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매 지방선거를 앞두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광경이 있다.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이들이 의원직을 내려놓고 시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것이다. 언론은 '사퇴서 일괄 제출', '보궐선거 예정'을 담담히 보도한다. 그러나 정작 물어야 할 질문은 끝내 던지지 않는다. 유권자가 4년을 위임한 대표가, 더 나은 자리가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임기 중에 자리를 떠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청년 세대에게 이 광경은 결코 낯설지 않다. 우리는 취업 시장에서 'MZ 세대', '요즘 애들'이라는 프레임 아래에 이기적이고, 끈기가 부족하고, 예의 없다는 이미지로 조롱받는다. 권위적인 업무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면 도의적 비난을 감수해야 하고, 이직은 철저한 자기 검열의 결과여야 한다. 그런데 국민이 직접 뽑은 대표자는 임기 중간에 더 좋은 자리가 눈에 띈다는 이유만으로, 어떠한 사회적 비난도 없이 자리를 옮긴다. 민간에서라면 서슴없이 '먹튀'라 불릴 행동이, 정치판에서는 '용기 있는 도전'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이 모든 일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버젓이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헌법은 국회의원의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은 예외로 열어두었고, 공직선거법은 시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선거일 30일 전까지만 의원직을 사퇴하면 그만이라고 규정한다. 사실상 경선이 끝날 때까지 현직을 유지한 채 도전할 수 있으니, 정치인 입장에서는 리스크 없는 '배팅'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부담은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전가된다. 대표를 잃은 지역구는 보궐선거라는 추가적 행정 비용을 떠안고, 대표성의 공백은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 구조가 낳는 낭비는 단순한 행정적 비용에 그치지 않는다. 국회의원 한 명을 선출하는 데에는 공휴일 지정, 선거인단 운영, 개표 인력 등 막대한 국가 자원이 투입된다. 2026년 기준 의원 한 명의 연봉만 해도 1억 6,100만 원에 달한다. 이렇게 선출되고 권한을 위임받은 의원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자리를 떠난다는 것은, 국가 자원을 개인의 경력 이동 발판으로 소진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이직'이 반복되는 구조적 유인은 명확하다. 시도지사는 수만 명의 공무원과 산하 기관에 대한 인사권 및 행정권을 행사하며, 임기 또한 안정적으로 보장된다. 보다 크고 안정적인 권한이 기다리는 자리 앞에서, 합리적 계산에 능한 정치인이 그 유혹을 외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결국 국회의원직은 더 큰 권력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고, 공직은 개인의 경력 관리 수단으로 전락한다. 청년세대가 '스펙 쌓기'에 내몰린다는 비판이 난무하는 사이에, 정치인들은 국가 공직 자체를 스펙으로 쌓고 있는 셈이다.
보궐선거를 둘러싼 풍경은 이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4일 부산 북구 만덕동에 전입신고를 하며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북구를 알아서 온 게 아니라, 지금부터 알고 발전시키기 위해 왔다"고 했다. 지역을 대표하겠다며 출마하면서, 정작 그 지역을 모른다고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다. 정치적 공백이 생긴 곳을 찾아 주소를 옮기고 지역의 대표인 양 행세하는 이러한 광경은, 지역 자치라는 정치철학의 근간을 정면으로 훼손한다.
결국 이 모든 문제의 뿌리는 같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시민에게 매달리며 표를 구하지만, 당선 이후에는 더 큰 권력을 향해 태연히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이러한 행태가 오랜 관행으로 굳어지면서, 아무도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관행이 된 무책임은 책임의 기준 자체를 허문다. '정치는 원래 그런 것'이라는 체념으로 모두가 이를 용인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소란도 없이 조용히 무너질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반드시 물어야 한다. 국민이 위임한 자리를 개인의 경력 사다리로 활용하는 이 행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임기 중 사퇴로 발생하는 보궐선거 비용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이며, 일정 기간 내 재출마는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이러한 제도적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청년 세대가 정치를 외면할수록 이 구조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냉소와 체념이 감시와 비판을 대신하는 순간, 우리가 잃는 것은 정치인의 자리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목소리일 것이기 때문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이나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