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익스프레스 매각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홈플러스의 회생 가능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고 있다.
유동성 확보에도 불구하고 상품 수급·인적 인프라 붕괴 등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며 단기간 내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자사의 기업형 슈퍼마켓(이하 SSM) 사업 익스프레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하림그룹 계열사 NS홈쇼핑을 선정했다.
당초 예비 입찰에는 커피 프랜차이즈 메가MGC커피를 운영하는 엠지씨글로벌을 포함해 총 2곳의 전략적 투자자(SI)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결국 NS홈쇼핑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익스프레스 매각으로 홈플러스 회생 과정에 긍정적 시그널이 나타난 것은 업계 전체의 측면에서나 소비자의 측면에서나 긍정적인 소식"이라며 "매각으로 홈플러스 회생이 실제로 가능해질지 여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긴급운영자금(이하 DIP) 마련의 주요 방안으로 제시한 익스프레스 매각이 실제 이어지고, 오는 5월 4일 종료될 것으로 예정된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이 다시 한 번 연장되더라도 실제 사업력을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이 이와 같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이유로는 크게 ▲익스프레스 매각 성사 시에도 DIP 부족 ▲홈플러스 내·외부적 인프라 붕괴 및 회복 등을 거론하고 있다.
◆"익스프레스 팔아도 부족하다"…"연간 6천억원 아닌 1조원 이상 필요할 것"
먼저 이들은 익스프레스 매각이 성사된다고 할지라도 당초 홈플러스가 제시한 3천억원의 긴급운영자금(이하 DIP)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 익스프레스의 매각가를 약 3천억원 내외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NS홈쇼핑은 익스프레스 전체 매장을 인수할지, 일부 알짜 매장을 인수할지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없다. 이에 3천억원이라는 매각가 전체를 지불하고 이를 인수할지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 이번 입찰에서 NS홈쇼핑은 홈플러스가 제시한 3천억원대가 아닌 약 2천억원의 매각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익스프레스 매각이 당초 홈플러스가 제시한 매각가에서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며 "만약 NS홈쇼핑 측이 전국 익스프레스 매장 전체를 인수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현재 SSM 시장과 익스프레스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최대 2천억원대 중반대 수준에서 매각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짚었다.
NS홈쇼핑이 익스프레스를 홈플러스가 제시한 매각가를 그대로 수용할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로 인해 확보된 DIP는 현재 홈플러스의 자금난을 해소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올해 3월 총 1천억원의 DIP를 홈플러스에 긴급 수혈한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는 내부 인적 역량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여전히 주요 유통 업체에 납품 대금을 지급할 역량을 상실해 매장에서 판매할 상품조차 들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연간 6천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익스프레스 매각이 홈플러스가 제시한 매각가로 이뤄진다고 상정할지라도 여전히 2천억원가량이 부족하게 된다.
다만 이는 현재 홈플러스가 제시한 청사진대로 40여 개 점포의 구조조정을 마친 이후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됐을 때를 상정한 최소 금액이라는 게 더 근본적인 문제다. 실제 업계에서는 홈플러스를 실제 운영하는 데 연간 1조원에서 1조5천억원 내외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추산하는 의견이 많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현재 홈플러스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연간 6천억원의 비용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심지어 흑자 전환까지 이룰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긍정적인 전망"이라며 "시장에 알려진 인건비, 납품 대금 지급 정상화 등의 규모를 고려하면 최소 연간 1조원 이상이 소모될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인 예측"이라고 짚었다.
◆'회생 절차' 들어서도 '첩첩산중'…"상품 매입 역량·인적 인프라 '붕괴 직전'"
홈플러스의 계획대로 익스프레스가 판매되고 흑자 전환을 위한 단계적 절차가 진전되더라도 결국 홈플러스의 과거 역량을 복구하는 데는 또다시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상당하다.
