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다시 오고 싶은 나라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군포문화재단을 이끌고 있는 전형주 대표가 신간 '다시 오고 싶은 나라: K-컬처시대, 우리가 만드는 미래'(도서출판 새빛)를 통해 '문화가 국가 경쟁력을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던졌다. 한류가 세계적 현상이 된 지금, 이 책은 성과를 나열하기보다 그 이면의 구조와 본질을 짚어내며 '왜 다시 찾고 싶은 나라가 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해석을 제시한다.
이 책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그러나 그 질문은 가볍지 않다. 저자는 '사람들이 다시 오고 싶어 하는 나라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경제 규모나 제도, 인프라가 아닌 '문화'에서 찾는다. 그것도 흔히 말하는 콘텐츠 산업이나 한류의 외형적 성공이 아니라, 사람의 기억과 관계 속에 남는 문화의 작동 방식에서 해답을 끌어낸다.
◆ 문화는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남기는 것'
전형주 대표는 문화의 본질을 '콘텐츠'가 아닌 '기억과 관계'로 규정한다. 공연과 축제, 정책과 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사람의 마음에 남아 다음 선택을 바꾸는 힘, 그것이 진짜 문화라는 설명이다.
이 관점은 기존의 문화 담론과 분명히 결이 다르다.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생산했는가, 얼마나 큰 행사를 열었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기억되는가'라는 것이다. 결국 문화의 성패는 소비의 양이 아니라 축적된 감정의 질로 판가름 난다.
책 곳곳에서 드러나는 현장 경험은 이러한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저자는 오랜 시간 공연장과 축제 현장에서 시민을 만나며 체득한 감각을 바탕으로, 문화가 사람을 '바꾸기'보다 '버티게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문화는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도구라기보다,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일종의 정서적 안전망이라는 것이다.
◆ 일상에서 시작된 문화, 도시를 만들고 국가로 확장되다
이 책은 총 여섯 개의 이야기 구조를 통해 문화의 흐름을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출발점은 언제나 '일상'이다.
문화는 거창한 이벤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하루를 살아낸 뒤 마음을 정리하는 작은 경험, 가까운 공간에서 반복되는 생활의 리듬 속에서 만들어진다. 저자는 이러한 일상의 축적이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결국 국가 브랜드로 확장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축제에 대한 해석이 인상적이다. 축제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핵심 장치다. 사람들은 축제가 끝난 뒤에도 그 도시를 기억하고, 그 기억은 다시 방문이라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규모나 화려함이 아니다. 그 경험이 어떤 감정으로 남았는가, 그리고 그 감정이 반복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는가가 도시 경쟁력을 결정짓는다.
◆ K-컬처의 힘은 '완성도'가 아니라 '감정의 정확성'
이 책은 K-컬처의 글로벌 확산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차별화된 해석을 내놓는다.
저자는 한류의 성공을 기술적 완성도나 산업 규모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감정의 정확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한국인의 일상 속에서 축적된 감정과 리듬이 세계인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었고, 그것이 공감과 신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관점은 K-컬처를 단순한 수출 산업이 아니라 '감정의 언어'로 바라보게 만든다. 노래, 드라마, 음식 등 다양한 콘텐츠가 국경을 넘어 확산된 이유 역시 화려함이 아니라 '사람다움'에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저자는 앞으로의 과제로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다. 콘텐츠를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문화의 방식 자체를 세계와 공유할 때 비로소 장기적인 경쟁력이 확보된다는 진단이다.
◆ 국가는 '이끄는 주체'가 아니라 '지속을 돕는 조력자'
문화 정책에 대한 저자의 시선도 분명하다.
그는 국가와 공공기관이 문화를 주도하거나 통제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문화는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의 역할은 '생산자'가 아니라 '플랫폼'에 가깝다. 다양한 창작자와 시민, 지역을 연결하고, 문화가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문화재단과 지역 기관의 역할을 재정의한다.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니라 문화 생태계를 작동시키는 연결 장치로 기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관광,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문화강국은 '제도'가 아니라 '선택의 축적'
책은 관광에 대한 인식 전환도 제시한다.
관광은 더 이상 '무엇을 보았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다. 사람을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은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형성된 관계와 기억이다.
이 관점은 지역문화, 관광, 도시 브랜드를 하나의 축으로 연결한다. 특히 지방자치 시대에 지역 경쟁력을 고민하는 정책 담당자와 실무자들에게 실질적인 방향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책의 결론은 명확하다. 문화강국은 선언이나 제도로 완성되지 않는다.
저자는 문화강국을 '시민·현장·정책이 함께 만들어낸 선택의 누적'으로 정의한다. 결국 남는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며, 문화의 주체 역시 시민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문화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설명 없이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사회. 경쟁과 효율만으로 평가되지 않는 나라. 그런 곳이 바로 '다시 오고 싶은 나라'라는 메시지다.
◆ 지금, 왜 이 책인가
'다시 오고 싶은 나라'는 단순한 문화론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는 어떤 문화를 만들고 있는가', '그 문화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떻게 남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K-컬처가 세계적 위상을 얻은 지금, 이 질문은 더욱 현실적인 의미를 갖는다. 콘텐츠 산업의 확장, 관광 활성화, 도시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이 책은 '문화의 본질'이라는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가게 만든다.
화려한 성과 뒤에 가려진 근본을 짚어내고, 문화가 개인의 삶에서 시작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 이 책은, 문화예술 종사자뿐 아니라 정책 입안자, 지역 기획자, 그리고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결국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문화는 결과가 아니라 태도이며, 그 태도의 반복이 한 나라의 얼굴을 만든다는 것이다.
한편, '다시 오고 싶은 나라' 저자 전형주 대표는 연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및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예술학 박사 학위를 추가로 취득한 융합형 학자 출신의 경영자다. 1993년부터 서일대와 장안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20여 년간 교육과 연구, 대중활동에 매진해 건강과 삶, 문화의 연계를 탐구해 왔다.
방송과 강연, 칼럼을 통해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며 건강한 삶과 문화에 대한 인식을 확산해 왔다. 현재 군포문화재단 대표이사로서 지역문화 진흥과 생활문화 활성화에 힘쓰고 있으며, K-컬처를 비롯한 문화 콘텐츠를 도시 경쟁력과 연결하는 다양한 문화정책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익재단 푸른나무재단 이사, 한돈자조금 명예 홍보대사, 한국교직원공제회 자문위원, '헬스경향'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으며, KBS·MBC·SBS·MBN 등 주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아시아경제', '이코노믹리뷰' 등 여러 매체에 칼럼을 연재해 왔다.
저서로는 인생과 삶의 태도를 성찰한 에세이 '인생미인', '비우고 뒤집고 채우다', '전형주의 맛있게 맛있게 나답게'와 '한국 음식의 조리 과학' 등 10여 권이 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