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유럽중앙은행(ECB)이 중동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2년 9개월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섰다. 유로존 경기 둔화 우려에도 물가 안정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며 긴축 기조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ECB는 11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예금금리를 기존 연 2.00%에서 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주요재융자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각각 2.40%, 2.65%로 같은 폭 올렸다.
ECB의 금리 인상은 2023년 9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예금금리를 4.00%까지 끌어올렸던 ECB는 지난해 6월부터 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가 예금금리를 2.00%까지 낮췄으나,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가 불안이 커지면서 다시 긴축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특히 지난 2월 발발한 이란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ECB는 올해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0%로, 내년 전망치는 2.0%에서 2.3%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반면 경기 전망은 낮췄다. ECB는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9%에서 0.8%로, 내년은 1.3%에서 1.2%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해석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여름철 인플레이션을 더욱 끌어올리고 식료품·상품·서비스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소비자물가는 내년 상반기까지 목표치인 2%를 상당폭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에너지 가격 하락과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 둔화에 힘입어 인플레이션은 2027년 하반기 목표 수준으로 복귀할 것"이라며 "국방·인프라 투자 확대가 경기 하방 압력을 일부 상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향후 추가 긴축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시장금리는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 다만 공급 충격에 따른 물가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홀거 슈미딩 베렌베르크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금리 인상은 이란 전쟁이 초래한 경제적 충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잭 앨런-레이놀즈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가격 상승의 물가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ECB의 긴축 사이클이 길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번 금리 인상으로 유로존 예금금리와 한국 기준금리(2.50%) 간 격차는 0.25%포인트로 축소됐다. 인상된 정책금리는 오는 17일부터 적용된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