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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CU·화물연대의 슬기로운 해법...'노랑봉투법 시대'의 바로미터다

 

【 청년일보 】 지난 20일 오전 진주시 정촌면 예하리 CU진주물류센터 앞 40여 명이 참여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연좌농성 자리에서 2.5t 탑차에 부딪혀 조합원 1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사측이 노조의 파업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 차량을 투입하던 중 발생한 이번 사건의 원인에 대해 화물연대측은 '원청 교섭 요구자에 대한 물량 축소를 통한 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화물연대 노조의 파업은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물류 자회사인 BGF로지스 지역 센터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남진주센터를 비롯해 원주센터·안성화성센터·광주나주센터 등 지역 센터의 화물 노동자 10% 정도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파업으로 인해 수도권과 강원·경남·전남지역의 배송 업무가 부분적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측은 올해 1월부터 원청사인 BGF리테일에 교섭을 요구한 공문을 수차례 발송했다. 그러나 원청사인 BGF리테일은 이를 외면한 채 되레 물향을 절반으로 삭감했다며 사측은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원청사인 BGF리테일은 노조와의 교섭이 필요하지 않다고 맞서며 충돌을 빚고 있다. 이 처럼 양측간 극심한 대립각을 세우게 된 원인은 올해 3월 10일부터 시행 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하 노란봉투법)에서 비롯된다.

 

노란봉투법은 하청·간접고용 노동자의 원청 교섭권을 보장하고,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인 일례로 근로계약 형태를 떠나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도 '사용자'로 인정해 교섭 대상을 확대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합법적인 노동조합 활동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노조나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한편 손해배상 책임 산정 시 노동자의 개별 책임 비율을 감안하도록 규정했다는 점이다.

 

이번 양측간 갈등은 '사용자 범위'를 둘러싼 의견 차이에서 비롯됐다. 화물연대 노조측은 교섭 대상인 원청이 BGF로지스가 아닌 BGF리테일로 규정해 교섭을 요구한 반면 BGF리테일측은 직접 교섭 대상은 BGF로지스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태가 BGF리테일과 화물연대 간의 갈등 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기업과 노조간 적잖은 충돌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이번 CU와 화물연대 간 갈등은 노랑봉투법이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보여주는 가장 단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라며 "그렇기에 이번 사태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를 두고 향후 기업과 노조간 선명한 전례로 남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업 사태 이후 화물연대 노조측은 BGF리테일이 아닌 BGF로지스와 교섭에 착수했다. BGF리테일이 합의 사항 이행 지원 차원에서 상무급 인사를 투입하면서다. 이 같은 BGF리테일의 행보는 노랑봉투법이 규정하는 '사용자 범위'를 가급적 최소한으로 규정하면서도 법률적인 의무를 '도의적 차원'으로 이끌어내려는 의도란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화물연대 노조측의 요구를 완전 무시한 것이 아닌 임원급 인사를 교섭에 투입함으로써 이번 사건에서 사용자의 범위를 BGF리테일이 아닌 BGF로지스로 축소 인식하게끔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본다"라며 "개정안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같은 사측의 행보가 관습적으로 용인되는 측면이 있고, 노조 측 역시 노란봉투법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합원 사망 사건으로 심화된 BGF리테일과 화물연대 노조간 갈등은 법 시행 전의 일반적인 '노사 갈등'의 사례와 다르다. 이는 향후 물류 노동자들 필요시하는 유통 산업이 맞닥들일 숱한 갈등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란봉투법은 산업의 '근간'으로 자리한 하청·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기본 노동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도입된 법률이다. 때문에 법률적으로 확고히 규정된 새로운 '사용자의 범위' 역시 더 이상 회피할 수만은 없게 된 상황이다.

 

물론 사측 입장에서는 수많은 하청 및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를 일일이 수용할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않다. 또한 이로 인한 과도한 비용 증가로 인한 부작용도 야기될 수 있다.

 

반면 국내 산업계에 마치 '전제 조건' 처럼 규정돼 있는 하청 및 간접고용 형태를 근본적이고,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좀 더 긍정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사회적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이 같은 갈등을 풀어나가고 정착시키기 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도 모른다. 다만 이 같은 과정을 노사 모두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면 더욱 안정적인 고용 등 노동 환경을 만들고, 이는 더욱 견고한 성장 기반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요컨데, 이번 양측간 충돌 과정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대체 차량 운행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들이 차량을 가로 막으면서 충돌해 발생한 끔직한 사고다. 다만 대체 차량에 투입된 운전 기사 역시 생계를 위해 운행에 나선 똑 같은 노동자란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노조의 행보에 반한다고 해서 그들의 생계 활동까지 막을 권리는 노조에게 없다. 화물연대 노조 역시 노조원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 처럼 그들 역시 일할 권리가 있고, 또한 그들의 권리를 침해해서도 안된다.

 

즉 노란봉투법은 하청·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기본 노동권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마련된 법이나, 이해 관계가 없거나, 다른 노동자들의 일할 수 있는 권리까지 침해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건 아니라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유통 산업내 출발점이 될 이번 화물연대 노조 파업 사태를 계기로 노사 양측이 노란봉투법이란 새로운 법률적 여건 하에서 대화를 통해 슬기롭게 해결점을 도출해 나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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