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HD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노조와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는 없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기 전의 사안이라면, 노사 관계에서의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와 명시적·묵시적 계약을 맺고 있는 자'로 봐야 한다는 기존 판례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1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가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에서 하청노조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같이 판단했다. 이는 지난 2017년 1월 노조 측이 소송을 제기한 이후 9년 4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다.
쟁점은 원청을 하청노조와의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볼 수 있는지였다.
올해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했다. 하청노조는 법 개정 이전에 대해서도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다수의견을 낸 8명의 대법관은 "구 노동조합법 2조가 적용되는 사안에서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관한 기존 법리는 타당하므로 유지돼야 한다"며 1986년 기존 판례를 유지한 것이다.
이어 "원청이 하청노조에 대해 지배·개입하지 않을 의무 등 소극적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단체협약의 체결을 위해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해석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반대 의견도 있었다.
이흥구·오경미·신숙희·마용주 대법관 등 4명은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며 종전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판결 선고 뒤 금속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부정하고 하청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며 규탄했다.
금속노조는 "이번 판결은 개정 노조법 2조의 취지에도 역행하는 결정"이라면서 "이미 사회는 노동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가 사용자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노동 현장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청·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더 강한 단결을 만들고, 원청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HD현대중공업 측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향후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