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365일 매일이 기념일인 전 세계 팬들을 위한 올인원 플랫폼"
2024년 기준 서울 지하철 광고의 약 42%는 기획사가 아닌 '팬'들이 직접 집행한 아이돌을 응원하는 광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팬덤은 단순히 스타를 추종하는 집단을 넘어, 수조원대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거대한 산업의 핵심 주체로 부상했다. 하지만 성숙해진 팬심에 비해 그들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는 여전히 파편화돼 있고 불투명하다.
이러한 시장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정확히 짚어내며 글로벌 팬덤의 '성지'로 떠오른 플랫폼이 있다. 바로 스밈(smim inc.)이 운영하는 '데일리덕(DAILYDUCK)'이다.
이에 청년일보는 공정현 스밈 대표를 만나, 그가 꿈꾸는 팬덤 혁신과 글로벌 시장 진출 청사진을 들어보았다.
◆ '요기요' 멤버에서 '팬덤 전문가'로…데이터에서 발견한 확신
공정현 대표의 창업 스토리는 '데이터'와 '관찰'에서 시작된다. 대학 졸업 후 배달 플랫폼 '요기요'의 초기 멤버로 합류한 그는 마케팅 활동이 실시간 매출 지표로 전환되는 과정에 매료됐다. 이후 광동제약·롯데멤버스 등 굵직한 기업을 거치며 실무 역량을 쌓았지만, 가슴 한구석에는 늘 자신만의 사업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그를 팬덤 시장으로 이끈 것은 제주도에 사는 한 지인의 열정이었다. 매주 금요일 퇴근 후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그룹 '마마무' 멤버들에게 도시락 서포트를 하던 지인의 모습은 공 대표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공 대표는 "단순히 연예인이 좋아서라고 치부하기엔 그 정성과 비용, 물리적 노력이 엄청났다"며 "누군가에게는 '덕질'일 수 있지만, 저는 거기서 거대한 비즈니스 기회를 봤다"고 회상했다.
이어 "팬들이 이렇게까지 열정적인데, 정작 그들을 위한 제대로 된 도구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창업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공 대표는 "초기 고객의 95%가 중국인이었는데, 정작 우리는 중국 문화를 전혀 몰랐다"며 "팬덤 고유의 소통 방식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 대표는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팬들이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에 열광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 결과, '데일리덕'은 단순한 대행사가 아닌 팬들의 마음을 읽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 파편화된 광고 시장의 통합…"견적 문의 대신 바로 결제"
기존 팬덤 광고 시장은 그야말로 '깜깜이'였다. 광고 하나를 내기 위해 수많은 광고 대행사와 카카오톡으로 개별 문의를 주고받아야 했고, 가격 정보도 제각각이었다.
스타의 생일, 데뷔일, 첫 1위 등이 쌓이며 팬덤에게는 365일 매일이 기념일이 되고, 모든 순간이 응원의 기회가 된다. 다만 팬들이 이를 직접 집행하기에는 광고 매체 섭외부터 제작, 일정 조율, 결제까지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다.
이에 공 대표는 이를 '이커머스'처럼 만들었다. 상품을 확인하고 장바구니에 담아 바로 결제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또한 데일리덕은 매체사들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기존 '한 달 단위' 계약 관행을 깨고, 팬덤 니즈에 맞춰 스타의 기념일 전후로 '1주일' 혹은 '하루' 단위의 단기 광고 상품을 대거 확충했다. 이는 예산이 한정적인 개인 팬들이나 중소규모 팬클럽에게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다.
수익 모델 또한 명확하다. 광고 중개 및 서포트 물품 판매를 통해 10%에서 30%의 수수료를 수취한다. 특히 비행기 랩핑 광고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객단가가 수억원에 달해, 단 1건의 계약만으로도 수천만원의 이익을 창출하는 고수익 구조를 갖췄다.
이처럼 글로벌 팬덤을 위한 올인원 스타 응원 플랫폼 데일리덕의 핵심 경쟁력은 '투명성'과 '편의성'으로 설명된다.
◆ "없던 매체도 만들어낸다"…현장 중심의 실행력과 랜드마크 확장
데일리덕이 단순히 플랫폼 시스템만 잘 갖춘 것은 아니다. 공 대표는 '팬들이 원하는 곳에 광고판이 없다면 직접 만든다'는 철학으로 현장을 누빈다. 'K팝 데몬 헌터스'의 배경이 된 남산타워 광고판을 직접 발로 뛰어 계약해 낸 사례는 업계에서도 유명한 일화로 꼽힌다.
