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대한항공이 방위사업청과 벌여 온 사단정찰용 무인비행기(UAV) 지체상금 분쟁이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됐다. 1심과 2심에서 모두 일부 승소했지만 정부가 상고하면서, 법원이 돌려주라고 판단한 404억원을 실제로 손에 쥐는 시점은 다시 미뤄지게 됐다. 2021년 4월 소송이 시작된 지 5년 4개월째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일 채무부존재확인·손해배상 소송의 원심판결 가운데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상고장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소송 수행기관은 정부법무공단이다. 공시에 기재된 청구금액은 2천486억2천391만원으로, 대한항공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 11조4591억원의 2.17%에 해당한다.
앞서 대한항공은 2015년 12월 방사청과 사단정찰용 UAV 초도양산 계약을 체결했다. 육군 사단급 부대가 독자적인 감시·정찰 작전을 수행하는 데 사용하는 UAV 16세트를 공급하는 사업이었다. 계약금액은 2천540억원으로 대한항공은 2020년 양산 납품을 마쳤다.
이후 사업 진행 과정에서 납품 일정에 차질이 발생하자 방사청은 대한항공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2천81억원의 지체상금을 부과했다. 계약금액의 81.9%에 해당하는 규모다. 방사청은 이 가운데 658억5천만원을 대한항공에 지급할 납품 대금에서 공제했다.
대한항공은 납품 지연 책임을 부담할 수 없다며 2021년 4월 소송을 제기했다. 확정된 도면을 토대로 양산해야 하는 상황에서 방사청이 규격 변경을 요구해 납품이 늦어졌다는 것이 회사 측 주장이었다. 정부는 2023년 4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반소로 맞섰다.
1심은 납품 지연 책임을 대한항공에 모두 부담시키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방사청의 규격 변경과 코로나19, 기상 악화 등이 사업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다만 계약금액의 10%인 254억원에 대해서는 지체상금 면제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부과액의 87.8%가 깎인 셈이다.
재판부는 이 지체상금 채권이 대한항공의 물품대금 채권과 상계돼 소멸한 것으로 봤다. 상계 후 남은 404억5천266만원을 정부가 대한항공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부가 제기한 반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어진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 민사22-2부(남성민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연이은 승소에도 대한항공이 실제로 회수한 금액은 없다. 방사청이 공제한 658억5천만원 가운데 법원이 반환하라고 판단한 404억5천266만원은 판결이 확정돼야 지급된다. 정부의 상고로 이 반환 시점은 대법원 판단 이후로 넘어갔다.
대법원 심리에 통상 1년 안팎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2021년 4월 시작된 분쟁은 7년 가까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내면 서울고법에서 심리가 다시 진행되며 소송 기간은 더 길어진다.
상고심 결과에 따라서는 반대 방향의 부담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1·2심이 모두 기각한 반소가 상급심에서 다시 다뤄질 경우, 정부가 상고장에 적은 2천486억원 규모의 청구가 쟁점으로 떠오른다.
대한항공은 이 소송의 손익 영향을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14일 제출한 반기보고서에서 이 사건에 대해 "당사에 미칠 재무적 영향을 판단하기 어렵다"고만 기재했다. 반기보고서에 적힌 소송가액은 본소 254억240만원, 반소 2486억2391만원이다.
이번 분쟁은 대한항공이 방산 사업을 확대하는 시기와 겹쳐 있다. 대한항공의 수주잔고는 2024년 말 3조6천166억원에서 지난해 말 4조4천636억원으로 23.4% 늘었으며 올해 상반기 말 4조7천176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군용기 창정비·성능개량(MRO/U) 부문 수주잔고는 같은 기간 2천999억원에서 1조5천391억원으로 다섯 배가량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 말에도 1조8천187천억원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항공우주 부문 매출도 4천623억원으로 전년 동기 2천974억원과 비교해 55.4% 증가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소송 대상 사업이 속한 무인기 부문 수주잔고는 9천499억원에서 8천243억원으로 13.2% 줄었으며 올해 상반기 말 8천162억원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대한항공은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24년 같은 사업의 성과기반군수지원(PBL) 계약을 방사청과 체결했다. 소송과 별개로 후속 사업 관계는 이어지고 있다.
소송 장기화는 대한항공의 실적 흐름과도 맞물린다. 연결 기준 대한항공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3조8천8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천103억원으로 61.27% 감소했다.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항공유가 급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당기순손익은 5천664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오는 12월 16일 아시아나항공 흡수합병을 앞두고 재무건전성 관리가 중요해진 국면이라는 점에서, 수백억원대 자금의 회수 시점이 불확실해진 것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1·2심이 연이어 납품 지연 책임 전부를 대한항공에 부담시키지 않은 가운데, 대법원이 원심 판단을 유지할지가 남은 관건이다. 상고심 결과에 따라 지체상금과 손해배상을 둘러싼 양측의 법적 책임도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신용평가업계는 대한항공이 최근 호실적에 따라 현금성자산이 증가하며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연결 기준 올해 상반기 말 대한항공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6천11억원으로 지난해 말 1조8천699억원과 비교해 6개월 새 39.1% 증가했다.
"대한항공은 영업실적 호조로 현금성자산이 축적된 가운데, 중단기적으로 양호한 EBITDA 창출을 바탕으로 항공기 투자, 차입금 상환 등 자금 소요에 원활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라며 "장기화된 차입구조와 유가증권 상장사로서 우수한 대외 신인도 및 자금조달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회사의 단기유동성 위험은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청년일보=강필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