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반도체 양대산맥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지난달 시가총액(시총) 1조 달러 클럽에 나란히 가입하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 삼성전자가 아시아 기업으로는 대만 TSMC에 이어 두 번째로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SK하이닉스까지 국내 두 번째이자 아시아 세 번째로 '트릴리언 클럽'에 합류한 것이다.
이번 시총 순위 상승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이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 서버에 필수적인 메모리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남에 따라, 양사가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며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한 것이다.
이는 AI 시장의 흐름을 꿰뚫어 본 선제적 투자와 기술 혁신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시총 1조 달러를 상회하는 기업을 2개 이상 보유한 국가는 미국을 제외하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무엇보다 시총 1조 달러는 단순히 한 기업의 주가 상승이나 규모의 확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특정 국가의 증시에 1조 달러 규모의 기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국가 신인도와 직결되는 요소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이 한국 증시에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경제 기초체력과 달러를 벌어들이는 능력이 최고 수준임을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증명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이번 양사의 시총 체급 상승은 경제 전반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며, 지금의 성과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규모를 더욱 확장해 나가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체급 확장의 저력은 과감한 'R&D(연구개발) 투자'와 '기술 혁신'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세계 무대에서 체급을 더 키우기 위한 고삐를 죄어야 시점임에도, 정작 현장에선 '그들만의 성과급 잔치'(?)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씁쓸한 아쉬움을 남긴다.
삼성전자는 최근 임금협상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사업 성과(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노사 합의를 통해 영업이익의 10%를 전 직원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데 뜻을 모았다.
반도체 기업발(發) 성과급 요구 분위기는 자동차, 바이오 등 다른 주력 산업으로도 빠르게 확산하는 모양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를 내세우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의 순이익이 10조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3조원을 웃도는 규모다.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땀 흘린 구성원들에게 사기 진작 차원에서 합당한 보상을 안겨주는 것은 어찌 보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기술 초격차, R&D 투자에 집중돼야 할 핵심 재원이 단기적 보상에 과도하게 치우친다면, 장기적으로 자칫 기업의 기초체력과 성장 엔진을 갉아먹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성과급 협상을 매듭지은 반도체 양사를 넘어, 자동차·바이오 등 주력 산업 전반으로 번지며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어렵사리 피워 올린 '시총 1조 달러'의 파급력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성과를 분배하는 데 치우치기보다 미래를 도모하는 전폭적인 투자에 노사가 뜻을 모아야 한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