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삼성전자 노조의 대규모 성과급 요구가 파업 국면으로 치닫자 정치권과 학계, 주주들까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 간 갈등은 회사의 대표적 성과급 제도인 '초과이익성과급(OPI)'에 기인한다. 회사는 현재 OPI에 연봉의 50% 상한을 두고 있으며, 노조는 OPI 산정 방식의 투명화와 상한 폐지를 거듭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OPI 상한선을 폐지하는 것은 물론, 성과급 산출 기준을 기존의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의 15%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노사 협상을 통해 성과급 상한선 없이 영업이익과 연동해 보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사례를 선례로 들며 이들의 요구가 한층 격화되는 모습이다.
반면, 사측은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가 필수적인 반도체 업황의 특성상 보상 확대에 난색을 표한다. 이에 대한 절충안으로 국내 1위 달성시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하고 메모리사업부에는 경쟁사 수준의 대우를 보장하는 안을 내놓았지만, 노조 측은 성과급 체계 변경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사 갈등을 넘어 '노노(勞勞)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반도체 부문에만 편중됐다는 불만이 커지자, 비(非)반도체 부문의 일부 노조가 공동교섭단 탈퇴를 선언하며 균열이 생긴 것이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기반의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는 지난 4일 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에 '2026년 임금교섭 공동교섭단 종료의 건'이라는 공문을 보내 공동투쟁본부에서 탈퇴하겠다고 통보했다.
동행노조은 공문에서 " 특정 분야의 조합원이 아닌 전체 조합원 권익을 위한 안건 발의 및 요청에도 귀 조합(초기업노조·전삼노)에선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고, 심지어 협의하려는 의사조차 보이지 않는 등 전체 조합원 권익을 위한 우리 노조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상황과 현실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우리 노조를 향한 지속적인 공격과 비하 사례가 계속되고, 심지어 어용노조라는 도가 지나친 악의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행노조 조합원 70%는 가전과 스마트폰, TV 사업을 담당하는 DX 부문 소속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초기업노조, 전삼노와 함께 임금교섭을 위한 공동교섭단을 꾸리며 단일대오를 형성했으나, 반년 만에 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삼성전자 노조가 대규모 성과급 요구와 함께 오는 21일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강경 기조가 이어지자 정치권은 물론, 주주들 사이에서도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게 흘러 나오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우리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특정 기업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과 보상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사실상 노조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삼성전자가 우리 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 믿기에,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모두 아우르는 성숙하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판단을 해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글로벌 빅테크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TSMC 등 대체 공급선 검토에 나설 가능성을 경고하며, 자칫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열린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공정 검증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한 번 이탈한 고객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면서 "엔비디아, TSMC, 인텔이 사활을 건 AI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에 내부 갈등 수습에 역량을 소모하는 것 자체가 막대한 기회비용"이라고 지적했다.
주주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지난 4일 '삼성전자 파업 위기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파업에 따른 회사의 핵심 자산이 훼손될 경우, 참여 노조원 전원을 상대로 '제3자 권리침해' 법리에 근거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미래를 대비해야 할 재원을 성과급으로만 요구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라면서 "현금 대신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안 등 기업과 근로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는 절충안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조 측은 이달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사측은 이에 맞서 지난달 법원에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오는 21일 전까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