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에서 홀로 소외될 수 없다는 '포모(FOMO)' 심리가 극에 달하면서 삼성전자를 향한 개인 투자자들의 차입 투자가 역대 최초로 4조원을 돌파했다. 노사 갈등에 따른 주가 흔들림을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은 '개미'들이 빚을 내서라도 주식을 쓸어 담은 결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거래융자 잔고 금액은 4조68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아직 갚지 않은 대출금을 뜻하는 신용잔고는 지난 8일부터 20일까지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탔다. 이 기간 불어난 잔고만 9천31억원에 달해 반도체 상승장에서 낙오할지 모른다는 시장의 불안감이 '빚투' 폭증으로 연결됐음을 방증했다.
실제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몸으로 받아내며 공격적인 매수세를 펼쳤다.
한국거래소 집계 결과 이달 들어 20일까지 개인은 삼성전자를 11조490억원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14조7천290억원을 순매도하며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특히 노조의 총파업 예고로 장중 주가가 4.4% 급락했던 전날에도 개인은 하루 만에 7천670억원을 사들이는 과감한 베팅을 감행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과 실적 개선 기대감이 리스크를 압도한 것이다.
시장의 유일한 걸림돌이었던 파업 우려가 극적으로 해소되면서, 증권가는 일제히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재평가에 착수했다.
노사 갈등이라는 불확실성이 걷힌 만큼 그동안 경쟁사 대비 과도하게 짓눌려 있던 주가가 본격적인 정상화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날 밤 노사가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전격 도출하자,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7% 넘게 급등하며 단숨에 29만원 선을 회복했다.
실제 신한투자증권은 노사 리스크 해소를 전격 반영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55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노사 관련 우려가 해소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밸류에이션 정상화를 반영한다"고 골자를 짚었다. 이어 "메모리 가격의 추가 상승 흐름과 장기 계약 기반의 안정적인 실적 가시성 확보, 나아가 주주환원 강화 등도 향후 주가를 견인할 기대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57만원으로 과감히 올리며 이 같은 낙관론에 무게를 실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스크 해소 이후의 '상승 탄력성'에 주목했다. 채 연구원은 "그동안 파업 리스크로 인해 경쟁사들과 비교해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억눌려 있었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악재가 소멸한 만큼 향후 주가의 상승 모멘텀은 오히려 경쟁사보다 강력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단기적 훈풍에 도취하기보다 내년 이후 찾아올 글로벌 IT 시장의 냉각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고단가 기조와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대형 기술기업들의 자금줄 압박을 경고하며 시장의 과열을 경계했다. 송 연구원은 "현재 빅테크 업체들은 아마존을 제외하면 주주환원액을 대폭 줄이거나 대규모 차입 등 별도의 자본 조달 없이는 내년 CAPEX(자본지출)를 늘리기 어려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글로벌 수요 기업들이 더 이상 메모리 반도체의 높은 가격과 어마어마한 투자 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 오면, 메모리 업체들이 누리고 있는 70∼80% 수준의 높은 이익률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며 "이로 인한 단가 하락과 함께 시장 전체가 가라앉는 조정기가 내년 하반기 이후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냉정한 제언을 덧붙였다.
【 청년일보=안정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