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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9천피'의 화려한 겉포장 속 '7대 1'의 슬픈 자화상

 

【 청년일보 】 코스피가 18일 지수 9,000포인트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상 첫 '9천피' 시대의 개막이다.

 

전광판의 화려한 숫자는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과 대도약을 증명하는 듯하지만, 시장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현장의 시선은 복잡하기만 하다.

 

이번 초호황의 본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투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끈 독주 체제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와중에도 대다수 서민과 개인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영하권에 머물러 있는 비대칭적 호황이다.

 

가장 큰 그늘은 주식시장의 극단적인 양극화에 있다.

 

지수는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으나, 시장 내부를 쪼개어 보면 상승 종목 대비 하락 종목이 7배나 많은 기형적인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을 탄 대형주 몇 개가 지수를 견인했을 뿐, 내수 기반의 중소형주나 경기 민감주들은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주식 계좌를 열어본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내 주식은 반토막인데 지수만 9,000을 넘었다"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겉으로는 풍요롭지만 속은 빈곤한, 이른바 '착시 호황'이다.

 

시장의 열기는 고스란히 자산 시장의 또 다른 축인 부동산으로 옮겨붙고 있다.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값이 다시 요동치는 것은 물론, 이른바 반도체 대기업의 통근버스가 오가는 '셔세권' 지역의 상승세가 무섭다. 특히 화성, 동탄 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거점 배후 도시는 매수세가 급증하며 연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이러한 자산 가격의 급등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동반한다. 반도체 호실적에 따른 역대급 성과급이 시장에 풀리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특정 우량 기업 임직원들의 지갑은 두둑해졌지만, 이는 고스란히 외식 물가와 전셋값을 자극해 평범한 직장인과 소상공인들의 생계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물가 상승 압박으로 돌아오고 있다. 낙수효과 대신 격차만 벌어지는 흐름이다.

 

여기에 거시경제의 가장 큰 폭탄인 미국의 금리 인상 카드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했다.

 

만약 미국이 기준금리를 다시 올린다면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라는 '3고(高)'의 압박이 한국 경제의 목을 다시 죌 것이다. 빚을 내어 증시와 부동산에 뛰어든 투자자들과 한계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이자 폭탄은 상상을 초월한다.

 

9,000포인트라는 숫자는 분명 한국 증시의 기념비적인 이정표다.

 

그러나 대장주 몇 개에 기댄 채 내수 경제가 무너지고 고금리의 역풍이 불어오는 상황이라면, 이 화려한 파티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신기루일 뿐이다. 축배의 잔을 들기 전, 양극화된 자산 시장의 경고음과 다가올 통화 긴축의 먹구름을 냉정하게 대비해야 할 때다.

 

위기는 언제나 가장 화려한 불꽃이 터진 직후에 찾아왔다.

 

 

【 청년일보=안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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