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반도체 공정에서는 하나의 웨이퍼가 완성되기까지는 수백 개의 공정 단계를 거쳐야 하고, 같은 장비군을 여러 번 다시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장비 고장, 긴급 주문, 재작업, 대기 시간 제한, 납기 압박까지 겹치면 생산 순서를 정하는 일은 단순한 시간표 작성이 아니라 공장 전체의 흐름을 조절하는 운영 문제가 된다.
AI 기반 반도체 공정 스케줄링의 핵심은 '복잡한 공정 상황 속에서 인공지능이 어떤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돕도록 설계되는가'에 있다.
◆ 수백 단계의 반도체 공정…순서 하나가 전체 흐름을 바꾼다
반도체 공장은 일반적인 생산라인처럼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한 작업이 여러 공정을 거친 뒤 다시 비슷한 장비군으로 돌아오는 재진입 구조가 많고, 특정 공정 앞에 작업이 몰리면 전체 흐름이 쉽게 막힌다.
지금 당장 비어 있는 장비에 작업을 넣는 것이 좋아 보일 수 있지만, 그 선택이 뒤쪽 병목을 키울 수도 있다. 반대로 어떤 작업을 잠시 기다리게 하는 것이 전체 납기 지연을 줄이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반도체 생산 순서 결정은 눈앞의 장비를 채우는 문제가 아니라, 공정 전체의 흐름을 예측하며 균형을 맞추는 문제다.
◆ 기존 규칙의 한계…단순하고 빠르지만 변화에 약하다
제조 현장에서는 오랫동안 먼저 들어온 작업을 먼저 처리하거나, 납기가 급한 작업을 우선하거나, 처리 시간이 짧은 작업을 먼저 보내는 방식이 사용되어 왔다. 이런 규칙은 빠르고 이해하기 쉬우며 현장에 적용하기도 쉽다.
하지만 반도체 공정처럼 상황이 계속 변하는 환경에서는 하나의 고정된 규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장비가 갑자기 멈추거나, 재작업 물량이 늘어나거나, 특정 공정 앞에 대기열이 쌓이면 평소에는 잘 작동하던 규칙도 전체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결국 기존 방식의 문제는 규칙 자체가 틀렸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에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데 있다.
◆ 강화학습 기반 스케줄링…상황에 따라 기준을 고르는 방식
강화학습 기반 생산 순서 결정은 인공지능이 가상의 공장 환경에서 여러 상황을 반복해서 경험하며 더 나은 선택을 배우는 방식이다. 인공지능은 현재 어떤 장비가 비어 있는지, 어떤 작업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납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특정 공정 앞에 작업이 얼마나 몰려 있는지 등을 보고 다음에 처리할 작업을 고른다. 이 선택으로 장비 대기 시간이 줄고, 납기 지연이 줄고, 전체 생산 흐름이 좋아지면 좋은 판단으로 학습된다.
반대로 병목이 커지거나 납기 지연이 늘어나면 나쁜 판단으로 학습된다. 중요한 점은 인공지능이 완전히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우선순위 기준 중에서 지금 상황에 맞는 기준을 선택하도록 설계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 현장 적용의 어려움…잘 맞는 것보다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강화학습이 좋은 생산 순서를 찾아낼 수 있더라도, 실제 공장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장비는 매우 비싸고 생산 지연에 따른 손실도 크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실제 현장에서 마음대로 시행착오를 할 수 없다. 그래서 보통은 실제 공장을 흉내 낸 가상 환경에서 먼저 충분히 학습시킨 뒤 적용 가능성을 검토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설명 가능성이다. 현장 엔지니어는 인공지능이 왜 특정 작업을 먼저 보내라고 판단했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결과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판단 과정을 알 수 없는 스케줄러를 신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 'AI 도입'이 아니라 '생산 의사결정 설계'가 경쟁력
결국 반도체 공정에서 강화학습 기반 스케줄링의 의미는 사람을 대체하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복잡한 공정 상황 속에서 '사람'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기존 규칙은 여전히 단순하고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고, 현장 엔지니어의 경험도 중요하다.
다만 공정이 복잡해지고 예외 상황이 늘어날수록 사람의 직관과 고정된 규칙만으로는 한계가 커진다. 강화학습은 그 사이에서 현재 공장의 상태를 읽고, 어떤 기준으로 작업을 처리하는 것이 전체 흐름에 유리한지 제안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르는 질문은 '인공지능이 스케줄을 짤 수 있나'가 아니라 '사람과 인공지능이 어떤 기준으로 생산 의사결정을 함께할 때 공장이 가장 안정적으로 좋아지는가'다. 그리고 그 답을 설계하는 언어가 바로 산업공학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김현국 】