홈플러스는 양적 규모로 보면 당초 대형마트 주요 3개 업체에서 2위를 차지하던 기업이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진입하기 이전인 2024년 기준 홈플러스는 6조9천억원, 3위인 롯데마트는 약 3조9천억원(국내 기준)의 매출 규모를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홈플러스는 당시에도 롯데마트와 달리 영업 손실을 지속하고 있었지만, 대형마트 업계 유통망에서 핵심적인 '규모의 경제'를 효과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이와 같은 입지는 홈플러스의 경영난이 본격화되면서 급속도로 쪼그라들기 시작했고, 이는 실제 최근 일선 현장에서도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식재료 매입을 담당하는 한 대형마트 업체 상품기획자(MD)는 "신선 식품을 매입하는 과정에서도 홈플러스의 현직자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며 "점포 수나 높은 집객률을 기반으로 타사와 동일한 수준의 가격에 상품을 매입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홈플러스의 여건으로 인해 웃돈을 주고 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회생 계획'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대형마트 사업의 핵심 요소인 '규모의 경제에 의한 상품 매입 과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홈플러스가 40여 개에 이르는 매장을 폐점하고 익스프레스 사업마저 매각한 상황에서 상품 매입 역량은 더욱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로 인해 판촉 프로모션 경쟁에서 경쟁사와 유사한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자본을 소모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사업의 전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무너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상품 매입 역량도 비례해서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현재 납품 대금을 제때 지급하고 있지 못해 들일 수 없는 상품을 넘어 대형마트의 핵심 상품인 신선 식품 영역까지 그 파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매입하지 못하면 결국 판매가를 낮추기 위해 자체 자본을 더 소모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며 "이런 입장에서 볼 때 홈플러스가 단기간 내 흑자 전환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홈플러스의 인적 자원이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필수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달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를 퇴사한 한 전직 임직원은 "아직 홈플러스에 남아 있는 동료들이 최근 4월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며 "MBK파트너스가 1천억원가량의 DIP를 투입했지만 체납된 인건비마저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흑자 전환'을 구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홈플러스가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기 시작한 올해 초부터 상품 매입 등 현장에서 일하는 숙련된 임직원들의 유출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며 "현재 홈플러스의 일선을 담당하는 임직원들은 동료들의 퇴사로 한계 이상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영역까지 겸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만약 홈플러스의 회생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할지라도 붕괴된 인적 인프라를 복구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될 것"이라며 "인적 자원이 부재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사업을 전개하는 것은 공상에 가깝다"고 짚었다.
◆"익스프레스 매각 근본적 사태 해결 아니다"…"청산 후 '자산 분할 매각'이 현실적"
전문가들은 익스프레스 매각이 일시적으로 자금 유동성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사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익스프레스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홈플러스의 재무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일회성 자금 유입으로 유동성 압박을 일부 완화할 수는 있지만 영업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는 구조적인 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점포 축소와 SSM 매각은 비용 절감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매출 기반을 약화시키는 측면도 있다"며 "외형 축소 속에서 고정비를 얼마나 빠르게 줄이느냐가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또한 "납품 정상화와 상품 경쟁력 회복이 지연될 경우 할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단기적인 흑자 전환보다는 중장기적인 구조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홈플러스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종우 남서울대학교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현재 홈플러스가 필요로 하는 자금 규모를 고려하면 1천억원 수준의 유동성 공급으로는 버티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통상 연간 최소 6천억원 수준이 필요하지만 현재와 같은 경영 상태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돼야 정상화 논의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SSM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는 일정 부분 의미가 있지만 전체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단순 자금 문제를 넘어 유통 기업의 핵심 경쟁력인 물류·공급망 붕괴를 더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이 교수는 "납품 대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으면서 공급업체들이 거래를 기피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는 단순히 가격 경쟁력 문제가 아니라 매대를 채울 상품 자체를 확보하지 못하는 단계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상품 수급이 막히면 매출 자체가 발생할 수 없고 이는 곧 이익 창출 구조의 붕괴로 이어진다"며 "설령 상품을 확보하더라도 정상적인 조건이 아닌 높은 가격으로 들여올 수밖에 없어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사업 정상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량 점포만 선별 매각하는 방식은 인수 주체가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고 점포별 개별 매각 역시 고용 승계와 추가 투자 부담 등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며 "결국 청산 이후 자산을 분할 매각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