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일본이 개량형 모가미급 호위함을 앞세워 군함 수출의 포문을 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80년 만의 첫 수출로, 수출지는 호주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8월 자국 해군 차세대 범용호위함 사업 SEA 3000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선정했다. 총 11척, 최대 약 200억 호주 달러(약 18조원) 규모의 계약이다. 지난달에는 이 가운데 3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경쟁 후보에는 한국의 대구급·충남급 호위함도 있었다. 함정의 성능과 납기에서는 한국 함정이 오히려 앞선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럼에도 호주는 일본을 선택했다. 이 같은 선택의 배경에는 함정의 제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요소가 있었다. 일본에서 함정에 더해 해양안보 패키지를 제안한 것이다.
일본은 모가미급 개량형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미국·일본·호주 3국의 인도-태평양 해역 안보 협력이라는 품목을 내보였다. 해상자위대 함정이 호주 다윈항에 기항하고 양국이 연합훈련을 반복하는 동안, 일본은 호주의 신뢰를 쌓았다. 만성적인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호주 해군에게 승조원 90명으로 운용할 수 있는 고도의 자동화 설계를 제시한 것도 상대의 현실을 정확히 읽은 결과였다.
반면 한국은 성능, 가격, 납기 등에 기반한 전통적인 무기 세일즈 문법에 충실했다. 그것 자체가 나쁜 전략은 아니다. 폴란드에서 날아들었던 K2 전차, K9 자주포, FA-50 다목적 초음속 경전투기 등 초대형 방산 수출 계약 낭보가 보여주듯, 한국 방산은 세계 시장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한국 방산이 폴란드의 성공에 취해 있는 사이, 일본은 조용히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 있었다.
일본은 최근 살상 무기 수출 규제를 대폭 완화한 데 이어 외무성·방위성·경제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방산 수출 컨트롤타워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무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략을 파는 체계를 갖추겠다는 선언이다.
이달 들어 모가미급 호위함은 뉴질랜드의 차기 호위함 선정 사업에서도 유력 후보 중 하나로 떠올랐다. 일본은 핵심 동맹국인 호주 해군과의 상호 운용성을 중시하는 뉴질랜드에 모가미급 호위함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밖에도 일본은 인도에 개량형 모가미급 호위함의 전체 설계와 인도 조선소에서의 공동 생산을 제안하며 또 다른 전선을 열고 있다.
한국은 현재 격랑이 몰아치는 해양 방산 수출 전장을 항해하고 있다. 캐나다 해군의 노후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한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이다. 사업은 최대 12척 도입에 30년 유지·보수 비용 등을 합산하면 그 규모가 약 6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현재 사업은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의 양자 대결로 압축됐다. 캐나다 정부는 사업을 두고 잠수함 성능이 아닌 경제적 효익과 산업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잠수함 성능으로는 독일을 압도하는 한국이 방심할 수 없는 이유다.
한국도 이번엔 달랐다. 잠수함 도입 계약을 넘어 캐나다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묶은 패키지형 제안을 내놓았다. 호주에서 놓쳤던 방산 패키지 세일즈의 언어를 배운 것이다.
최근 캐나다 방위투자청은 한국과 독일의 최초 제안서가 자국이 기대한 경제적·산업적 혜택 수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입찰 기한을 연장하며 더 나은 제안을 요구했다. 일본의 군함 수출 사례가 한국 방산에 던진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기를 파는 나라에서 전략을 파는 나라로 전환할 수 있는지 캐나다가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 청년일보=강필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