공 대표는 "팬들은 남들이 다 하는 광고보다, 내 스타를 가장 빛나게 해줄 특별한 장소를 원한다"며 "그래서 저희는 랜드마크 확보에 주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로베이스원 장하오의 남산타워 광고 집행이나, 이스타항공, GS넷비전과의 파트너십이 대표적이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실행력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빛났다. 태국에서는 툭툭이 광고를 패키지화하고, 코끼리에게 아티스트 이름이 담긴 간식을 선물하는 '코끼리 케이크' 서포트라는 기발한 상품을 선보였다.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은 팬들을 위해 '아티스트 숲' 조성 사업을 펼치는 등 ESG와 팬덤 활동을 결합하는 혁신도 멈추지 않고 있다.
◆ 독자적 기술력 'FLM'…글로벌 팬덤의 언어 장벽을 허물다
데일리덕이 추구하는 기술적 정점은 'FLM(Fandom Language Model)'이다. 일반적인 번역기는 팬들이 사용하는 은어나 밈(Meme), 맥락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다. 예를 들어 '내 새끼', '입덕', '성덕' 같은 용어는 팬덤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는 오역되기 십상이다.
공 대표는 "해외 팬들은 한국 내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어도 언어의 장벽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FLM은 팬덤 특유의 소통 방식을 데이터화해 이들이 한국 팬들과 똑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데일리덕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해외 팬들이 겪는 '위치 정보 장벽' 해결에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 팬들은 버스 정류장 광고나 지하철 광고를 진행하고 싶어도, 단순히 소속사 인근이나 유명 관광지만 알뿐 정확한 정류장 명칭이나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워 구매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데일리덕은 광고 상품 정보를 지도 기반으로 시각화했다. 해외 이용자는 지도에서 광고 위치를 직접 확인하고, 주변 엔터테인먼트사·공연장·핫플레이스와의 거리까지 직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언어가 달라도 복잡한 한국 지리 정보를 쉽게 이해하고 원하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공 대표는 "글로벌 팬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 번역이 아니라 실제 행동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경험"이라며 "언어와 위치 장벽을 동시에 해결해 해외 팬들도 한국 팬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응원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이를 지능형 큐레이션 서비스로 고도화해, 아티스트별 맞춤형 이벤트를 추천해 주는 AI 비서 역할까지 수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술은 그 혁신성을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선정돼 2년간 집중 개발했다. 기술과 문화의 결합은 데일리덕이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적 해자'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됐다.
◆ 글로벌 거점 확보, 미래 확장성도 '청신호'…"스타보다 팬이 주인공인 세상을 꿈꾼다"
스밈의 성장세는 수치로 증명된다. 회사 측에 따르면, 상하이, 인도네시아, 도쿄 하라주쿠 등 글로벌 주요 거점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는 연일 '완판' 행진을 기록했다. 특히 2025년 서울 스타트업 허브 파트너스 리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대외적인 공신력까지 확보했다.
공 대표는 "최근 미국 팬들이 아티스트의 생일을 기념해 센트럴 파크의 벤치 1천개를 기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팬덤의 영향력은 이미 국경과 대륙을 넘어섰고, 우리의 역할은 그 거대한 에너지가 더 쉽고 가치 있게 쓰일 수 있도록 길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반증하듯 인터뷰 내내 공정현 대표가 강조한 단어는 '팬 중심'이었다. 그는 데일리덕이 단순히 광고를 예약하는 사이트를 넘어, 넷플릭스나 에어비앤비처럼 전 세계 팬들이 덕질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접속하는 '글로벌 넘버원 플랫폼'이 되기를 희망한다.
글로벌 K-컬처 팬덤 속 그들의 뜨거운 심장에 IT 기술과 현장의 실행력을 이식한 공정현 대표의 도전은 이제 막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섰다. '팬심'이라는 원석을 '산업'이라는 보석으로 세공해 나가는 스밈의 행보에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정현 스밈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데일리덕은 팬들이 아티스트를 위해 직접 기획하고 집행하는 그 '순수한 사랑'의 가치에 집중한다"며 "365일 매일이 기념일인 세상을 팬들과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