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며 독거노인의 돌봄 사각지대 문제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고령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은 37.8%로 약 21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혈연 중심의 기존 법체계가 변화된 가구 형태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통한 제도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현행법상 보호자나 돌봄 관련 규정은 여전히 혈연과 혼인에 기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비혈연 동거인과 상호 돌봄을 수행하는 독거노인들은 정작 위급한 의료 상황이나 사망 시 법적 보호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고서는 "1인 고령 가구는 소득 단절과 사회적 관계망 해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의료적 위기'에 가장 취약하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국민적 인식은 이미 변화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지난해 조사 결과, 응답자의 65.8%가 '혈연·혼인 중심의 가족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라는 데 동의했다. 특히 생활동반자법 도입에 대해서는 전체의 62.1%가 찬성했으며, 노년층에서는 동의율이 67.5%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돌봄 공백을 체감하는 당사자들의 절박함이 투영된 수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생활동반자법은 동성혼 허용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종교적·이념적 반대에 부딪혀 10년 넘게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특정 집단의 권리 문제나 기존 가족 질서 위협이라는 잘못된 인식에 매몰되어 있다"라고 꼬집으며, 이념 논쟁보다는 실질적인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실용적 설계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구체적인 입법 과제로 ▲의료법상 보호자 개념 확대 ▲가족 요양비 지급 대상에 비혈연 돌봄자 포함 ▲생활 동반자의 장례 집행권 보장 등을 제언했다.
이는 비혼 인구 증가와 고령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국가가 감당하지 못하는 돌봄의 영역을 민간의 자발적 상호 돌봄으로 보완하려는 현실적인 처방으로 해석된다.
【 청년일보=안정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