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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협상 결렬…반도체 셧다운 공포에 韓 경제·신인도 '비상'

성과급 상한 폐지 두고 끝내 '평행선'…이달 21일 총파업 수순
초기업노조 "조정안, 오히려 퇴보…사후조정 최종 결렬 선언"

 

【 청년일보 】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재원 기준 및 명문화 여부를 놓고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사후조정 등 정부의 중재에도 양측이 합의점 도출에 실패함에 따라, 삼성전자는 총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재계 일각에선 총파업 시 개별 기업의 노사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와 대외 신인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반도체 업종은 경제 성장률과 직결되는 핵심 산업인 만큼, 생산 차질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2~3월 두 차례 열린 조정에서 합의 실패로 최종 '조정 중지' 결론이 난 이후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사는 지난 11일부터 사후조정 절차를 통해 협상을 재개했다. 

 

사후조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조정 기간 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조정이 종료된 이후에도 분쟁 해결을 위해 중노위가 재조정에 나서는 절차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은 이날 새벽 2차 사후조정 회의 종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노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조정안을 요청했고 12시간 가까이 기다렸으나, 조정안은 오히려 퇴보했다"면서 "사후조정은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정안은 성과급 투명화가 아닌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금)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다"면서 "성과급 상한 50%도 그대로 유지됐다"고 전했다.

 

이어 "성과급 상한 폐지와 투명화·제도화를 요구했으나 이 부분이 관철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노위의 사후조정 연장 참여 여부에 대해선 "오늘로 끝났다"면서 사측과 자율 협상 계획에 대해선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회사가 제대로 된 안건을 가져온다면 들어볼 생각은 있다"고 부연했다.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은 성과급 상한 폐지 여부였다. 그동안 노조 측은 사내 대표 성과급 제도인 OPI의 상한 폐지와 더불어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는 지급안의 명문화를 요구했다. 매년 한 차례 지급되는 OPI는 각 사업부의 실적이 연초 목표를 달성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별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된다.

 

특히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전년도 노사 협상에서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에 연동한 보상 체계를 확립했던 사례를 제시하며, 노조 측의 요구 수위는 한층 고조된 양상을 보였다.

 

반면, 사측은 성과급 상한 폐지 제도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 배분할 경우, 향후 업황 둔화 국면에서 기업의 차세대 기술 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 특별 포상을 통해 최고 수준의 보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결국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사후조정 결렬 이후 삼성전자 측은 입장문을 통해 "노조의 이런 결정은 회사는 물론 협상타결을 기다리는 임직원, 그리고 주주와 국민들에게 큰 걱정과 불안을 끼치는 행동"이라면서 "회사는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노조가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총 18일간 대규모 총파업 수순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증권가 및 업계 안팎에선 반도체 생산 라인의 차질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최대 40조원의 천문학적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반도체 업황 부진기였던 2024년과 달리, 올해는 호황기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파업의 파급력은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각의 공통된 분석이다.

 

김동원 KB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번 파업 이슈가 타이트한 메모리 수급 환경에서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가격 상승 압력을 한층 강화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파업이 18일간 지속될 경우, 종료 이후에도 자동화 라인의 재가동 및 정상화 과정에 추가로 2∼3주의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적기 공급이 핵심 경쟁력인 시장 상황에서 인력 이탈이 발생할 경우, 실질적인 공정 차질은 물론 글로벌 고객사와의 신뢰 관계에도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외국 기업단체인 암참(주한미국상공회의소)도 지난 11일 이례적인 경고 메시지를 내놓으며 우려를 표했다. 핵심 수출 산업의 노동 불확실성은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파트너로서 한국의 위상과 비즈니스 허브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사태가 삼성전자 내부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국내 산업 전반과 대외 신인도를 하락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러한 노사 갈등 양상은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져 자칫 한국 기업에 대한 저평가와 투자 기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각에선 단순히 노사 간의 문제를 넘어 주주들과의 직접적인 이해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나아가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등 적극적인 공권력 행사를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조법에 따르면 쟁의 행위가 국민의 일상 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 긴급조정권 발동되면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 학회장은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은 기업가가 미래의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데 있다"면서 "지난 수년간 반도체 업황의 악화로 적자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투자를 지속하고 고용을 유지해 온 것은 경영자의 결단이었으며, 업황 회복기에 발생하는 이익은 엄밀히 말해 경영의 리스크를 감내한 경영자와 주주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주 배당금보다 많은 금액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을 부정하는 것으로 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살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성장률의 반등을 견인하고 있는 주역은 반도체 부문인데, 중차대한 시기에 생산 라인이 멈춰 선다면, 개별 기업의 손실을 넘어 국가 경제 성장 동력 자체를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 학회장은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 등 강력한 중재 수단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수원지법에서 진행될 삼성전자 노조 대상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의 2차 심문 결과에 적잖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노조는 집단행동에 제동이 걸리면서 파업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반면, 신청이 기각될 경우 노조는 파업의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며 파업 강행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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