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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촉'이 점수가 될 때…환자 악화 조기 경보 시스템

 

【 청년일보 】 "간호사의 관찰을 데이터로"

 

병동에서 환자 상태가 나빠지는 순간은 종종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그런데 그 '갑자기' 앞에는 대개 작은 신호들이 있다. 숨이 평소보다 가빠 보이거나, 얼굴색이 달라지거나, 말수가 줄거나 반응이 느려지는 등의 변화가 나타난다. 간호사는 이런 미세한 변화를 가장 먼저 마주한다. 문제는 이 신호가 '누구의 촉'으로만 남을 때다. 교대가 바뀌고, 업무가 몰리면 중요한 단서가 흩어진다. 악화는 결곡 '발견 시간'의 싸움이다.

이 틈을 메우기 위해 병원에서는 조기경보점수(Early Warning Score, EWS)를 사용해왔다. 대표적인 지표가 NEWS2다. 호흡수, 산소포화도, 혈압, 맥박, 체온, 의식 상태 같은 활력 징후를 점수로 바꿔 위험을 공유한다. 다만, 점수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다.

측정이 늦으면 점수도 늦다. 높은 점수가 반복되면 경고가 익숙해지기도 한다. 실제 현장에서도 높은 NEWS2 점수가 자주 발생하지만, 그중 일부만 의료진 호출로 이어진다는 보고가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관찰과 기록' 자체를 데이터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간호 기록과 관찰 내용, 활력 징후의 흐름을 묶어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위험 패턴이 잡히면 알림을 주는 방식이다. 핵심은 '간호사의 관찰을 조기 경보로 연결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이런 장면이 익숙하다.

 

예를 들어 환자가 "괜찮다"고 말해도, 간호사가 보기엔 호흡이 얕아지고 표정이 달라 보일 때가 있다. 활력 징후는 정상 범위에 걸쳐 있어도, 불안한 느낌이 들 때 간호사는 관찰 내용을 기록하고, 모니터링 빈도를 올리고, 필요하면 의료진에게 먼저 알린다. 이런 '선제적 대응'이 악화의 시간을 바꾼다.

연구에서도 비슷한 점이 확인된다. 간호 기록의 패턴이 환자 악화 및 회복과 연관될 수 있고, 그 문서화 신호가 악화 예측에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 준 연구가 있다. 또 Rossetti 등(2025)은 간호 기록에서 나타나는 신호를 포함해 머신 러닝 기반으로 환자 악화 위험을 실시간 감시, 경보하는 시스템을 병동에 적용하고 평가한다. '관찰→데이터→경보'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시험된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해답이 '기록을 더 많이 하자'는 될 수 없다. 추가로 요구되는 간호 문서가 환자 결과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고, 오히려 과도한 기록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중요한 건 기록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환자 안전에 도움이 되는 관찰이 자연스럽게 남고, 팀이 함께 이해할 수 있게 정리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기술도 같은 원칙을 따라야 한다. 알림이 많아질수록 의료진이 무뎌지는 '알림 피로'는 환자 안전을 해칠 수 있다. AI 조기 경보가 긍정적 결과를 보였다는 연구가 있는 한편, 경고를 실제로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옮기는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즉, 조기 경보는 '더 크게 울리는 경보'가 아니라 '필요할 때 제대로 울리는 경보'여야 한다.

 

병동의 골든 타임은 생각보다 짧다. 간호사의 관찰이 데이터가 되고, 그 데이터가 조기 경보로 이어질 때 '갑자기 나빠졌다'는 말을 줄일 수 있다. 환자 안전의 시작은 결국 가까운 곳에서 발견되는 작은 변화다.
 


【 청년서포터즈 9기 권태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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