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인 분당 수내동 양지마을 통합재건축 사업이 예비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신탁(한토신)과의 업무협약 해지를 둘러싸고 주민대표단과 통합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추진위원단(재준위) 간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양측간 갈등의 심화되면서 통합재건축 추진 계획은 당분간 표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분당 수내동 양지마을 통합재건축 사업을 둘러싸고 주민대표단이 신의성실 위반을 이유로 신탁사에 대한 해지 공문을 발송하자, 이에 맞서 재준위는 통계 해석 오류와 전략적 행정 절차를 근거로 반박 자료를 배포하며 맞대응에 나서는 등 양측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갈등은 신탁사 해지에 대한 정당성뿐만 아니라 단지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다. 특히 오는 8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특법) 개정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는 지점은 해지 찬성률에 대한 해석이다. 주민대표단은 설문 참여자 1천742세대 중 75%인 1천315세대가 한토신과의 해지에 찬성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반면 재준위는 해당 수치가 전체 소유주 4천871세대를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실질 찬성률은 27% 수준에 불과해 대다수 소유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행정 절차상 발생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제외를 두고도 입장이 갈린다. 주민대표단은 이를 신탁사의 전문성 부족에 따른 누락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재준위는 연내 특별정비구역 지정을 앞당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반박했다. 구역 면적 조정을 통해 평가 절차를 생략함으로써 2026년 1월 26일 고시를 완료했고, 결과적으로 약 1년의 사업 지연을 방지했다는 설명이다.
양지마을 내부 갈등의 뿌리는 단지별 이해관계에 있다. 금호1단지의 독립정산 요구로 시작된 갈등은 지난해 11월 금호청구연합과 한양연합, 상가연합 등으로 나누어 정산하는 연합별 독립정산 방식으로 합의를 이룬 바 있다.
현재 갈등은 재준위 초기부터 사업을 이끈 전임 사무국장이 금호청구연합 중심으로 다시 재준위를 결성하면서 주민대표단과 대립하는 구도로 이어지고 있다.
조직의 법적 대표성을 두고도 갈등이 이어진다. 재준위는 주민대표단의 임기가 특별정비구역 지정 고시일과 함께 종료되었음을 지적하며 현재 대표단의 지위가 상실되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민대표단은 정식 사업시행자가 구성되기 전까지 국토부 협의나 한토신 업무협약 체결 등 의사결정을 대행하는 필수 창구라는 입장이다.
또한 분당 내 서현동 THE시범이나 분당동 샛별마을 등에서도 주민대표단이 사업시행자 지정 전까지 실질적인 추진 주체로 활동하고 있는 점을 들어 관례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가장 시급한 변수는 2026년 8월 4일 시행 예정인 노특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업시행자 지정 과정에서 단지별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요건이 대폭 강화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통합재건축은 단지별 이해관계가 복잡해 갈등 조정 역량이 핵심"이라며 "내부 불신이 깊어지면 선도지구 지위 자체가 흔들릴 수 있으며 신탁 방식의 장점인 전문성과 속도가 의구심을 받는 상황에서 소유주들의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토신 관계자는 "현재 양 당사자 간 업무협약 합의 해지 절차가 진행 중이며, 이후 관련 법령 및 절차에 따라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협조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양지마을 소유주 A씨는 한토신의 전문성 부족과 소통 부재를 갈등의 원인으로 꼽았다.
A씨는 "한토신은 단지의 등기부등본이나 권리 분석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라며 "기초적인 분석이 미흡해 이해관계 조율에 실패한 점이 가장 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민 전체의 신뢰를 상실한 상태"라며 "주민들의 대표 주체와 대화해야 함에도 일부와만 소통한 결과 갈등의 폭이 깊어졌다"고 비판했다.
현재 주민대표단은 7월까지 새로운 사업시행자 지정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영진 주민대표단 대표는 "이달 내로 신규 사업시행자 모집 공고를 낼 계획"이라며 "모든 입찰 과정과 협상 내용을 소유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진 사업 방식으로 '클린 재건축' 모범 사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준위는 한토신의 회신 이후 합의가 논의 중일 뿐 정식 해지합의서 날인 등 공식적인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해지의 법적 효력을 둘러싼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