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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알고 있는 문제…가지 않는 상담실"

 

【 청년일보 】 "존재는 알지만 발길은 뚝"…인지율과 이용률의 위험한 괴리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등 관련 기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상담 기관(청소년상담복지센터, 1388 청소년전화 등)에 대한 인지율은 대개 70~80% 선을 웃돈다. 대다수의 청소년이 힘들 때 도움을 청할 곳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 이용률은 이와 정반대다. 정신장애나 심각한 심리적 위기를 경험한 청소년 중 실제로 전문 상담이나 치료를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한 자릿수(5~6% 안팎)에 불과하다.

 

이처럼 이용률이 저조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청소년들이 느끼는 '심리적 장벽'이 꼽힌다. 상담 시설을 이용하는 것 자체에 대한 주변의 시선, 즉 '낙인 효과'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개인정보나 상담 내용이 유출되어 대학 입시나 교우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도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 문 두드린 아이들, 4명 중 1명은 '고위험군'

 

더 큰 문제는 상담 시설을 찾는 청소년들의 위기 수준이 과거에 비해 훨씬 심각해졌다는 점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전체 청소년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고위험군' 청소년의 절대적인 수와 비중은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과거 청소년들의 상담 주제가 주로 '단순 학업 고민'이나 '진로'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최근에는 우울증, 대인기피, 자해 및 자살 충동 등 정서·심리 문제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실제로 전국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접수되는 고위험군(자살·자해 집중 심리 클리닉 대상자) 청소년은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상담을 받는 청소년 4명 중 1명꼴로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한 위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의 한 청소년 상담사는 "갈수록 아이들이 겪는 고민의 수위가 깊어지고 복합적이다"라며 "가족 갈등에 또래 관계 파탄, 여기에 SNS를 통한 사이버 폭력까지 겹치면서 고립·은둔으로 이어지는 아이들이 많다"고 현장의 우려를 전했다.

 

◆ '기다리는 상담'에서 '방구석으로 찾아가는 상담'으로

 

전문가들은 청소년 상담 시설의 이용률을 높이고 위기 청소년을 적기에 구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문 중심 상담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들이 상담소로 찾아오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상담 서비스가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카카오톡 채널, 익명 SNS 등을 활용한 '비대면·모바일 상담 인프라'의 대대적인 확충이다. 대면 상담에 거부감을 느끼는 청소년들이 익명성이 보장된 디지털 공간에서 먼저 마음을 열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또한, 학교 내 '위(Wee) 클래스'와 지역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그리고 '정신의학 전문의'를 촘촘하게 잇는 원스톱 연계망 구축도 시급하다. 학교에서 1차로 위기 징후를 발견하면, 전문 센터와 병원으로 즉각 연결되는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방구석을 나오지 못하는 고립·은둔 청소년을 위해 전문 상담사가 직접 집으로 찾아가는 '청소년 동반자' 프로그램에 대한 예산과 인력 지원 역시 대폭 확대되어야 할 과제다.

 

청소년기의 마음 상처는 성인기의 고질적인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청소년들이 아무런 편견 없이,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언제든 손을 내밀 수 있도록 상담 시설의 문턱을 낮추는 사회적 노력이 시급하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윤석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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