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기업형 슈퍼마켓(SSM) 업계가 모처럼 호황 국면을 맞고 있다. 홈플러스 점포 축소에 따른 수요 이동과 퀵커머스 시장 성장,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주요 업체들의 실적과 사업 환경이 동시에 개선되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GS더프레시·롯데슈퍼·이마트에브리데이 등 주요 SSM 업체들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GS더프레시는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4천53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주요 SSM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SSM 전체 업황도 개선되고 있다.
먼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GS더프레시의 퀵커머스 매출 신장률은 40.9%에 달했다. 또한 냉동면(168.4%), 양곡(34.7%), 냉장간편식(32.8%), 우유(13.5%) 등 주요 품목의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SSM 업계의 호조세 원인으로는 ▲홈플러스 점포 축소 ▲퀵커머스 서비스 확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먼저 홈플러스의 대규모 점포 축소가 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홈플러스 매장 수는 지난해 117개에서 현재 67개로 감소했다. 이달에만 폐점한 매장도 약 40여 개에 이른다.
운영을 지속하고 있는 홈플러스 매장의 상품 구색 역시 과거와 비교해 크게 축소된 상태라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홈플러스는 재정난으로 인해 직원 급여는 물론 주요 상품 납품 대금 지급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일부 점포에서 자체 브랜드(PB) 상품 중심으로 진열대를 채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선식품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생활용품과 공산품 등 다양한 상품을 한 번에 구매하려는 소비자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평소 인근 홈플러스 매장을 이용하던 한 40대 소비자는 "일반적으로 대형마트에 가면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생활용품과 각종 공산품도 함께 구매하게 되는데 최근 홈플러스에서는 원하는 상품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규모는 다소 작지만 상품 구색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갖춰진 인근 SSM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홈플러스 추가 휴점·폐점설 역시 SSM 업황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9일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안에 적자 폭이 큰 점포를 추가 휴점하는 방안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생활권이 형성된 곳이 적지 않다"며 "핵심 거점 역할을 하던 매장이 사라질 경우 인근 소비 수요가 자연스럽게 다른 유통 채널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대부분의 SSM은 주거지와 가까운 골목 상권에 위치해 있어 기존 대형마트 이용 고객을 흡수하기에 유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퀵커머스 서비스의 질적 개선도 SSM 업황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퀵커머스는 1~2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SSM 사업의 핵심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1~2인 가구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소량 장보기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며 "이들 소비자는 대형마트보다 집 근처 점포를 기반으로 한 퀵커머스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거 밀집 지역에 다수 점포를 운영하는 SSM 입장에서는 퀵커머스 강화가 자연스러운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주요 SSM 업체들은 퀵커머스 확대와 서비스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GS더프레시는 전국 오프라인 점포를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로 적극 활용하며 퀵커머스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신선식품 중심의 상품 경쟁력과 촘촘한 점포망을 기반으로 1시간 내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슈퍼는 올해 하반기 제타앱과 부산 강서구에 구축된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 기반 물류센터(CFC)를 활용해 퀵커머스 시장에 도전장을 던질 계획이다.
이마트에브리데이 역시 오프라인 점포망과 네이버·쿠팡이츠 등 외부 플랫폼과의 협업을 확대하며 1시간 내외 퀵커머스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6·3 지방선거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역시 업계에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SSM의 출점과 영업시간, 의무휴업일 등을 규정하는 법률이다. 이에 따라 SSM도 월 2회 범위 내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한 의무휴업일을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쿠팡 등 플랫폼 중심 유통 시장 확대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실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관련 개정안을 지난달 19일 상정해 소위원회에 회부했다.
전문가들은 SSM 업계가 고물가 등 어려운 소비 환경 속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형마트처럼 한 번에 많은 금액을 지출하기보다 필요한 상품만 수시로 구매하려는 소비 패턴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최근 SSM 업계는 단순히 대형마트의 보조 채널이 아니라 근거리 장보기 수요를 흡수하는 독립적인 유통 채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특히 홈플러스 점포 축소로 발생하는 수요 공백이 일부 SSM 업체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에는 대형마트와의 경쟁이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퀵커머스와 신선식품 경쟁력이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GS더프레시와 롯데슈퍼, 이마트에브리데이 모두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논의가 현실화될 경우 영업 규제 완화에 따른 수혜도 기대할 수 있다"며 "고물가 국면에서 소비자들이 필요한 상품만 빠르게 구매하는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는 만큼 SSM 업태의 성장 여건은 과거보다 오히려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 업계 전문가는 "최근 SSM 업계의 성장세는 단순히 특정 기업의 실적 개선을 넘어 국내 유통시장 구조 변화와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과거에는 대형마트를 보완하는 보조 채널 성격이 강했지만 현재는 근거리 장보기와 즉시배송 수요를 흡수하는 독립적인 유통 채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특히 홈플러스 점포 축소로 발생하는 수요 공백과 퀵커머스 시장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SSM 업계에 상당히 우호적인 환경"이라며 "향후에는 단순한 오프라인 매장 수보다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