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유통업계가 인공지능(이하 AI)을 기반으로 한 업무 혁신과 고객 경험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초개인화 서비스 구현까지 확장되면서 산업 전반의 경쟁 구도 역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은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업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전 구성원의 업무 환경에 구글 클라우드의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Gemini Enterprise)'를 도입했다.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는 기업이 자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필요한 AI 도구를 직접 구축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이번 도입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역량을 강화하고 개인화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이를 통해 상품기획자(MD)와 마케팅 담당자 등 비개발 직군까지 AI 활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시장 조사와 고객 데이터 분석 등 기존에 수작업으로 진행되던 업무를 자동화·고도화함으로써 업무 효율을 높이고, 구성원 개개인의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매장 운영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올리브영은 AI를 활용해 진열 상태와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등 오프라인 매장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사업 확대 과정에서도 국가별 언어 환경과 소비자 특성에 맞춘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데 AI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나아가 물류 네트워크와 플랫폼 운영 전반에 AI를 접목해 장기적인 운영 혁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구성원 개개인의 AI 활용 역량을 높여 조직 전반에 AI를 자연스럽게 내재화하고,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고객 경험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K-뷰티 대표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I 기반 변화는 커머스 영역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국내 종합식품기업 가운데 최초로 오픈AI의 챗GPT(ChatGPT) 내에 자사 전용 앱을 출시하며 AI 커머스 시장 선점에 나섰다.
해당 서비스는 소비자가 챗GPT 내에서 대화를 통해 제품을 탐색하고 구매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제품 검색은 물론 맞춤형 추천, 이벤트 안내, 구매 링크 제공까지 하나의 대화 흐름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는 챗GPT의 '앱' 메뉴에서 롯데웰푸드를 검색해 연결한 뒤, 대화창에 '@롯데웰푸드'를 입력하면 서비스를 호출할 수 있다.
이후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과자 추천해줘" 또는 "6개월된 아이가 마실 수 있는 음료를 알려줘"라고 요청하면 맞춤형 제품을 큐레이션해주는 식이다.
이는 온라인 커머스 시장이 기존 검색 중심 구조에서 대화 기반 AI 커머스로 확장되는 흐름과 맞물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AI 커머스는 이용자의 취향과 구매 패턴을 분석해 초개인화된 큐레이션을 제공함으로써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롯데웰푸드는 단순 대화형 AI를 넘어 외부 앱과 직접 소통하며 솔루션을 제공하는 챗GPT에 앱을 출시함에 따라 차별화된 서비스와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단순한 판매 채널 확대를 넘어 소비자들이 대화를 통해 최적의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했다"며 "앞으로도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객 서비스 영역에서도 AI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생성형 AI 기반 챗봇을 도입해 24시간 고객 상담 체계를 구축했다.
이디야커피는 공식 홈페이지와 '이디야멤버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버튼형 챗봇과 생성형 AI 기반 상담원을 결합한 고객 상담 서비스를 선보였다.
단순 문의는 챗봇이 즉시 처리하고, 보다 복잡한 상담은 전문 상담원으로 연계해 효율성과 정확도를 동시에 높인 것이 특징이다. 또한 직관적인 버튼형 메뉴를 통해 주요 정보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으며, AI 상담원은 고객 질문의 맥락을 이해해 보다 유연하고 정확한 답변을 제공하고 있다.
AI로 해결이 어려운 문의는 기존 대화 흐름을 유지한 채 전문 상담원으로 연계돼, 고객이 동일한 내용을 반복 설명해야 하는 불편을 줄였다.
새롭게 도입된 챗봇은 365일 24시간 실시간 상담이 가능하며, 전체 고객 문의의 약 60%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등 실질적인 운영 효율 개선 성과를 보이고 있다.
향후 이디야커피는 이번 AI 챗봇 도입을 통해 고객의 소리(VOC)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 개선과 마케팅 인사이트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고객 만족도와 상담 품질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스마트 고객지원 체계를 구축했다"며 "앞으로도 고객 경험 혁신을 지속하며 소비자 중심 경영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AI 도입 흐름이 단순한 기술 적용을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고객 데이터 축적과 콘텐츠 소비 방식 변화가 맞물리면서, AI를 활용해 고객 취향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이를 상품 추천이나 콘텐츠 영역에 반영하는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단순 상품 노출을 넘어 개인의 관심사와 행동 패턴을 반영한 맞춤형 제안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에는 이러한 흐름이 더욱 고도화되며 고객의 상황과 맥락까지 반영하는 '초개인화' 중심으로 경쟁이 전개될 것"이라며 "상품 기획, 마케팅, 운영 전반에 AI 적용이 확대되면서 의사결정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산업 전반의 경쟁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한 "AI 기반 개인 맞춤형 추천과 자동화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상품 기획부터 노출, 구매,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이 데이터 기반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운영 전반의 정교함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산업이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도입이 단순한 기술 적용을 넘어 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AI를 활용한 고객 경험 고도화와 운영 효율 개선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만큼, 기술 도입과 활용 수준에 따라 기업 간 성과 차이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며 "특히 데이터 축적 규모와 이를 분석·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일수록 더 정교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차이는 사용자 체류 시간이나 구매 전환율 등 핵심 지표로 이어지며, 결국 기업 간 실질적인 경쟁력 격차를 가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많은 기업들이 AI를 시험적으로 도입하는 단계지만, 앞으로는 실제 업무 전반에 녹여내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할 것"이라며 "수요 예측, 재고 운영, 고객 개인화 같은 핵심 영역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AI는 결국 데이터 싸움인 만큼, 먼저 도입한 기업일수록 데이터가 축적되고 모델이 고도화되면서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도입 시점 자체가 경쟁력의 일부로 작용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유통 산업 구조 자체가 데이터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는 "단순 효율 개선을 넘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사전에 예측해 대응하는 선제적 구조로 전환될 것"이라며 "매장 운영 방식과 물류 체계, 조직의 일하는 방식까지 전반적인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