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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조용한 팬데믹, 항생제 내성이 다가오고 있다

 

【 청년일보 】 감기에 걸리면 항생제를 처방받고, 수술 전후에는 예방적 항생제를 투여한다. 항생제는 현대 의학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그러나 지금 그 무기가 서서히 무뎌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10대 위험 중 하나로 경고하며 '조용한 팬데믹(Silent Pandemic)'이라 부른다.

 

전 세계에서 매년 약 500만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직접 사망 3천900만명, 관련 사망 1억6천9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던 것처럼, 항생제 내성은 더 조용하지만, 더 오래, 더 깊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이란 세균이 항생제에 저항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어 기존 약물로 치료할 수 없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항생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살아남은 세균이 내성을 획득하고, 이 내성 유전자는 다른 세균에게도 전달된다. 결국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할 수 없는 ‘슈퍼박테리아'가 탄생한다. 슈퍼박테리아 감염 환자 중 약 40%가 감염 후 90일 이내에 사망했다는 보고도 있다.

 

한국의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2023년 기준 31.8DID로 OECD 평균인 19.5DID보다 약 1.6배 높으며, 축산 분야 항생제 판매량도 유럽 17개국 평균보다 2배 이상 많다. 항생제가 필요하지 않은 바이러스성 감기에도 습관적으로 처방되고, 환자 역시 빠른 회복을 기대하며 항생제를 요구하는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 결과 대표적인 항생제 내성균인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CRE) 감염 환자 수는 2021년 2만3천여명에서 2025년 4만9천여명으로 불과 4년 새 2배 이상 급증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대중의 인식 부족이다. 항생제 내성에 관한 정보를 접한 경험이 있는 국민은 전체의 40%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이 항생제를 처방받으면 증상이 나아지는 즉시 복용을 중단하거나, 남은 약을 보관했다가 다음에 스스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잘못된 복용 습관은 내성균 발생을 가속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항생제 내성은 병원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습관에서 시작된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의료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체감된다. 내성균에 감염된 환자는 치료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들고, 더 독하고 비싼 항생제를 써야 한다. 치료 기간은 길어지고 부작용 위험은 커지며, 일부 환자는 쓸 수 있는 항생제가 없어 치료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내몰리기도 한다.

 

문제는 이것이 면역이 약한 환자나 중증 감염자에게 특히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문제가 없어 보여도, 수술을 앞둔 환자, 항암 치료 중인 환자, 신생아처럼 면역이 취약한 사람들에게 내성균 감염은 생사를 가르는 문제가 된다.

 

이러한 위기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항생제는 의료기관뿐 아니라 축산·수산업, 환경 전반에 걸쳐 사용되기 때문에, 어느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는 내성균의 확산을 막기 어렵다. 의료진, 환자, 농축산업 종사자, 그리고 제도를 설계하는 정부까지 모두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될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을 발표하고, 의료기관 내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 사업 확대와 축산·환경 분야를 포괄하는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범부처 차원의 대응이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으로 볼 수 있지만 제도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항생제를 처방하는 의료진, 복용하는 환자, 축산업에 종사하는 농가, 그리고 환경을 관리하는 사회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항생제 내성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성균은 진화하고 있으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치료들이 언젠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항생제가 효과 없는 세상을 막는 것은 거창한 영웅이 아니라, 처방된 항생제를 끝까지 복용하고, 필요하지 않을 때 요구하지 않는 우리 모두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 청년서포터즈 9기 김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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