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헌혈은 환자 치료에 필요한 혈액을 확보하는 중요한 과정이지만, 누구나 언제든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헌혈 전에는 헌혈자의 건강 상태와 혈액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절차가 먼저 이뤄지며, 일정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헌혈이 제한된다.
이는 헌혈자 본인의 안전은 물론 수혈받는 환자의 안전을 함께 지키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막상 헌혈에 나섰다가 부적합 판정을 받는 일이 없도록, 기준을 알아 두는 것이 필요하다.
◆ 기본 신체 조건과 생활 습관
먼저 헌혈 당일의 몸 상태가 기준에 미달하면 헌혈이 제한된다. 남성 50㎏ 미만, 여성 45㎏ 미만, 전날 수면이 4시간 이하, 공복 상태,전날 음주가 해당한다.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헌혈할 경우 혈압이 불안정해지고 헌혈 후 어지럼증이나 실신으로 이어질 수 있어 최소 5시간 잠을 잔 뒤 헌혈에 참여해야 한다.
공복 상태에서는 혈당이 낮아져 헌혈 중 저혈당 쇼크가 올 수 있으므로, 헌혈 전 가벼운 식사를 마친 후 참여하는 것이 안전하다. 음주 후에는 혈액 내 알코올 성분이 남아 혈액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헌혈자 본인도 어지럼증 등 부작용 위험이 커지므로, 음주 다음 날은 헌혈을 피해야 한다.
감기 증상이나 발열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몸속에서 감염 반응이 진행 중일 가능성이 있어 헌혈자에게 피로감. 어지럼증 같은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은 대부분 충분히 회복하거나 상태가 개선된 뒤 다시 헌혈이 가능한 일시적 제한에 해당한다.
◆ 약물 복용 이력
복용 중이거나 과거에 복용한 약물도 헌혈 가능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건선 치료제 에트레티네이트는 체내 잔류 기간이 길어 영구적으로 헌혈이 제한되며, 같은 건선 치료제인 아시트레틴은 복용 종료 후 3년간 헌혈이 금지된다.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두타스테리드는 6개월,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전립선·탈모 치료제는 4주간 헌혈이 제한된다. 여드름 치료제 이소트레티노인, 손 습진 치료제 알리트레티노인도 복용 종료 후 일정기간 헌혈이 금지된다.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반드시 문진 시 알려야 한다.
이들 성분 중 일부는 태아 기형을 유발하는 최기형성 물질로 체내에 장기간 축적되어 가임기 여성 환자에게 수혈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하며, 아스피린이나 항응고제 같은 성분 또한 혈소판 기능을 억제해 수혈받는 환자의 지혈 작용을 심각하게 방해할 수 있어 엄격히 제한되는 것이다.
◆ 예방접종
예방접종 종류에 따라 헌혈 금지 기간이 달라진다. 수두·MMR(홍역·볼거리·풍진)·BCG·대상포진 등 생백신 접종 후에는 4주간 헌혈이 제한된다.
B형간염·황열 백신은 2주, 콜레라·인플루엔자·A형간염 등 불활성화 백신은 24시간의 제한 기간이 적용된다. B형간염 면역글로불린이나 국내 미허가 예방접종의 경우에는 1년간 헌혈이 금지된다. 생백신은 독성을 약화한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체내에 주입하므로 접종 후 일정 기간 혈액 내에 바이러스가 남아있게 된다.
일반인에게는 무해하나 면역력이 저하된 중환자나 암 환자에게는 이 미량의 바이러스가 치명적인 전신 감염증을 유발할 위험이 있어 일정기간 헌혈이 금지되는 것이다.
◆ 감염병 이력
감염병 관련 기준은 혈액 안전성과 직결되는 핵심 항목이다. HIV, C형간염, 만성 B형간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은 영구적으로 헌혈이 제한된다.
성병·매독·임질·연성하감 등은 치료 종료 후 1년, 뎅기열·웨스트나일열·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등은 6개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은 3개월간 헌혈이 금지된다. 이러한 질환 대부분은 무증상 상태에서도 혈액을 통한 전파 가능성이 있으며, 감염 초기에는 정밀 검사로도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잠복 미검출 기간이 존재한다.
이 기술적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검사결과와 상관없이 감염 이력이나 위험 노출 기간 자체를 기준으로 선제적 유보 기간을 두고 있다.
◆ 말라리아 위험 지역 체류 이력
말라리아 역시 혈액을 통해 전파될 수 있어 별도의 기준이 적용된다. 국내에서는 파주시·연천군·강화군·철원군 등 접경 지역에서 1박 이상 숙박한 경우 1년간 전혈 및 혈소판 성분헌혈이 제한되며, 혈장 성분헌혈만 가능하다.
국외의 경우 말라리아 유행 지역 여행 시 1년간, 거주나 장기 복무 시 3년간 전혈 및 혈소판 성분헌혈이 제한된다. 말라리아 원충은 헌혈자의 적혈구 내에 기생하며 증식하기 때문에, 수혈 시 환자의 적혈구를 급격히 파괴해 용혈성 빈혈과 다발성 장기 부전 등 생명을 위협하는 급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적혈구가 포함되는 전혈 및 혈소판 헌혈을 전면 제한하며, 무증상 감염 가능성이 있어 여행 직후 헌혈도 엄격하게 제한되는 것이다.
헌혈 부적합 기준은 단순히 참여를 제한하기 위한 규정이 아니다. 헌혈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수혈자에게 안전한 혈액이 전달될 수 있도록 마련된 필수적인 안전 절차다. 문진 항목이 많고 절차가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헌혈자와 수혈자 모두를 위한 과정이다.
헌혈을 계획하고 있다면 자신의 건강 상태, 복용 약물, 예방접종 이력, 여행 이력 등을 미리 확인하고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까다로워 보이는 기준들이 결국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는 과정임을 기억한다면, 헌혈은 더욱 의미 있는 선택이 될 것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민승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