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KB라이프생명과 자회사인 GA(법인보험대리점) KB라이프파트너스 소속 LP(보험설계사)들간 LTI(장기근속인센티브) 지급을 둘러싼 소송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LTI는 장기간 근무한 LP들의 노고를 인정하는 취지에서 지급되는 인센티브로, 원고측은 KB라이프생명이 제판분리를 하면서 LTI 지급 주체를 KB라이프파트너스로 변경한 점에 반발하고 나섰다. KB라이프생명의 책임 회피 및 LTI 제도 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주된 이유다.
올 들어 재판부가 원고에게 감정평가인을 통해 피고가 지불해야 할 LTI 금액을 산정하라는 주문을 내리면서 사건은 종결 국면으로 접어들었으나, 피고측 변호인에서 감정평가인 기피 신청을 제기함에 따라 다시 정체로 돌아섰다.
그런 가운데 내년 2월에는 법관 인사가 예정된 만큼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의 변화는 최종 판결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도 관측된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라이프파트너스 소속 LP 90명은 KB라이프생명을 상대로 지난 2022년 5월 LTI(장기근속인센티브) 지급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KB라이프생명은 지난 2020년 KB생명보험과 푸르덴셜생명이 합병하면서 설립됐고, 이후 제판분리에 따라 2022년 KB라이프파트너스가 KB라이프생명의 자회사인 GA로서 판매를 전담하고 있다.
원고측은 “KB라이프생명은 제판분리는 하면서 LTI 지급 주체를 KB라이프파트너스로 변경했다”며 “이에 동의할 수 없어 KB라이프생명에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고, 당시 이환주 사장에게도 탄원서를 제출했으나 묵묵부답이었기에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피고는 LTI 금액 지급 주체를 KB라이프파트너스로 바꾸고 원고들에게 이에 동의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2022년 6월 원고들의 소속이 KB라이프파트너스로 이전되면서 해촉됐다는 것이 근거다.
원고측은 “KB라이프생명은 제판분리를 명목으로 강제 해촉한 후 위촉 계약서를 쓰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 회사의 경영상 요구에 따라 일방적으로 위촉계약을 해지하고 KB라이프파트너스로 전직하면서 KB라이프파트너스에 LTI를 청구해야 할 상황에 놓였는데, LP들은 이에 동의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원고측은 LTI 지급 주체인 채무자 지위를 KB라이프생명이 KB라이프파트너스로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것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심사지침’에서 금지하는 불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고들에게 이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비롯해 제반 사항을 공지하지도 않았다는 설명이다.
원고측은 “KB라이프생명이 KB라이프파트너스로 LTI를 넘겼다고 했는데 액수가 어떻게 되는지, 회계 계정에서는 어느 항목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해 아무 설명도 제공하지 않다가 노동조합에서 이에 대해 질의하니 그제서야 채무인수약정서가 체결(2022년 7월 14일)되고 관련 공지가 게시됐다”며 “KB라이프생명은 LTI를 채무로 인정하면서도 액수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기에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법무팀에 있던 직원 증언에 따르면 회사 내부에서 LTI를 퇴직금으로 인정하면서도 LP들에겐 이를 알리지 않기로 하는 등 입막음이 있었던 정황도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원고측은 KB라이프파트너스 소속으로서 LTI지급 조건을 충족하기가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원고측은 “LTI를 적립할 수 있는 조건은 KB라이프생명 상품을 판매했을 경우인데 KB라이프파트너스는 제도상 KB라이프생명을 비롯해 현재 제휴된 10개 보험사의 상품을 모두 취급할 수 있어, LTI 적립에 불리함이 초래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교 우위에 있는 타사 상품이 판매 선순위에 놓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LTI를 적립할 기회가 더 적어졌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원고측은 KB라이프파트너스의 회사 규모를 감안할 때 향후 LTI 제도가 존속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단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원고측은 “KB라이프생명이 KB라이프파트너스에 넘겼다는 LTI의 액수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향후 KB라이프파트너스의 재정상황에 따라 LTI 제도 자체가 축소되거나 없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단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소 제기 후 양측간 공방은 약 3년간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재판부가 KB라이프파트너스가 원고들에게 지급해야 할 LTI 금액을 평가할 것을 주문하면서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지만 피고측에서 제기한 감정평가인 기피 신청이 수용됨에 따라 다시 정체를 맞았다.
재판부는 지난 5월 원고들에게 2022년 6월까지의 LTI 금액을 감정평가인에게 의뢰해 평가하라는 주문을 내렸다. 이후 지난 6월 12일 KB라이프생명에 원고들의 계약 정보 등을 포함한 문서 제출을 명령했다.
사실상 원고들의 승소를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피고측 변호인인 김앤장은 원고측이 선정한 감정평가인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아울러 KB라이프는 문서 제출 명령에 대해 데이터 취합의 어려움을 이유로 이행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원고측은 “보험계리사로 감정평가인을 선정했는데 지난달 중순 피고측 변호인에서 보험계리사가 타사에 재직 중인 직원이란 점에서 영업 기밀이 유출된다는 것을 근거로 기피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피고측에서 LTI 제도 및 LP들의 계약 실적 등을 영업 기밀로 분류했다는 설명이다.
원고측은 “이미 업권 내 알려진 LTI 제도가 영업 기밀이란 점엔 공감할 수 없다”며 “피고측에서도 변론의 양상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단 판단 하에 감정평가인 기피 신청 등 지연 전략을 쓰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켜 보려는 의도가 있으리란 추측이 든다”고 덧붙였다.
원고측은 최근 생명보험업권에 종사하지 않는 보험계리사를 감정평가인으로 재선정하고 재판부에 관련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그런 가운데 내년 2월 법관 인사도 이번 소송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되는 변수다.
원고측은 “현재 재판관은 3년째 해당 사건을 연이어 담당하고 있다”며 “내년 2월 법관 인사가 예정돼 있어, 새로 꾸려질 재판부에서 사건을 파악하는 데 시일이 소요되는 한편 판사 재량에 따라 지금까지의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KB라이프생명은 해당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표명했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