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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 약세 지속…한은 "금융흐름 변화가 환율 좌우"

2023년 후 '흑자-원화 강세' 공식 흔들…환율 결정력 약화
민간 해외투자·고령화 영향…외환 수급 '상품→금융' 전환
자본 흐름이 '핵심 변수'…외환시장 심도 확충 필요성 제시

 

【 청년일보 】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우리나라 대외부문의 구조 변화로 환율 결정 메커니즘이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과거처럼 경상수지 흑자가 곧바로 원화 강세로 이어지던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은 국제국 국제금융연구팀은 17일 발표한 '우리나라 대외부문의 구조적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2023년 이후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가 약세 흐름을 보이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상품 수출 증가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가 외환시장 내 달러 공급을 늘리며 원화 강세를 유도했지만, 최근에는 같은 흑자에도 환율이 반대로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이러한 변화의 핵심 원인으로 대외자산 축적 방식의 변화를 지목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주로 외환보유액 등 중앙은행의 준비자산 확충으로 흡수됐지만, 이후에는 민간 부문의 해외 투자 확대가 주요 경로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흑자 자금이 국내에 머무르기보다 해외 주식과 채권 등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외환 수급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환율 변동을 설명하는 요인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눴다. 하나는 수출 경쟁력 변화에 따른 '상품 충격', 다른 하나는 투자자들의 해외자산 선호에 따른 '금융 충격'이다.

 

과거에는 상품 경쟁력 개선이 환율 하락(원화 강세)을 이끄는 주요 요인이었지만, 최근에는 거주자의 해외 자산 수요 확대가 더 큰 영향을 미치며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저축 성향 변화, 안정적인 해외자산 선호 확대, 미국 주식 등 특정 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이 이러한 금융 충격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경제는 2014년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된 이후 해외 자산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2025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대외자산은 약 2조8천억달러 규모까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대외자산 가운데 증권투자 비중이 40%를 웃돌면서, 신흥국보다 선진국과 유사한 자산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혔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채권 투자 비중이 크게 확대된 결과다.

 

특히 2020년 이후 미국 주식 중심의 투자 쏠림이 심화되면서, 거주자의 자본 이동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평가됐다. 즉, 민간의 투자 결정이 외환시장 흐름을 좌우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의미다.

 

한은은 이러한 구조 변화로 인해 환율 결정 메커니즘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과거에는 경상수지가 환율 방향을 설명하는 핵심 변수였지만, 현재는 민간의 해외투자와 글로벌 금융 여건 변화가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거주자의 해외 투자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하거나 외국인 자금 유출입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과거보다 더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한은은 정책 대응 방향으로 외환시장 안정성 제고를 제시했다. 단기적으로는 외환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경우 적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외환시장의 '깊이'를 확대해 자본 유출입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우리 경제가 민간 중심의 해외자산 운용 단계로 이행하면서 경상수지와 환율 간의 조정 메커니즘이 변화했다"며 "이제는 경상수지만으로 환율 방향을 설명하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구조로 변화한 만큼, 민간의 자본 흐름이 외환시장 안정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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