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아무도 죽음을 예상하며 타지로 일하러 오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3D(Dirty, Dangerous, Demeaing) 업종에 이어 'Death'를 포함한 4D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만큼 구조화된 현실이 되었다.
202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률은 내국인의 2.2~3.6배에 달했다. 왜 이들의 죽음은 이토록 빈번하며 지워지는 것일까?
한국의 산재보험 제도는 형식적으로는 이주노동자에게도 차별 없이 적용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유족이 그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과정에는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장벽이 작동한다(강명주 외, 2025).
◆ 첫 번째 장벽…산재 신청의 제약
이주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유족에게 가장 먼저 접근하는 것은 지원기관이 아닌 사측 변호사 또는 브로커이다. 브로커들은 합의금 수수료를 목적으로 유족에게 접근하며,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불법 체류자이므로 보상받기 어렵다'는 허위 논리로 합의를 강요하기도 한다.
사측은 대사관과 연계해 공상 합의를 종용하거나, 유족의 동의 없이 시신을 화장·송환하는 방식으로 산재의 흔적을 지우는 사례도 보고된다. 여기에 서류 발급과 공증을 위한 행정적 장벽, 절대적으로 부족한 정보 접근성, 수시로 바뀌는 제도적 지침까지 더해지면서 유족의 산재 신청은 가로막힌다.
◆ 두 번째 장벽…산재 입증의 제약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은 유족의 동의 없이 진행할 수 없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사망 통보를 받은 직후의 황망함, 시신 훼손을 꺼리는 문화적·종교적 정서로 인해 유족이 부검을 거부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사업장 기숙사에서 사망한 노동자의 유품은 버려지거나 은닉되고, 출퇴근 기록이나 근무 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사업장도 많다. 지원기관 활동가들은 유족을 대리할 법적 권한이 없어 사업장이나 대사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입증의 책임은 피해 당사자 측에 있지만, 그 수단은 처음부터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 세 번째 장벽…산재 판정 이후의 제약
산재 승인 여부는 장례 절차의 가능 여부를 사실상 결정한다. 시신 안치비, 염습비, 운구비, 화장비, 본국 송환비를 합산하면 최소 1천만 원 이상이 소요되는 구조에서, 산재 보상금 없이는 장례 자체를 치르기 어렵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장례비 지원 대상에서도 배제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커뮤니티 모금으로 장례를 대신 치르거나, 본국에 가족이 있음에도 무연고 사망으로 행정 처리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다.
한국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노동자를 체계적으로 유입하고, 내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에서 이들이 경제를 떠받치도록 설계한다. 그러나 산재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의 이후 삶을 지원하는 체계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사망의 경우 보상은 더욱 불확실하다.
이주노동의 4D적 성격은 이주노동자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구조적 위험의 산물이다. 노동력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죽음의 처리는 개인과 민간에 떠넘기는 이 이중성은 제도적 설계의 문제라 생각한다.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 개념은 이 지점에서 무거운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 사회는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면서도, 그들이 이 땅에서 사망했을 때 존엄한 마지막을 보장하는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 제도적 개선이 이러한 성찰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표면적인 수선에 그칠 뿐이다.
이주노동자에게 내국인과 완전히 동등한 산재 접근권을 즉각 보장하는 것은 언어, 정보, 물리적 거리, 문화적 차이 등의 현실적 조건으로 인해 단기간에 실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사망 이후 유족에게 가장 먼저 접근하는 주체가 브로커가 아닌 공적 지원기관이 되도록 하는 것,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장례비 지원에서 배제하지 않는 것은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필요에 의해 불러들인 이들이 이 땅에서 생을 마감했을 때, 그 마지막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제도 개선 이전에 사회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라 생각한다.
※ 이 글은 강명주·류현철·김승섭(2025)이 '비판사회정책'에 발표한 논문 '작동하지 않는 제도, 보상받지 못하는 죽음'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이나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