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최근 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성과급 바람이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불고 있다. 과거 제약·바이오 산업은 일반 제조업에 비해 노조 존재감이 미미했다. 연구개발 중심에 산업 규모가 크지 않아 갈등이 쉽게 표출되지 않았다.
지금은 얘기가 다르다. 최근 몇 년 사이 제약·바이오 산업은 양질의 성장을 거듭했다. 이젠 한국의 미래 먹거리 핵심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셀트리온의 경우 올해 1분기에만 매출 1조1천4백5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3천2백19억원에 달했다.
자연스레 노동자들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이런 상황 속 지난 1일 셀트리온에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2002년 셀트리온이 창사한 이래 24년 만에 나온 첫 노조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에 가입한 셀트리온지회(유니트리온)는 공식 성명서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노조는 사측을 향해 직원들의 헌신에 걸맞은 투명한 보상과 존중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셀트리온지회는 경영진이 과거 약속했던 경쟁사를 뛰어넘는 대우가 결국 타사 눈치만 보며 생색내기식으로 지급하는 따라가기 식 초과이익 성과급(PS)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투명한 산정 기준도 없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금액을 수용해야만 하는 현재의 보상 제도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며 성과급 체계를 강하게 성토했다. 사측은 법과 제도에 따라 성실하게 대응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노사 갈등이 셀트리온보다 먼저 본격화된 쪽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과 준법투쟁 등 단체행동에 나섰다. 사측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평행선만 달리는 모양새다.
이러한 성과급 갈등을 바라보는 시선이 무겁기만 한 이유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흔히 제약·바이오 산업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대표주자라 부른다.
일단 들어가는 돈과 시간이 막대하다. 신약 개발, 신규 공장 증설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수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지금 당장의 이익을 성과급으로 상당 부분 분배해 버리면, 미래를 위한 재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순간의 투자 지연은 곧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물론 기업 성장에 기여한 직원들의 노고에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다. 투명한 기준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보상은 구성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선순환을 만든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노사 관계는 존재할 수 없다. 한쪽이 웃으면 다른 한쪽은 피눈물을 흘리는 치킨 게임은 결국 공멸로 이어질 뿐이다.
지금 제약·바이오 업계에 필요한 것은 극한의 대립이 아닌 슬기로운 상생의 지혜다. 회사는 보상 기준 투명화를 바탕으로 노조와 끊임없이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노사는 기업의 미래 투자 필요성을 인정하는 대타협의 자세를 보여야 할 때다.
【 청년일보=맹봉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