해졌다.

 

 

◆ 한국의 빛과 살아있는 자연, 프로시주얼 워크플로우로 확장하다

 

배경 아트에서는 단점을 가리기 위해 화면을 어둡게 처리하는 기교를 마다하고, 밝고 화사한 '한국의 빛'을 정면으로 담아냈다. UE5의 루멘(Lumen) 기능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빛과 자연스러운 간접광을 만들어냈으며, 메가라이트(MegaLights)로 다수의 광원을 구성해 과감한 광량과 계절감, 대기감을 살렸다.

 

다만 스토리 진행에 따라 요괴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공간은 화사한 풍경과 대비되는 다크한 톤과 그로테스크한 변형을 주어 유저의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한국적 디테일을 효율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프로시주얼 워크플로우(Procedural Workflow)도 적극 활용됐다. 단청 문양은 꽃 패턴, 선, 테두리, 오염 등의 요소를 노드(Node)로 분리해 다양한 변주를 빠르게 생성했고, 바위 이끼는 경사도와 방향 정보를 분석해 자동 배치하는 방식으로 실사에 가까운 식생을 구현했다.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명승지와 주요 건축물을 개발진이 직접 답사하며 쌓아 올린 현장 데이터는 유저들이 '진짜 한국의 풍경'이라고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의 기반이 됐다.

 

 

◆ 그슨새부터 광사족까지…설화 속 존재들의 생생한 재해석

 

이번 강연에서는 한국 설화 속 몬스터들의 새로운 콘셉트도 최초로 공개됐다. '그슨새', '강철이', '어둑시니' 등 시각적 레퍼런스가 드문 한국의 요괴들은 개발진에게 오히려 독창적인 디자인을 펼칠 수 있는 훌륭한 출발점이 됐다. 제주 전승에서 볏짚 도롱이를 뒤집어쓴 모습으로 등장하는 '그슨새'와 한국 사자탈을 모티브로 한 '광사족'의 콘셉트 이미지는 현장 관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일본의 오니(鬼)와 흔히 혼동되는 한국 도깨비에 대한 정체성도 명확히 했다.

 

목 AD는 "일본의 오니가 악귀에 가깝다면, 한국 이야기 속 도깨비는 장난스럽고 인간적이며 친근한 존재"라며 "'우치 더 웨이페어러'에서도 인간과 맞닿아 있는 존재로서 도깨비가 등장할 것"이라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이어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은 단순히 조선시대의 배경이나 의상이 아니라, 게임 안에서 조선시대를 자연스럽게 읽어낼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이라며 "개발진이 치열하게 찾아낸 진짜 조선의 모습을 '우치 더 웨이페어러' 안에서 발견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하며 강연을 마쳤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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