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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절차 패싱한 '50% 지침'…선관위, 투표용지 축소 내부 전결 처리

유권자 대비 인쇄 하한선 조율 시 회의조차 생략
전국 91개 투표소 파행 속 피해 규모 계속 증가

 

【 청년일보 】 최근 치러진 6·3 지방선거에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배경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안일한 행정 절차와 지침 개정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투표율 예측의 기준이 되는 인쇄 하한선을 대폭 낮추는 과정에서 위원회 차원의 공식적인 회의나 심의는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실무진의 전결로만 처리된 사실이 확인됐다.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김민전 의원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해 12월 10일 별도의 의결 절차 없이 사무총장 전결 마크만으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종합관리지침'을 개정했다.

 

이 개정을 통해 선관위는 선거일 투표용지 인쇄 매수의 하한 기준을 기존 유권자 대비 60%에서 50%로 하향 조정했다.

 

실무 지침의 후속 개정도 마찬가지였다.

 

선관위는 같은 달 24일 선거정책실장 전결을 통해 '공직선거 절차 사무편람'을 동일한 내용으로 수정했으나, 이 과정에서도 위원들이 참여하는 공식 회의는 단 한 차례도 소집되지 않았다.

 

이 같은 임의 지침 하달에 따라 실제 현장에서는 심각한 공급 부족이 현실화됐다.

 

대표적으로 대규모 투표 중단 사태를 겪은 서울 송파구선관위의 경우, 잠실3·4동을 제외한 관내 25개 동의 투표용지 인쇄 비율을 지침의 최저선인 50%에 맞춰 발주했다.

 

그러나 당일 송파구의 최종 투표율은 65.8%까지 치솟으며 서울 전체 평균(63.6%)을 2.2%포인트 상회했고, 결국 준비된 용지가 바닥나며 현장은 극심한 혼란에 직면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서초·성동·양천구에 이어 4번째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만큼 투표 열기가 뜨거웠음에도 현장 수요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셈이다.

 

선관위 측은 행정 편의와 보안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인쇄 하한 기준은 2009년 80%에서 2016년 70%, 2021년 60%로 점진적으로 축소되어 왔으며, 이는 사전투표율의 꾸준한 증가와 짧은 인쇄 기간 내 유효 인쇄소 확보의 어려움, 수백만 장에 달하는 잔여 용지의 검수 및 보관 부담, 분실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였다는 해명이다.

 

아울러 선거 당일 필요 이상의 잔여 용지가 남을 경우 되레 '부정선거 의혹'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부연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지침만 하향했을 뿐, 용지가 고갈되었을 때를 대비한 '매뉴얼'은 전혀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긴급 상황 발생 시 투표용지 일련번호 기재 방식, 추가 교부 매수의 산정 기준, 재배부 절차 등 필수 가이드라인이 부재해 현장 대응력을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일선 투표소가 6~13명의 소수 인력으로 투표 관리부터 우편투표 접수, 개표 준비까지 다중 업무를 실시간 처리하다 보니 사태 발생 직후 지휘부로의 상부 보고와 상황 전파마저 연쇄적으로 지연됐다.

 

부실 대응의 여파로 파악된 피해 규모는 갈수록 불어나는 추세다.

 

현재까지 공식 확인된 투표용지 부족 발생 지역은 전국 91개 투표소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서울 42곳, 경기 23곳, 인천 11곳 등 수도권에 집중됐으며 대구 4곳, 부산 3곳, 울산·경남·전남 각 2곳, 충북·전북 각 1곳으로 집계됐다.

 

용지 부족분 역시 초기 보고된 4726장에서 전날 선관위가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실에 정정 제출한 자료에서는 7194장으로 크게 늘어났다.

 

투표가 중단된 시간은 투표소별로 최대 105분에 달했으며, 송파구 내 일부 투표소 3곳은 현장 관리 부실로 인해 정확한 투표 중단 시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선거 관리 역량에 대한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청년일보=안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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