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1 (목)

  • 흐림동두천 14.8℃
  • 맑음강릉 15.8℃
  • 구름많음서울 15.0℃
  • 대전 15.7℃
  • 구름많음대구 16.0℃
  • 울산 15.6℃
  • 흐림광주 17.5℃
  • 박무부산 16.6℃
  • 흐림고창 17.1℃
  • 흐림제주 19.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많음보은 15.2℃
  • 흐림금산 15.8℃
  • 흐림강진군 17.9℃
  • 흐림경주시 16.0℃
  • 흐림거제 17.2℃
기상청 제공

[청년발언대] "한 방울의 혈액 속 유전자를 읽다"…정밀의료 시대, '데이터 분석가'로 진화하는 임상병리사

 

【 청년일보 】 최근 의료계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맞춤형 정밀 의료'다. 질병의 평균적인 치료법을 제시하던 과거와 달리, 유전체 정보와 임상 데이터를 결합해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표적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치료 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맞는 약을 처방한다는 꿈같은 이야기의 뒤편에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검사실에서 묵묵히 유전체 데이터를 읽어 내려가는 임상병리사가 있다.

 

대중들에게 임상병리사는 '피 뽑는 사람' 혹은 '기계 버튼을 누르는 사람' 정도로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마주한 임상병리사의 업무는 그보다 훨씬 정교하고 치밀하다. 특히 암 환자의 조직에서 DNA를 추출해 수백 개의 변이를 한꺼번에 찾아내는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과정은 임상병리사의 손길이 닿지 않는 데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단순히 수치만 내놓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임상병리사는 방대한 양의 유전 정보를 분석해 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근거'를 가공하는 데이터 전문가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병리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현미경 대신 모니터 앞에 앉아 AI 알고리즘과 협업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문제는 이처럼 업무의 전문성과 난이도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지만, 현장의 처우와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단순 보조 인력'이나 '장비 운용자'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예비 임상병리사 사이에서는 "공부해야 할 양은 방대해지는데, 정작 현장에 나가면 전문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검사실의 부속품처럼 취급받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고시를 앞둔 임상병리학과 4학년 A 씨는 "분자생물학이나 면역학처럼 어려운 과목을 공부하며 전문성을 쌓아도, 외부에서는 단순히 검사 결과가 자동으로 나오는 줄 안다"라며 "우리가 분석한 유전자 한 줄이 환자의 생존율을 결정짓는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임상병리사가 맡은 업무인 정밀 의료는 단순히 고가의 장비만 도입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그 장비를 운용하고 데이터를 해석할 능력이 필수적이다. 대한민국이 진단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검사실 안의 숨은 조력자인 임상병리사의 전문성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해 보인다.
 


【 청년서포터즈 9기 박정하 】

관련기사




청년발언대

더보기


기자수첩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