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청년 공약은 넘쳐나지만, 정작 청년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청년을 지원하는 데 머물렀지, 청년이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발상을 바꿔야 한다. 청년을 붙잡으려 하지 말고, 스스로 머물 이유를 설계해야 한다.
청년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일자리, 주거,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이 세 가지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늘 분절적으로 접근해왔다. 일자리는 일자리대로, 주거는 주거대로 따로 해결하려 했고, 그 결과 어느 것 하나 충분한 해답이 되지 못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편적인 지원이 아니라, 청년의 삶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통합 설계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해법으로 청년 정착 보장제를 제안해본다. 이는 단순히 돈을 주거나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청년의 삶을 지역과 연결해주는 계약형 모델이다. 핵심은 소득, 주거, 참여를 하나로 묶어 예측 가능한 삶의 경로를 제공하는 데 있다.
먼저, 소득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해야 한다. 청년에게 가장 큰 불안은 지금의 수입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계획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는 지역 기업 및 공공기관과 협력해 최소 3년 이상의 고용 또는 프로젝트 참여를 보장하는 구조를 만들어 보는 것을 제안해본다. 단순 채용이 아니라, 지역 문제 해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하고 이를 공식적인 경력으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청년에게는 경력의 연속성을, 지역에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력을 동시에 제공한다.
다음으로, 주거를 비용이 아닌 자산 형성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의 청년 주거 정책은 대부분 임대료 부담을 낮추는 데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획기적인 변화는 거주 자체가 자산으로 이어질 때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공공주택에 거주하는 동안 납부한 임대료의 일부를 지분으로 적립해, 일정 기간 이후에는 실제 소유권의 일부를 확보할 수 있는 지분 적립형 주거 모델 도입을 상상해본다. 이는 청년을 단순한 임차인이 아니라, 지역의 공동 투자자로 만드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청년 참여를 의견 제시가 아닌 결정 권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청년 정책은 의견을 듣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제는 일정 규모의 예산을 청년에게 직접 위임하는 청년 독립 예산제를 도입하여 청년들이 스스로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며 그 결과에 책임지는 구조를 설계해보면 어떨까? 실패 또한 경험으로 인정하는 환경 속에서, 청년은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설계자로 성장하게 된다.
이 세 가지 축이 결합될 때, 청년 정착 보장제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삶의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청년은 일정 기간 동안 안정적인 소득을 기반으로 일하고, 거주를 통해 자산을 형성하며, 지역 정책에 직접 참여한다. 이는 단기적인 혜택이 아니라, 시간을 기반으로 설계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다.
물론 재정 부담이나 형평성 문제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소규모 지원을 반복하는 방식이 청년 유출을 막지 못했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오히려 일부 지역에서라도 과감한 실험을 통해 성공 모델을 만들고, 이를 점진적으로 확산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일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공약의 숫자를 겨루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청년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지역의 생존을 위한 구조를 제시하는 경쟁이어야 한다. 청년은 더 이상 붙잡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주체다. 그리고 그 선택을 바꾸는 것은 작은 지원이 아니라, 삶 전체를 설계할 수 있는 구조다.
이제는 청년에게 무엇을 더 줄 것인가가 아니라, 청년이 왜 이곳에 머물러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답하는 공약만이, 이번 선거 이후에도 살아남을 것이다.
글 / 박이슬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