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우리 사회에서 '호스피스'는 오랫동안 '죽음'과 '포기'라는 부정적 관념에 갇혀 있었다. 환자가 호스피스 병동으로 향한다는 소식은 흔히 치료를 포기했다는 절망적 선언이나, 가족이 환자를 방치하는 '현대판 고려장'과 같은 낙인으로 치부되곤 한다. 이러한 오해는 환자가 고통 없이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권리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이 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호스피스 권유를 의료진의 포기 신호로 받아들이지만, 이는 의학적 사실과 거리가 멀다. 호스피스는 결코 치료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고통을 직시하고 치료의 목표를 질병 중심의 '항암(Cure)'에서 인간 중심의 '완화(Care)'로 재설정하는 적극적인 의료 행위다.
실제 말기 암 환자의 호스피스 이용 경험에 관한 연구들에 따르면, 환자들은 호스피스를 통해 자신의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죽음에 대한 준비와 논의 과정을 거치며 깊은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전문적인 심리·정서적 지지를 받으며 삶의 마지막을 긍정적으로 정리한다. 이처럼 질병이 아닌 '사람'의 존엄을 마지막까지 지켜내는 것이 호스피스의 본질이다.
호스피스를 '죽음을 기다리는 수용소'로 오해하는 사이, 정작 환자들은 가장 평안해야 할 시간을 놓치고 있다. 중앙호스피스센터에 따르면 현재 국내 말기 암 환자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30%대를 기록 중이나, 평균 이용 기간은 여전히 약 27~30일 내외에 머물고 있다. 이 짧은 기간은 환자와 가족이 거부감과 죄책감으로 결정을 미루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잘못된 관념 때문에 환자는 가족과 깊은 작별을 나눌 소중한 시간을 차가운 중환자실에서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적절한 시기의 완화의료 선택은 정서적 안정뿐만 아니라 생존 기간의 만족도까지 높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호스피스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해소하고 환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죽음에 대한 사회적 담론의 활성화다. 죽음을 기피할 대상이 아닌 삶의 자연스러운 완성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변화가 우선이다. 이를 위해 평소 자신이 원하는 임종의 모습에 대해 대화하고, 나중에 치료가 어려운 임종기 상태가 되었을 때, 무의미한 생명 연장 치료를 받지 않고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겠다고 건강할 때 미리 써두는 문서인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보편화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둘째, 서비스 유형의 다양화와 인프라 확충이다. 언론 보도 및 보건 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호스피스는 입원형, 가정형, 자문형 이렇게 3가지 기관 유형이 있으며 그중에서 '가정형 호스피스'의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 환자가 익숙한 환경에서 마지막을 보낼 수 있도록 맞춤형 인프라를 대폭 늘려 환자의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셋째, 소통 체계 및 전문 중재 시스템의 강화다. 의료진은 호스피스 권유가 '돌봄의 강화'임을 충분히 설명해야 하며, 의학·간호·사회복지·심리 등 여러 학문 분야가 협력하여 환자를 통합적으로 돌보는 다학제 팀을 개입하여 가족의 심리적 부채감을 덜어주는 전문적인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국 호스피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언제 죽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다 마무리하느냐"로 향해야 한다. 호스피스는 패배의 장소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삶의 마지막 페이지를 아름답게 완성하는 성소(聖所)다. 미래의 간호사로서 필자는 더 많은 환자가 고독한 투병 대신, 따뜻한 온기와 세심한 전인간호 속에서 삶을 갈무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호스피스는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이자, 숭고한 사랑의 실천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황정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